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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인사노무자료실

<‘병가’와 유급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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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법률의 영역도 그렇습니다. 인간사의 그 무수히 많은 현상을 법률로 모두 규율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전에 법률의 개입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도 있습니다. 법률로 천태만상인 인간사를 규율하려는 생각을 법률만능주의라 하는데, 아무리 유능한 법률가라 하더라도 이렇게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법률의 규정이 없는 영역은 어떻게 법률적 판단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법률은 재판규범이기에 법원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대표적인 것이 해당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법률적 정의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형사법적 문제 중 형벌법규는 해당 문제에 대하여 법률조항이 없으면 죄형법정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무죄판결하면 족하기에, 이러한 문제는 민사법적 문제에서 발생합니다. 대다수의 기업에서 실시하는 병가의 문제가 바로 이러한 문제의 하나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를 유급휴가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병가는 개념 자체를 도입하지 아니합니다. 여기에서 병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문제가 출발합니다. 그 해결책은 근로계약의 개념을 음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민법 제655조는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무와 그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자의 보수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보수임금이라 법정하면서 근로계약 시에 명시 및 교부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17조 제1). ‘근로제공임금은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쌍무계약이라 하며 양자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유상계약이라 합니다. 이 유상·쌍무계약의 성격에서 그 유명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도출됩니다. 조선시대의 머슴도 세경이라는 임금과 머슴의 근로제공이 대가적 채무였습니다. 그 이후 광작의 유행으로 소작농이 고공(雇工)’이라는 임금근로자가 되면서 화폐경제 본격화의 초석이 되기도 했습니다.

 

병가의 법률적 성격은 바로 이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서 출발합니다. 병가라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유급휴가로 규정하지 않았기에, 사용자는 병가에 대하여 무급처리를 하면 족합니다. 실은 그것이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병가를 무급처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사회 특유의 정 문화에 반하는 야박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대다수 기업이 병가에 대하여 적게는 1주일, 많게는 수개월간 유급으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한도에서는 당연히 연차휴가처럼 유급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병환이 깊어서 약정한 유급휴가기간을 초과하는 병가사유인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 역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으로 해결하면 족합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기에 정당한 해고사유가 됩니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에까지 임금을 지급하라는 계약이 아닙니다. 모든 계약은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병가기간을 초과하여 병가를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사용자가 근로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병가기간이 경과했어도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의 법률적 성질은 민법상 채무면제에 해당합니다.

 

근로계약의 법률적 성격을 다시금 음미해 봅니다.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는 채무와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라는 채무는 대가적 채무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제공의무라는 근로자의 채무를 면제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길 가는 꼬마가 귀여워서 호떡장수가 공짜로 호떡값을 포기하고 꼬마에게 그냥 호떡을 주는 것과 법률적으로 동일합니다. 호떡값이라는 꼬마의 매매대금 지급채무를 면제해주는 것과 동일한 법률적 성격을 구비합니다. 대법원은 민법상 채무면제는 채권을 무상으로 소멸시키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단독행위이고 다만 계약에 의하여도 동일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17046 판결)’이라 판시를 하지만, 대부분은 단독행위로 이행됩니다.

 

결국 병가란 근로계약의 유상성과 쌍무계약성을 기초로 이해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두호 화백의 걸작 만화 머털도사에서 머리를 뽑는 머털의 행위가 머털의 모든 도술의 기본이 된 것처럼, 근로계약의 기초개념을 이해하면 병가라는 복병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광고처럼 법률의 영역은 기본이 중요합니다.

<‘머슴들이기의 개념>
정월에 하는 세시풍속의 일종으로 한 해의 농사를 담당할 머슴을 들이는 풍속. ‘됨술 마시기’· ‘머슴계약하기’· ‘세경 정하기라고도 한다. 부유한 농촌 가정에서는 머슴을 들여 한 해 농사를 짓는다. 보통 머슴은 정월 대보름 무렵에서 2월 사이에 들이게 된다. 이때 정해진 머슴은 그해의 농사를 다 짓고 난 다음인 10월 그믐께나 섣달에 나가게 된다. 보통 머슴의 새경은 열 나흗날에 주로 정하게 되는데 머슴에게 거름을 져다 나르게 하여 주인과 머슴이 서로 논의하여 새경을 결정한다. 새경에는 머슴이 들어올 때 미리 지불하는 들새경(선새경)과 나갈 때 지불하는 날새경이 있다.
-출전 : 민속대백과 사전-


<민법>
655(고용의 의의)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근로기준법>
17(근로조건의 명시)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55조에 따른 휴일
4. 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민법상 채무면제는 채권을 무상으로 소멸시키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단독행위이고 다만 계약에 의하여도 동일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인 반면,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여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로서 그 작성형식은 원칙적으로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 피의자가 응답하는 형태를 취하므로, 비록 당해 신문과정에서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과 대질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할지라도 피의자 진술은 어디까지나 검사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진술기재 가운데 채무면제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이 곧바로 채무면제의 처분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1704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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