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3호는 ‘출퇴근 재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산 넘고 물을 건너 정말로 어렵게 도입된 조문입니다. 공무원의 재해는 예전부터 ‘통근 재해’라 불리는 ‘출퇴근 재해’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근로자에게는 차별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아서 끊임이 없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헌법재판소가 2016. 9. 29. 2014헌바254 결정으로,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던 구법 조항에 대하여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난 후에 비로소 산재법에 도입이 되었습니다.
○진작에 도입이 되었어야 하는 제도가 반세기가 넘도록 국회의 문을 넘지 못하다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마침내 국회의 문턱을 넘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출퇴근 재해(공무원의 통근 재해도 마찬가지입니다)의 절대다수는 교통사고입니다. 실은 출퇴근을 도보만으로 하는 경우는 속칭 ‘직주근접’의 상황 외에는 현실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산재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중략~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교통사고의 절대다수는 범칙금과 같은 행정벌은 물론 징역형이나 벌금을 수반하는 범죄행위가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출퇴근 재해의 절대다수가 범죄행위인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물론 산재법에서 보상의 예외사유로 규정하는 ‘범죄행위’란 당해 범죄의 행위자가 산재의 피해자인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나 교통사고의 현실은 가해자가 동시에 피해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충돌사고의 경우에는 양자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를 산재보상에서 제외하는 경우인가 의문이 발생합니다.
○교통사고하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입니다. 그러나 후자는 전자의 교통사고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관건은 도로교통법입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위반의 범죄사실은 대부분 도로교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상의 금지규정을 과실로 위반한 사안입니다. 가령, 신호위반이나 중앙선침범, 앞지르기위반 등은 전형적인 도로교통법 상의 과실요소입니다. 이런 과실요소가 존재한다고 하여, 즉 범죄행위라 하여 출퇴근 재해를 부정하면 사실상 출퇴근 재해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는 이 점을 주목하여 내린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 판시하면서 모든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산업재해를 부정하는 근거가 아님을 천명합니다. 이 사안은 도로교통법 상의 중앙선 침범금지라는 범죄행위에 기인한 교통사고인데, 대법원은 그 이유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를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이 규정하는 중앙선 침범의 금지는 직접적으로는 도로의 원활한 교통을 위한 금지이며, 산업재해의 예방을 위한 금지가 아닙니다. 또한 중앙선 침범의 금지는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도, 주부도, 학생도 모두 준수해야 하는 행위규범입니다. 특별히 근로자라 하여 엄격하게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고 언제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언제나 중대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앙선 침범은 그 자체가 독자적인 제재의 대상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 교통사고로 이어져 나아가 산업재해가 되었다고 하여 당연히 산업재해를 부정하면, 산업재해제도 전체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교통사고가 대다수인 출퇴근 재해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러한 일련의 사고를 기저로 하고 있습니다. 범죄행위라고 기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되는데,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가해자인 근로자가 범죄행위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재해를 부정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법리를 명백하게 보인 판결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다. 삭제 <2017.10.24>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2. 업무상 질병 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라.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3. 출퇴근 재해 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②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③ 제1항제3호나목의 사고 중에서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 ④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1항제3호나목에 따른 출퇴근 재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⑤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도로교통법> 제13조(차마의 통행) ① 차마의 운전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로 통행하여야 한다. 다만, 도로 외의 곳으로 출입할 때에는 보도를 횡단하여 통행할 수 있다. ② 제1항 단서의 경우 차마의 운전자는 보도를 횡단하기 직전에 일시정지하여 좌측과 우측 부분 등을 살핀 후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횡단하여야 한다. ③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이하 같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 ④ 차마의 운전자는 제3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다. 1. 도로가 일방통행인 경우 2. 도로의 파손, 도로공사나 그 밖의 장애 등으로 도로의 우측 부분을 통행할 수 없는 경우 3. 도로 우측 부분의 폭이 6미터가 되지 아니하는 도로에서 다른 차를 앞지르려는 경우.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도로의 좌측 부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나. 반대 방향의 교통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다. 안전표지 등으로 앞지르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경우 4. 도로 우측 부분의 폭이 차마의 통행에 충분하지 아니한 경우 5. 가파른 비탈길의 구부러진 곳에서 교통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시ㆍ도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구간 및 통행방법을 지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지정에 따라 통행하는 경우 ⑤ 차마의 운전자는 안전지대 등 안전표지에 의하여 진입이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서는 아니 된다. ⑥ 차마(자전거등은 제외한다)의 운전자는 안전표지로 통행이 허용된 장소를 제외하고는 <대법원 판례> 자전거도로 또는 길가장자리구역으로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제4호에 따른 자전거 우선도로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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