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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노인일자리, 그리고 세금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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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

 

조선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송강 정철의 훈민가입니다.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정철의 작품을 지나칠 수는 없을 정도로 그의 문학적 업적은 대단하며, 위 시조를 모르는 한국인이 없을 정도로 그의 대표작의 하나입니다. 위 시조는 유교 윤리를 강조하는 교훈적인 내용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현대의 시각으로 보자면 조선 중기 노인들의 노동의 현실을 음미할 수도 있습니다. 반상(班常)의 신분이 엄격한 조선시대라도 평범한 농민이라면 노인이라도 일을 하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 나아가 엣헴하면서 헛기침을 하면서 소일을 하는 노인은 양반 대지주나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으로 이어집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에서는 서울이 제일 잘 사는 지역입니다. 그 부유한 서울이라도 구한말의 기록사진을 보면, 초가집은 물론 움집까지 어지럽게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면, 지방에서 살았던 노인들은 고된 삶을 살았던 것은 추측은 확신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도 모든 역사기록은 단군 이래 절대다수의 노인들은 농어민이었고, 가난하게 살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정철의 시조가 당시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여생을 편안히 보내는 부자 노인의 삶이 꼭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의 노인들은 돈벌이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비단 워렌 버핏같은 거물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노인들도 돈벌이를 통해서 의미있는 인생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하루종일 누워서 TV만 보는 현실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노인들이 막상 일을 하려해도 현실이라는 장애물이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노인들을 선뜻 채용하려는 사업주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장유유서라는 유교윤리가 오히려 장애물인 셈입니다. 막상 채용을 해도 저임금의 하급일자리가 보통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노인들이 아파트나 빌딩의 경비원,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풍경이 익숙한 시대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시절에는 노인들의 복지와 결부시켜 노인일자리사업을 실시하였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예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노인일자리법)’이라는 실정법을 제정하였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노인일자리 자체는 국가적 책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 내내 노동정책을 집요하게 공격하던 대표적인 경제지인 한국경제가 ‘'세금 도둑' 지목된 노인일자리호평 받는 '우수 사례'도 있었다(2022. 11. 24. 한국경제)’라는 기사로 노인일자리를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노인일자리법상 노인일자리란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창출하면서 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으며 건강증진, 사회참여 및 소득증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재정지원 일자리라고 정의합니다(노인일자리법 제2조 제1). ‘재정지원 일자리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 실질이 세금일자리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보수신문과 경제지가 합작하여 문재인 정부가 노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고 거칠게 공격하고, 실제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맹렬히 비난한 사실을 반추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일자리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직원이 아닌 이상 정부가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산업활성화 등의 정책개발로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칩니다. 푸틴, 시진핑, 그리고 김정은과 같이 철권을 휘두르는 절대권력자도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만든다면 공직에 한정되는 것이며, 이는 결국 세금일자리입니다. 고용이라는 경제현상은 영업이윤이 가능한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투자를 이행하여야 가능합니다. 트럼프는 막대한 정부보조금을 미끼로 TSMC와 삼성전자의 투자를 유인한 전임 바이든의 정책을 뒤집으려 합니다. 기업이 바보가 아니기에 당초 약속한 투자의 이행은 기대난망입니다.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생색내는 수준에 그칠 것입니다. 미국의 고임금을 그 어떤 기업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통상적인 일자리도 이렇게 만들기가 어려운데, 노인일자리는 더욱 어렵다는 것은 쉽게 가늠이 됩니다.

 

이제 노인일자리사업을 정리합니다. 노인일자리란 일자리라는 이름과 달리 노인복지와 사회봉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사회복지제도입니다. 다음 <기사>는 그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입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그 대상이 영업이익의 실현이 어려운 공공업무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제한적인 이윤추구사업입니다. 세금일자리가 필연적인 사업입니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황당한 비판보다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기원해야 합니다.

<기사>
지금 접수하면 4시간은 기다려야 된대.”
번호표를 뽑아 든 백발의 남성이 뒤따라 온 친구에게 손을 내저었다. 2025년도 노인 일자리 모집 첫 날인 지난해 125일 서울 동대문구 시니어클럽. 신청서 접수 10분 전부터 비좁은 복도가 인파로 가득 찼다. 지난해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교통안전도우미로 일했다가, 올해도 재취업에 나섰다는 박경자씨(가명·79)도 그 중 한 명이다.
솔직히 생계 때문이 크지. 자식들도 잘 안 풀리는데 용돈 달라고 하기 그렇잖아.” 일주일에 5, 하루에 1시간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279000(지난해 기준).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식당 일을 오래 하느라 국민연금을 들지 못했던 박씨에겐 기초연금(30만원)과 함께 최소한의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중한 소득원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130700001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노인일자리란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창출하면서 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으며 건강증진, 사회참여 및 소득증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재정지원 일자리를 말한다.
2. “노인사회활동이란 노인이 자기만족과 성취감 향상 및 지역사회 공익증진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봉사 성격의 활동을 말한다.
3.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이란 노인일자리 및 노인사회활동을 말한다.
4.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이란 노인에게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노인의 소득, 건강 및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5.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대상 노인”(이하 노인이라 한다)이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및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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