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악녀의 화신 박연진으로 열연해 인기가 폭발한 임지연은 그 기세를 몰아 ‘옥씨부인전’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했습니다. 연기력 시비가 붙은 배우였는데, 연기력과 미모 모두 일취월장하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그런데 1인 2역이 필연적인 ‘옥씨부인전’에서 임지연이 열연한 인물은 각각 노비 ‘구덕이’와 양반 규수 ‘옥씨부인’이라는 상반된 인물입니다. 조선시대의 초기 양천제(良賤制)에서 중기 이후 반상제(班常制)로 신분제도가 변천하는 과정에서도 노비와 하인이 원칙적으로는 구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드라마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무척이나 재미가 있습니다. 이는 서양에서도 노비(slave)와 하인(servant)은 구분하였다는 사실과 일치하기에 무척이나 흥미롭기도 합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노비는 원칙적으로 세습신분이지만, 하인은 계약직 노동자입니다.
○미국은 남북전쟁을 계기로, 그리고 한국은 갑오경장을 계기로 각각 노비제도가 법률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무늬만 자유시민일 뿐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죄수와 별반 차이가 없는 신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죄수입니다. 신체의 자유가 부정되고 강제노역을 실시한다는 시각만으로 본다면, 적어도 중세의 노비와 차이는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에서는 천문학적인 교도소 유지비용을 강제노역으로 일부 충당합니다. 한국에서도 징역은 글자 그대로 교도소라는 공간에서 강제노역을 하여야 합니다(형법 제67조). 근로자는 자유시민으로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으로(헌법 제15조 직업의 자유), 근로조건을 선택하여(근로기준법 제4조) 근로를 하는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강변을 할 사람이 있겠지만, 근로 또는 작업 자체는 죄수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같은 사람이 교도소 내에서 삽질을 하는 것과 건설일용자로서 삽질을 하는 것이 다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분상의 차이 때문에, 전자는 최저임금 등 근로자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후자만 누립니다.
○구 행형법을 전면 개정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은 교도소 내에서 강제노역을 실시하는 실제를 규율합니다. 법리적으로는 강제노역이지만, 형집행법 제71조 이하는 용어를 순화하여 ‘작업’이라고만 표기합니다. 작업을 하는 주체는 ‘수형자’입니다. 징역은 강제노역 자체가 법률로 확정된 사람이지만(형법 제67조), 현실은 금고, 구류를 받은 사람도 노역을 합니다(형집행법 제67조). 심지어는 벌금을 받은 사람은 벌금 미납 시에 강제노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형법 제70조). 이를 ‘노역장 유치’라고 합니다. 형집행법의 규정이나 작업의 실제를 보더라도 노역장 유치와 징역 등의 수형자 간에 차이는 없습니다. 노동 자체의 등가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전이 존재합니다. 다음 <기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기사>에서는 ‘정부는 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제도(주: 현 노역장 유치)’를 운영하고 있다. 노역을 택한 이들은 일반 수형자와 함께 봉제, 식품가공, 목공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노역 일당은 최저 10만원이지만 벌금액, 노역 기간 등을 따져 판사 재량으로 정해진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 반전의 실체가 확인됩니다. 노역일당이 1천만원 이상인 죄수가 존재하며, 죄수 간에 노동가치의 불평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 같은 작업장에서 행하는 작업이건만 교도소 내 동료죄수들의 노동의 가치가 불공정하게 평가되는 순간입니다. 큰 도둑놈을 결과적으로 더 봐주는 형벌집행의 불공정성이 부각됩니다. 형법 제70조 제2항의 노역장 유치기간의 재설정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작업이라면, 교도소 밖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원칙적으로 교도소 내에서는 평등해야 합니다.
<기사> 5일 법무부의 ‘노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역장 유치로 벌금형을 대체한 범죄자 중 노역 일당 1000만원 이상인 범죄자는 18명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0명이었다. 정부는 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역을 택한 이들은 일반 수형자와 함께 봉제, 식품가공, 목공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노역 일당은 최저 10만원이지만 벌금액, 노역 기간 등을 따져 판사 재량으로 정해진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7110586181 <형법> 제67조(징역) 징역은 교정시설에 수용하여 집행하며, 정해진 노역(勞役)에 복무하게 한다. 제70조(노역장 유치)① 벌금이나 과료를 선고할 때에는 이를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 ② 선고하는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천일 이상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수용자”란 수형자ㆍ미결수용자ㆍ사형확정자 등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도소ㆍ구치소 및 그 지소(이하 “교정시설”이라 한다)에 수용된 사람을 말한다. 2. “수형자”란 징역형ㆍ금고형 또는 구류형의 선고를 받아 그 형이 확정되어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과 벌금 또는 과료를 완납하지 아니하여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을 말한다. 제67조(신청에 따른 작업) 소장은 금고형 또는 구류형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신청에 따라 작업을 부과할 수 있다. 제71조(작업시간 등) ① 1일의 작업시간(휴식ㆍ운동ㆍ식사ㆍ접견 등 실제 작업을 실시하지 않는 시간을 제외한다. 이하 같다)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취사ㆍ청소ㆍ간병 등 교정시설의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작업의 1일 작업시간은 12시간 이내로 한다. ③ 1주의 작업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수형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는 1주의 작업시간을 8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④ 제2항 및 제3항에도 불구하고 19세 미만 수형자의 작업시간은 1일에 8시간을, 1주에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⑤ 공휴일ㆍ토요일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에는 작업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작업을 부과할 수 있다. 1. 제2항에 따른 교정시설의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경우 2. 작업장의 운영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의 안전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 4. 수형자가 신청하는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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