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와 채용절차법>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는 사람들이 주연배우만 기억을 합니다. 그러나 개성이 강한 조연배우의 인상적인 장면도 아울러 기억을 합니다. 장동건과 유오성의 연기와 대사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친구’에서 폭력 교사로 분해서 열연을 펼친 김광규의 명대사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였습니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는 단순히 영화의 대사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특징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대사입니다. 교사라고 하여 학생의 가정사를 물어볼 권리는 없습니다. 이 폭력 교사는 직업의 귀천을 은연 중 강조하면서, 남의 사생활인 가정사를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물어보는 실례를 범하고 있습니다. 훈계라는 미명으로 포장되는 타인에 대한 과도한 간섭 또는 오지랖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흥선대원군이 집권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전국의 서원을 철폐한 것입니다. 덕업상권(德業相勸)이라는 미명으로 서원의 선비들은 마을의 주민들을 훈계를 빌미로 매질을 하고 수탈을 했습니다. 남의 가정사를 들추고 험담을 하고도 오히려 남을 위해서 행동을 한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사생활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습니다. 서원이 사생활을 담보로 백성을 수탈하는 민간권력기구로 둔갑을 했던 것입니다.

 

○이런 악습이 기업의 채용문화에도 이어져 왔습니다. 기업은 입사지원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는 핑계로 채용과정에서 황당한 차별을 정당화하였습니다. 취준생을 중심으로 무려 수십 년간 이러한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꿈쩍하지 않았던 관행이 2019년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의 개정이 있고나서야 비로소 시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의 능력과 부모님의 직업, 재산이 무슨 관련이 있다고 과도한 ‘호구조사’를 그동안 기업들은 당연시 했습니다.

 

기업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의 아버지 직업 등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게 한 개정 채용절차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난해 7월 이후 100건이 넘는 위법 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정 채용절차법이 시행된 작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위법 행위 신고는 모두 408건이었다. 이 가운데 위법이 사실로 밝혀져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은 108건이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10267527Y   <대한민국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3(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 구인자는 구직자에 대하여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다음 각 호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구직자 본인의 용모ㆍ키ㆍ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2.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ㆍ혼인여부ㆍ재산 3.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ㆍ직업ㆍ재산 제17조(과태료) ① 제4조의2를 위반하여 채용강요 등의 행위를 한 자에게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형법」 등 다른 법률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하며, 과태료를 부과한 후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그 과태료 부과를 취소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 제4조제2항 또는 제3항을 위반하여 채용광고의 내용 또는 근로조건을 변경한 구인자 2. 제4조제4항을 위반하여 지식재산권을 자신에게 귀속하도록 강요한 구인자 3. 제4조의3을 위반하여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개인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한 구인자

○다음 기사를 보면, 국회의 국정감사과정에서 기업들이 채용절차과정에서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는 정보, 즉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를 요구하여 무려 100건이 넘는 과태료를 부과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헌법에 프라이버시권리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오지랖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타인을 훈계하는 문화도 존재합니다. 이제 사생활의 보호는 점점 법률로 강제되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이어 채용절차법은 사생활보호의 길잡이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