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중에서 ‘기본에 충실한 제품’으로 광고카피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사양’을 내건 제품도 있습니다. 전자제품의 다수가 기본기능만 쓰고 나머지 부가기능은 실제로 쓰지 않습니다.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가 체감하는 순간입니다. 인생살이에서도 기본만 하더라도 상급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기본이라는 말의 무게는 인생살이에서도 허투루 들리지 아니합니다.
○노동법의 영역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가장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그것은 ‘근로자’의 개념입니다. 혹자는 근로자 개념만 제대로 이해하면 노동법의 절반을 이해한다고 주장합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절대다수의 노동법의 법리는 근로자를 전제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배달라이더니 플랫폼노동이니 하는 말들이 이제 일상화된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 개념의 무게가 현실화될 것입니다. 근로자 개념의 광협에 따라 노동조합의 가입범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정하는 근로자 개념과 각국의 근로자 개념이 상충하여 발생하는 문제도 많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실재했던 문제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헬스장에서 근무하는 헬스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이 문제가 된 사안입니다. 직접적으로는 퇴직금청구소송입니다. 그런데 근로자이기에 퇴직금의 청구가 가능하기에, 이 사안의 핵심적인 쟁점은 다름 아닌 헬스트레이너의 근로자성입니다. 현실에서 헬스트레이너는 근로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독립한 헬스트레이너로서 사실상 사업주에게 전대차의 형식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속칭 월급쟁이로 사실상 근로자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동업을 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합니다. 헬스트레이너라는 이름만으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일관되게 ‘사용종속성’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종속성은 추상적인 어휘이기에 현실에서 그 적용이 달라질 수 있스빈다. 대법원은 물론 일선법원에서도 사용종속성을 구체화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출퇴근시간, 보수 내지 급여, 근태관리, 업무의 지시, 시설관리, 그리고 사회보험의 가입 등입니다. 다양한 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근로자와 독립한 사업자 내지 프리랜서로서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등장하는 내용은 근로자로 구분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한 설명입니다. 소송실무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근로자인가를 판단합니다.
헬스장이 트레이너의 근태를 엄격히 관리한 점, A 씨가 트레이너 역할 외에도 헬스장 지시에 따라 사무실 청소, 시설 관리, 직원 교육, 회의 참석, 매출 관리 등의 업무를 한 점, 헬스장 관리직원이 A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한 점 등을 봤을 때 헬스장이 A 씨 등 직원들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사> 헬스장과 위탁계약을 맺은 헬스트레이너도 헬스장에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헬스트레이너 A 씨가 서울의 한 헬스장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2022다27181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일 확정했다. A 씨는 2016년 4월부터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헬스장과 위탁계약을 맺고 헬스트레이너로 근무했다. A 씨는 월 80만~120만원의 기본급에 개인교습(PT)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다. A 씨는 계약을 3회 갱신하며 2018년 12월까지 일했고, 2020년 2월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https://www.lawtimes.co.kr/Case-Curation/view?serial=185927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10829 판결) |
○기본이 되는 것은 얼핏 쉽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 개념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마치 머털도사가 머리카락을 세우면서 도술의 전부를 깨달았고, 손오공이 머리카락을 뽑으면서 도술의 전부를 깨달았듯이, 근로자 개념을 이해하는 순간 노동법의 전반을 관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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