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이 말을 자신의 ‘준법성’이 투철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성’이 완벽하다고 주장할 때 쓰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부도덕한 사람이 면피용으로 ‘법대로’를 주장하는 반작용으로 악용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되지만, 본래 법률은 도덕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고 법률은 도덕과 같이 자발적인 이행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강행성을 지녔고, 강행성을 지닌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부류의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법률불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법률의 본질적 속성은 내 의지와 무관한 강행성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출생신고를 하고 죽으면 사망신고를 합니다. 그런데 그 신고 자체는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님에도 신고의무자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신고의무자는 일정한 기간 이내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법률의 비자발성과 강제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던 배우 강수연이 심정지상태일 때, 그를 이송한 119구급대는 강수연의 의지와 무관하게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제된 공권력이 작동한 것입니다. 개인차원에서는 친구가 아파도 안가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119구급대는 출동이 강제됩니다. 이렇게 법률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사회보험은 국영보험이고 강제보험입니다. 본인이 가입하고 싶으면 가입하는 삼성생명보험이나 한화손해보험이 아닙니다. 그리고 위의 출생신고나 사망신고처럼 본인이 신고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가입한 사업장에서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로 각각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피부양자까지 신고할 의무가 사업주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신고를 게을리 하면 국민건강보험법은 ‘빳데루’를 부과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같은 사회보험법은 강행성과 비자발성이라는 법률의 속성을 원없이 국민에게 알려줍니다.
○그런데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는 어느 직장가입자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직장가입자 자격상실 및 자격변동 안내’ 통보 및 ‘사업장 직권탈퇴에 따른 가입자 자격상실 안내’ 통보를 받고 왜 자신은 직장가입자인데 지역가입자로 편입을 시켰는가라는 불만을 표시하면서 제기한 ‘사업장직권탈퇴 및 가입자자격상실처분 취소청구의소(법원의 실무에서는 ’사업장직권탈퇴및가입자자격상실처분취소청구의소‘라고 표기를 합니다. 즉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일본어의 일본식 표기를 답습한 것인데, 개선이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식 표기를 최근에는 국회가 법률의 명칭부터 띄어쓰기를 하면서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고질적인 일본베끼기는 이제 지양되어야 합니다)’에 대한 것입니다.
○위 사건에서 원고는 직장가입자로부터 지역가입자로 통지한 것 자체가 행정소송법상의 ‘처분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행정법 영역의 주요 테마인 행정소송법상의 ‘처분 등’에 대한 개념의 이해가 그 공부의 절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처분 등’의 개념은 대단히 중요한 도구개념입니다. 대법원은 위 판례에서 이 ‘처분 등’의 대표적인 개념인 ‘처분’에 대하여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며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규정을 하면서 처분성을 부정하여 각하판결을 하였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지역가입자편입신고는 사업자가 근로자의 자격상실을 전제로 상실신고를 하면서 자동적으로 지역가입자로 편입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국민은 지역가입자,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라는 강제가입장치를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건강보험시스템으로 편입됩니다. 지역가입자자 된다는 것은 사업주가 법률이 강제로 규정한 신고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지 건강보험공단이 지역가입자로 편입된 국민에게 구체적인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행정소송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처분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 2. "부작위"라 함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 ②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행정청에는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행정기관, 공공단체 및 그 기관 또는 사인이 포함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적용 대상 등) ①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은 건강보험의 가입자(이하 “가입자”라 한다)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1. 「의료급여법」에 따라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이하 “수급권자”라 한다) 2.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및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보호를 받는 사람(이하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라 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 가.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 중 건강보험의 적용을 보험자에게 신청한 사람 나.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던 사람이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로 되었으나 건강보험의 적용배제신청을 보험자에게 하지 아니한 사람 ② 제1항의 피부양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2. 직장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 3.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과 그 배우자 4. 직장가입자의 형제ㆍ자매 ③ 제2항에 따른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 기준, 취득ㆍ상실시기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제6조(가입자의 종류) ① 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②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은 직장가입자가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1. 고용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근로자 2. 「병역법」에 따른 현역병(지원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용된 하사를 포함한다), 전환복무된 사람 및 군간부후보생 3. 선거에 당선되어 취임하는 공무원으로서 매월 보수 또는 보수에 준하는 급료를 받지 아니하는 사람 4. 그 밖에 사업장의 특성, 고용 형태 및 사업의 종류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 ③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를 제외한 가입자를 말한다. 제7조(사업장의 신고) 사업장의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되면 그 때부터 14일 이내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자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제1호에 해당되어 보험자에게 신고한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제6조제2항에 따라 직장가입자가 되는 근로자ㆍ공무원 및 교직원을 사용하는 사업장(이하 “적용대상사업장”이라 한다)이 된 경우 2. 휴업ㆍ폐업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제11조(자격취득 등의 확인) ① 가입자 자격의 취득ㆍ변동 및 상실은 제8조부터 제10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자격의 취득ㆍ변동 및 상실의 시기로 소급하여 효력을 발생한다. 이 경우 보험자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② 가입자나 가입자이었던 사람 또는 피부양자나 피부양자이었던 사람은 제1항에 따른 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며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고, 행정청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갑 등에게 ‘직장가입자 자격상실 및 자격변동 안내’ 통보 및 ‘사업장 직권탈퇴에 따른 가입자 자격상실 안내’ 통보를 한 사안에서,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또는 지역가입자 자격 변동은 법령이 정하는 사유가 생기면 별도 처분 등의 개입 없이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변동의 효력이 당연히 발생하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갑 등에 대하여 가입자 자격이 변동되었다는 취지의 ‘직장가입자 자격상실 및 자격변동 안내’ 통보를 하였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장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적용대상사업장에서 제외되었다는 취지의 ‘사업장 직권탈퇴에 따른 가입자 자격상실 안내’ 통보를 하였더라도, 이는 갑 등의 가입자 자격의 변동 여부 및 시기를 확인하는 의미에서 한 사실상 통지행위에 불과할 뿐, 위 각 통보에 의하여 가입자 자격이 변동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위 각 통보로 갑 등에게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하는 의무가 발생함으로써 갑 등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위 각 통보의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그 취소를 구하는 갑 등의 소를 모두 각하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 |
○그런데 지역가입자로 편입된 국민으로서는 직장가입자가 맞다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돈을 들여서 위의 경우처럼 송사를 제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1조가 규정한 ‘자격취득 등의 확인’제도를 이용하면 비용을 들이지도 않고 지역가입자로의 편입을 다툴 수가 있습니다. 실무상 건강보험자격 확인청구를 위하여는 근로계약서, 통장내역, 출근내역 등 근로관계를 증빙할 수 있는 증거를 첨부하여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여 송사를 벌이고 싶다면 지역가입자를 전제로 부과한 건강보험료부과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선결문제로 지역가입자로의 편입이 무효라는 주장을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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