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갖고 그래? 나도 잘한 것이 있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전 어록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운 것들 중의 하나가 국가보위입법회의의 개혁입법입니다. 국보위의 뒤를 이은 국가보위입법회의는 국민이 선출한 입법기구가 아니라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이 임의로 지명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처럼 입법활동을 했던 기구입니다. 공포정치로 일관했던 전두환답게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한 법률들은 후일 헌법재판소에서 무더기로 위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둠에서도 한줄기 빛이 있는 것처럼, 진짜 개혁입법도 존재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리고 제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관제야당인 민한당을 동원하여 억지로 복수정당제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날치기로 통과된 법률이 공직자윤리법입니다. 날치기로 통과시켰으면서도 역시 ‘개혁입법’이라고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마555 전원재판부 결정)는 다음과 같이 문제의 개혁입법 중의 하나인 공직자윤리법에 대하여 평가합니다.
퇴직 공직자에 대해 관련 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을 제한하는 취업제한제도는 퇴직 이후 특정업체로의 취업을 목적으로 재직 중 특정업체에 특혜를 부여하거나, 퇴직 이후 재취업한 특정 업체를 위해 재직 중에 취득한 기밀이나 정보를 이용하거나, 재직했던 부서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1. 12. 31. 공직자윤리법이 법률 제3520호로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되었다. 공직자윤리법 제정 당시에는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2년 이내에 담당하였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나, 2001. 1. 26. 법률 제6388호로 개정되면서 업무관련성 적용기간은 퇴직 전 3년 이내로 확대되었고, 2011. 7. 29. 법률 제10982호로 개정되면서 퇴직 전 5년 이내로 확대되었다. 또한, 퇴직일부터 2년이던 취업제한기간은 2014. 12. 30. 법률 제12946호로 개정되면서 3년으로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헌재 2014. 6. 26. 2012헌마331 참조).
○공직자윤리법의 입법대상과 취업제한기간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은 과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적이 맞습니다. 물론 전두환 정부 내내 이 법률이 추구하는 전관예우금지가 당시의 현실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었기에, 그 취지가 퇴색했던 것이 함정이기는 합니다. 아무튼 공직자의 재취업제한을 규정하는 근거 법률의 취지 자체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무엇보다도 법률로 재취업을 제한하여 간접적이나마 공직자의 윤리의식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윤리 과목을 만점 받았다고 윤리의식이 철저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윤리를 배웠다고 윤리의식이 저절로 체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윤리는 일정한 제재를 외부에서 가해야 그 실천성이 담보되기에 공직자윤리법의 강제장치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공직자윤리법과 양립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현실적 직업활동의 중요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산업스파이로 구속되어 언론에도 보도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를 생각해 보면 그 의미가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퇴직자라 하여 당연히 국가에서 국민연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삼성전자에서 매월 생계비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퇴직자에 불과합니다. 그가 갖고 있는 기술에 주목하여 중국의 전자업체가 거액을 제시하고 유혹한 사례가 꽤나 많았습니다. 생존의 문제가 산업스파이 문제로 비화한 것입니다. 실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의 올드보이들을 포섭하는 방법도 바로 그 방법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공직자윤리법의 적용한계가 관건이 됩니다.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관할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제도를 통하여 재취업의 관문을 열어줍니다. 심사의 잣대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취업예정기관 간 밀접한 업무관련성’입니다. 퇴직공직자에 대하여 재취업의 길을 너무나 제한한다는 지속적인 불만이 쌓였지만, 헌법재판소는 거듭하여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도덕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전두환이 그나마 평가를 받는 영역이 공직자윤리법이라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사> 보험연수원에 취업하려던 금융감독원 퇴직 공무원이 ‘취업 불승인’ 결정을 받는 등 지난달 8명의 퇴직공직자의 취업이 불허됐다. 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는 지난달 28일 퇴직공직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한 119건에 대한 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심사 결과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취업예정기관 간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인정된 3건은 ‘취업제한’을, 법령에서 정한 취업승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5건은 ‘취업불승인’을 받았다. 윤리위는 취업심사 대상임에도 윤리위의 사전 취업심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취업한 3건에 대해서는 관할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2022년 5월 퇴직한 대통령실 정무직은 이달 보험연구원의 초빙연구위원으로, 지난해 12월 퇴직한 대통령실 별정직 고위공무원은 이달 한국평가데이터 사외이사로 취업 가능 처분을 받았다. 또 2022년 6월 퇴직한 국무조정실 정무직은 이달 삼성생명보험 사외이사로, 2023년 9월 퇴직한 국가정보원 특정3급은 자석전문기업 노바텍의 베트남법인 노바텍비나의 비상근고문으로 각각 취업 승인과 가능 처분을 받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619416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① 제3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직자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직원(이하 이 장에서 “취업심사대상자”라 한다)은 퇴직일부터 3년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이하 “취업심사대상기관”이라 한다)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심사대상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은 때에는 취업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 우리나라는 학연, 혈연, 지연 등이 사회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연고주의 성향이 강하여 이로 인하여 퇴직 전 소속기관에서 형성된 대인관계 등을 이용한 로비활동이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이와 같이 공직자와 영리 사기업체 간의 유착 및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공직자의 직무공정성을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특정 행위만을 금지하여서는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공직 재직 중 취득했던 정보의 활용이나 기존에 형성된 대인관계를 이용한 로비활동 등은 외부에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어 위반행위를 포착해 내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특정 이해충돌 행위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마555 전원재판부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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