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에 변호사의 감수를 받아서 상대적으로 그런 실수가 적어졌지만, 예전에는 드라마에서 ‘피고’에게 징역을 엄청나게 판사가 선고를 했습니다. 더군다나 지휘봉을 꼭 세 번씩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판사가 ‘피고’에게 징역을 선고하면서 지휘봉을 두드리는 판결은 오류입니다. ‘피고’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징역을 선고를 해야 하며, 판사는 판결을 내리면서 지휘봉을 두드리지 않습니다.
○법률적으로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별개임에도 아직도 경찰서에서 사기범을 고소하면 경찰관이 사기피해금을 받아준다고 굳게 믿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민사소송에서 승소를 하면 판사가 알아서 돈을 받아준다고 믿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법원에 제소를 하는 것을 ‘고소’한다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아직 존재하는 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고용노동청에서의 풍경도 별반 이것과 다르지 아니합니다. 금품체불이 있어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체불근로자들 중에서 근로감독관이 체불금품을 받아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불금품의 본질이 민법상 금전채권이므로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를 지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실상 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체불금품에 대한 형사처벌만을 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그 형사처벌은 검사의 기소를 통하여 판사가 형의 선고로 가능합니다.
○그런데 체불금품과 관련하여 실무상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체불금품이 금전채권으로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민사책임’이 있다는 것과 근로기준법위반죄(금품체불)라는 ‘형사책임’을 현실화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고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민법 제397조 제2항은 ‘전항의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과실을 불문하고 책임이 있다고 하여 법률용어로 ‘무과실책임’이라 합니다. 그런데 형법은 그렇지 아니합니다. 형사책임을 추궁하려면 ‘고의(과거에는 ‘범의’라 하였는데 2020. 12. 형법개정으로 ‘고의’라는 표기로 변경되었습니다)’가 있어야 가능하며, 과실범은 예외적으로 처벌합니다(형법 제13조).
○근로기준법은 거기에 더하여 일반인이 헷갈릴 수 있는 체불금품에 대한 법적 규율을 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에서의 직상수급인의 연대책임이라는 제44조의2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단계 하도급구조로 형성된 건설업에서는 아래 단계로 이행이 될 때마다 건설사의 이윤이 필요하기에, 맨 마지막 단계에서의 하도급 건설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주로 건설일용근로자)의 경우에는 체불금품에 시달리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속칭 ‘노가다’라 불리는 건설일용근로자의 고통이 심각하자 국회에서 직상수급인에게 무면허 건설업체에 도급 또는 하도급을 한 경우에 민·형사책임을 부과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직상수급업체와 하수급업체 간에 건설공사대금(일명 ‘공사기성금’ 또는 ‘기성’)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공사대금청구소송의 대다수가 이러한 정산금에 대한 다툼입니다. 그래서 직상수급업체는 정산금을 다줬다고 생각하는데, 하수급업체는 아직 안줬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래서 생긴 분쟁이 다음 기사에서 소개하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6321 임금) 속의 사연입니다.
○사건 속의 근로자들은 무면허업체와 (하)도급약정을 체결한 직상수급업체의 대표자를 진정하였으나,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가 사건의 정황상 금품체불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혐의를 내렸습니다. 실무상 직상수급업체와 하수급업체 간에 정산금에 대한 다툼이 많기에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검사의 무혐의처분이 내려져도 민법 제397조 제2항의 금전채무에 대한 무과실책임의 존재감은 이 대법원 판결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직상수급업체에게 하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차이, 금전채권의 무과실책임의 의미,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금품체불죄의 고의의 의미,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가 규정한 직상수급업체의 임금채권의 연대책임과 형법상의 고의의 일련적인 의미를 이해하여야 이 사건과 대법원 판결문이 이해가 됩니다. 어렵다면 어렵지만,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임금 체불 고의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건설업자라고 하더라도 하도급 업체 소속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하도급 업체 소속 직원 A 씨가 주식회사 삼덕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달 8일 "원고(A 씨)가 하도급 업체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에 관해 피고(삼덕건설)가 하도급 업체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7&bi_pidx=32685 <근로기준법>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①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11호에 따른 도급(이하 “공사도급”이라 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②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 <민법> 제397조(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 ①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한다. 그러나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지 아니한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의한다. ②전항의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는 과실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 <형법> 제13조(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09조는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되는바, 결국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등 참조). 2.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그 임금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임금지급의무를 연대하여 부담하는 직상 수급인의 경우에도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사정은 임금지급의무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6321 임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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