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연기자 겸 가수 신신애는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로 꽤나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지경춤이란 특이한 춤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기염을 토했습니다. 전국을 요지경춤으로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의 노래가 그린 요지경 속의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사기를 거하게 당해서 인기몰이로 모은 돈을 날린 것입니다. 인생사가 어려운 것은 자기가 한 말은 언젠가 부메랑처럼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과 같은 난제들이 무수히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사기죄의 고소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원이 사기죄로 판단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피해자가 사실 자체를 오해했거나 다소의 과장을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차용금사기와 같이 사기죄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과연 피해자인가 싶을 정도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려는 부도덕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사기죄가 아니라고 판단을 해도 가해자가 도덕적이라거나 정당하다고 확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난받을 요소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법원이 가해자를 두둔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법원은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서 사실관계를 확정합니다. 다른 그 어떤 기관보다도 사실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법원은 제소에 대하여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언젠가는 확정이 됩니다. 모든 확정판결에는 기판력이 존재합니다만, 민사확정판결에 특유한 기판력은 다투었던 권리관계에 대하여(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다툼의 당사자와 동일시해도 될 사람들(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각각 법률적 효력이 작용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법률적 효력에 불과합니다. 인생사에는 기판력이 없습니다.
○기판력과 무관하게 인생은 흘러갑니다. 승소확정판결을 받고도 패소자에게 인간관계의 단절을 받아서 영원히 화해를 못하고 원수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확정판결 자체는 당사자 간에만 미치지만 사실상 동일한 법률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숟가락을 얹어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다음 기사에 등장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정기상여금과 같은 임금이 통상임금인가 여부에만 주목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확정판결이 내려졌어도 그 판결의 효력은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에게만 미칩니다.
○확정판결에 따른 이자 등도 당연히 근로자에게만 미칩니다. 그러나 똑같은 근로를 제공하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근로자들은 배가 아픕니다. 나도 받을 수 있는 돈인데, 하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룹니다. 3년이라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가 태반이지만, 회사를 겁박합니다. 그래서 무려 10년 전의 임금까지 소급하여 받아냅니다. 물론 이자 등의 핸디캡은 인정합니다. 바로 이것이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라는 민사소송법 제218조가 현실에서 무력화되는 현장입니다.
○한국지엠 사무직 노동자들의 경우 소송에 참여해 인정받은 기간에 한해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는 점에 대하여 뿔이 단단히 났습니다. 소송을 하지 않고도 숟가락을 얹어서 사측을 겁박한 생산직 근로자들은 10년 전의 통상임금도 받는데, 본인들은 소송을 하면서 돈도 거하게 썼음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법대로 소송을 해서 받는 것이 원칙인데, 소송도 하지 않고 회사를 겁박해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임금채권까지 받아내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당사자들은 노조의 힘이라고 반길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그들이 받는 돈은 자동차 가격의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할 것입니다. 기판력이라는 제도가 우스워지는 순간입니다.
한국지엠 사무직 노동자들이 “통상임금을 이용한 갈등조장을 멈추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인천지부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 TCK)지회(지회장 안문규) 조합원 299명이 19일 오후 한국지엠 본관 앞에서 중식집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지회는 한국지엠 R&D부문 노동자 1천900여명이 가입했다. 한국지엠은 2019년 연구개발 부문을 별도법인을 세워 분리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10년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한국지엠 사무직 노동자들의 경우 소송에 참여해 인정받은 기간에 한해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다. 1·2차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3차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1천745명으로 2010년부터 2014년 2월 사이 미지급 통상임금을 받는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054 <민사소송법> 제218조(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① 확정판결은 당사자,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뒤의 승계인) 또는 그를 위하여 청구의 목적물을 소지한 사람에 대하여 효력이 미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당사자가 변론을 종결할 때(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승계사실을 진술하지 아니한 때에는 변론을 종결한 뒤(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뒤)에 승계한 것으로 추정한다. ③ 다른 사람을 위하여 원고나 피고가 된 사람에 대한 확정판결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친다. ④ 가집행의 선고에는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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