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와 미래노동수요>

○예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TV에서 역사를 강의하는 똘망똘망한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정통 고수는 아닌 것이 느껴졌지만, 표현력과 전달력이 출중한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자막에 ‘설민석’이라고 뜨길래 검색까지 하였습니다. 연극영화과 출신임을 알았습니다. 연극영화과 출신이기에 역사강의에도 소질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설민석이 독학으로 공부를 해도 유체역학이나 동역학이니 하는 공학의 8대 역학을 쉽게 강의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공학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공학수학과 물리, 화학 등의 인접분야의 전문지식이 수반되어야 일정한 체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은 고교부터 자연계 수학으로 축적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입니다. 그러나 이공계열의 공부는 어렵습니다. 의대가 아니면 보장된 미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취업전선에서는 압도적으로 이공계가 수월합니다. 그럼 미래의 노동수요는 어떨까 궁금합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가 경기예측분야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보다 월등한 첨단사회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점점 인문사회계열의 지식의 효용이 감소하리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과거 70년대부터 돈이 덜 드는(!) 국문학, 중문학 등 어문계열을 중심으로 백화점식 학과로도 수월하게 대학이 설립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대학생은 어지간하면 국문과 아니면 영문과 출신이었습니다.

 

○고도성장기에는 4년제 대학출신이기만 하면 일정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대출신도 9급 공무원을 지망할 정도로 기업의 인력수요가 폭망했습니다. 기업은 ‘맞춤형 인재’를 원하기에 인문사회계열 출신을 기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문사회계열의 지식은 입사 이후에도 가능한 영역이며, 교양수준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오랜 전통이전 공채제도를 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문사회계열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에는 상고출신으로도 은행과 증권회사의 취업이 가능했습니다. 상고 앞에는 주산부기학원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이제 그 어느 은행도 주산을 쓰지 않습니다. 은행 점포 자체가 감소하는 시대입니다. 은행원이 줄어도 은행의 영업이익은 더 늘어나는 역설의 시대입니다. 인문사회계열출신은 영업직이나 인사관리직 분야 외에는 크게 수요가 없습니다. 출생아가 줄면서 교대정원을 줄였듯이, 이제 인문사회계열학과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대졸백수를 위하여 학과를 유지하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배신행위입니다.

 

○본래 대학은 아카데미즘의 구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였지만, 점점 취업의 관문이라는 성격을 띠었습니다. 아무런 보장도 없이 막연하게 대학을 다닌다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란 예나 지금이나 죽는 순간까지 희망을 안고 사는 존재입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국가차원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이 필요가 없다는 학과를 유지하는 것은 인력의 낭비에 불과합니다. 미래의 노동수요는 이미 기업이 현실에서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상균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노동동향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문 연구위원은 "금융과 IT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금융의 확산과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으로 급속한 변화가 도드라진 만큼, 새로운 인력 수요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존 일자리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전공계열에 따라 고용추세를 분석했다"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문계열 종사자 수의 경우 2010년 이후 2013년까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후 주춤했으나 다시 증가해 2018년에는 2010년 종사자 수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공학계열 종사자 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2013년까지 크게 증가했다 2015년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2010년에 비해 종사자 수가 2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가 아닌 현 직장에서 근무 기간이 1년 이하인 신규 취업자의 전공계열 추세를 살펴봐도 공학계열의 강세는 눈에 띄었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8&in_cate2=1051&bi_pidx=3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