<근로계약과 신원보증계약>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카이사르(영어식 표기로는 ‘시저’라 하는데, 둘이 같은 사람인지 모르는 분도 종종 있습니다)가 브루투스에게 배신을 당하고 죽음을 맞자 했던 유명한 말,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배신이란 믿는 사람에게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배신은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믿음직한 측근이 합니다.

 

○대법원은 근로관계를 ‘인적 신뢰관계에 기초한 계속적 채권관계’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는 믿을 만한 사람을 근로자로 채용하고 일을 맡긴다는 말입니다. 현실적으로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만큼 자신의 사업을 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배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배신보다 돈의 유혹이나 불의의 사고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믿고 싶지만 배신도 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입니다.

 

○각서나 계약서를 쓰고 녹음까지 하는 것은 인간이 배신이라는 근원적인 속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근로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신원보증계약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은행직원들이 억단위의 은행 돈을 횡령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조폐공사의 직원이 폐기처분할 돈을 절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회사의 영업비밀을 경쟁업체, 나아가 외국업체에 팔아먹은 경우도 현실에서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신원보증계약입니다.

 

○신원보증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신원보증계약”이란 피용자(被傭者)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사용자(使用者)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그 손해를 배상할 채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라고 규정을 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신원보증인이 사용자에게 그 손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 신원보증계약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발생합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거액을 물어낼 수도 있는 신원보증계약을 누가 체결할까라는 근원적 의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빚보증 하는 자식은 낳지도 마라.’라는 속담이 생길 정도로 빚보증은 인간관계의 파탄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신원보증보험이라는 보험상품이 등장했습니다. 상당수 사업체는 신원보증계약의 인간관계파탄이라는 충격적 결과를 예방하기 위하여 신원보증보험으로 갈음합니다. 그래서 신원보증보험은 이제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원보증보험과 근로기준법 제20조상의 ‘위약예정의 금지’와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에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의 공통적인 수식어의 술어입니다. 근로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계약만을 의미합니다. 즉 민법 제390조가 규정하는 채무불이행의 경우만을 규정합니다. 법리적으로는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에는 그 적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은행원이 은행 돈을 횡령하는 것은 근로계약상의 충실근무의무 불이행, 즉 채무 불이행인 동시에 은행 돈을 훔쳤다는 행동, 즉 불법행위가 됩니다. 신원보증계약은 모든 경우를 규율하나, 근로기준법상의 위약예정금지는 채무불이행만 규율합니다. 당연히 사용자는 신원보증보험상의 보험금을 우선적으로 청구하고,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신원보증보험상의 보험금은 근로자의 횡령 등 범죄행위수익금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2억원에 가까운 은행돈을 빼돌려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20억원대 타인 명의 대출을 공모한 은행원들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은행권 금융사고는 올 상반기 21건을 포함해 4년 반 동안 186건으로 피해액이 4884억원에 달했다. 내부인이 은행자금을 빼돌린 횡령·유용 범죄가 90건(48.4%)으로 가장 많았다. 사기는 57건(30.6%), 잘못된 업무 처리로 은행에 손실을 끼친 배임은 26건(14.0%)이었다. 외부인에게 당한 도난·피탈 사례는 8건(4.3%)으로 가장 적은 편이었다.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은행 자금 1억8500만원을 횡령했다 적발된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은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096249&code=61141111&cp=nv   <신원보증법>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신원보증계약”이란 피용자(被傭者)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사용자(使用者)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그 손해를 배상할 채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제6조 (신원보증인의 책임) ① 신원보증인은 피용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신원보증인이 2명 이상인 경우에는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각 신원보증인은 같은 비율로 의무를 부담한다. ③ 법원은 신원보증인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경우 피용자의 감독에 관한 사용자의 과실 유무, 신원보증을 하게 된 사유 및 이를 할 때 주의를 한 정도, 피용자의 업무 또는 신원의 변화,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