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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직장 내 괴롭힘, 그 슬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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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5.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조항을 삽입하는 개정을 통하여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상과 현실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두 기사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받은 근로자가 하소연을 하자, 1). ‘사과받고 끝내자.’라는 반응과 한 술 더 떠서 2). ‘사직 강요라는 적반하장의 보복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요?

 

모든 제도는 선의로 출발합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로 설정된 법률관계는 일정한 균형을 부여하여야 합니다. 피해자만을 보호하려면 의도와는 달리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소박한 시민에게도 익숙한 것이 성희롱(sexual harassment)’입니다. 이미 대법원에서도 그 유명한 서울대 성희롱 사건으로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성희롱 사건은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건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취지를 상세화한 것이며, 양자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습니다.

 

미국 등에서는 이러한 성희롱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의 대상이 되어서 가해자는 속된 말로 아작이 납니다. 특히 회사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자칫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을 정도로 배상액이 엄청납니다. 여기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제76조의2에 추상적인 금지규정을, 76조의3에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76조의3은 규정은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속하게 인정하여 피해자를 구제하고 후속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대단히 이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에서만 끝나는 법률문제가 아닙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상당수가 성희롱, 모욕, 폭행, 상해 등의 범죄에 해당합니다. 사업주와 피해자의 대리감독자인 간부 근로자는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들락달락 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형사문제입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이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법 제756조는 사용자책임이라 하여 사용자와 대리감독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규정합니다. 서울대 성희롱 사건은 바로 이 사용자책임에 대한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순순히 사용자가 시인을 하면, 고용노동청,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무시로 드나들어야 합니다.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 법률비용도 엄청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여지는 있습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시민들의 평판입니다. ‘아무개 사업장은 갑질이 남발되는 사업장으로 세인들의 낙인이 찍히면 당해 사업 자체를 포기하여야 하는 최악의 순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괴롭힘괴롭히다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담은 동사의 명사형입니다. 당연히 괴롭힘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상적인 감정을 실은 단어로 말미암아 평생을 일군 사업주의 사업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효율적이고 쾌적한 사업의 영위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헌법상 불리한 진술거부권과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법리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순경이 1년 넘게 직장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더니 감찰 담당자가 "사과받고 끝내자"고 종용했다고 합니다. 다른데도 아닌 경찰서에서 말이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214&aid=0001099645

 

 ‘직장 내 괴롭힘신고자 10명 중 3명은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상사의 폭행·폭언을 회사에 알리며 가해자 징계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되레 사직을 강요당한 것.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8&aid=0004851941

 

<근로기준법>

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민법>

756(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용관계 또는 근로관계는 이른바 계속적 채권관계로서 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 피용자가 신의칙상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함에 대하여, 사용자로서는 피용자에 대한 보수지급의무 외에도 피용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피용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용자의 생명, 건강, 풍기 등에 관한 보호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느 피용자의 다른 피용자에 대한 성희롱 행위가 그의 사무집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성희롱 행위가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고 피해자로서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여 사용자로서는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지지도 아니하다면, 이러한 경우에서까지 사용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8. 2. 10. 선고 9539533 판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 11. 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은 직장 내 성희롱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전 예방의무와 사후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도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오히려 불리한 조치나 대우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가 피해를 감내하고 문제를 덮어버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이상의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 위 규정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구제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 2차적 피해를 염려하지 않고 사업주가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리라고 신뢰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이라 한다)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을 위반한 것으로서 민법 제750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그러나 사업주의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다면 위 제14조 제2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또한 사업주의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과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 조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관련 분쟁의 해결에서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30),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분쟁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성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업주가 증명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202947 판결)

이문렬의 소설 중에서 칼레파 타 칼라라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 의도로 출발했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현실을 그린 내용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솔직하게 인정하여 건전한 사업장으로 만들려는 사업주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피눈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주에 대한 괴롭힘으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기사 속의 두 사례는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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