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임금관리

<퇴직금 : 포기의 금지와 불행사의 자유>

728x90
반응형

○인생사에도, 기업에도, 그리고 국가에도 흥망성쇠는 있기 마련입니다. 기업이 흥할 때는 성과급이다 보너스다 하면서 챙길 수 있지만, 기업이 기울면 퇴직금은 고사하고 월급도 못 받는 경우가 현실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근로자들 중에서 ‘회사 살리기 운동’을 벌이면서 월급을 반납하거나 퇴직금을 반납하면서 회사를 살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사례를 간혹 신문에서 봅니다. 때로는 회사의 자본감소절차, 즉 감자를 하여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를 살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은 비단 한국에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에 각종 급여를 반납하는 행위와 근로기준법에서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금품의 포기를 금지하는 규정과의 조화의 문제입니다. 조선시대에도 머슴에게 품삯을 지불하지 않는 지주는 동헌에서 원님재판을 받고 곤장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원님은 품삯을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임금 문제는 조선왕조처럼 전제국가에서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조항을 강행규정이라 하며 임금이나 퇴직금의 포기가 무효라는 실정법적 근거로 제시됩니다.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라는 단행법으로 규정이 되었지만, 임금의 후불적인 성격을 지닌 퇴직금도 이 조항으로 보장을 받습니다. 혹자는 임금이나 퇴직금의 ‘사전’ 포기만이 문제이며, 임금이나 퇴직금의 ‘사후’ 포기는 해당이 없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러나 임금의 반납도 일단은 근로자의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있습니다. 
 
○법률가는 이론가입니다. 임금의 사전포기가 금지되고, 임금의 사후포기는 허용된다는 근거는 물론, 임금의 반납이나 임금의 주식전환 등에 대하여 명쾌하게 설명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이미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이 되는 현상이기도 하기에 더욱 명쾌한 설명이 요구됩니다. 임금의 ‘사전’ 포기란 임금채권이라는 재산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말하며,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의 반납이나 주식의 전환, 나아가 퇴직금의 사후 포기는 그 실질이 향후에 받을 것을 전제로 하거나(임금의 반납과 주식의 전환) 확정된 퇴직금 전액 중에서 일부 또는 전부를 자의에 의하여 불행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본소), 2018다25502(반소))에 등장한 사례는 원고가 퇴직 후 수개월이 지나 각서를 작성한 것을 비롯해서 작성경위와 문언에 비추어 위 각서는 원고가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였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으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사후에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의문이 있습니다. 사용자인 피고와 근로자인 원고는 퇴직금 일부의 포기라는 합의 또는 불행사의 합의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이 법을 위반한 근로계약) ①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
제34조(퇴직급여 제도)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 제도에 관하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는 대로 따른다.

<대법원 판례>
1.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기간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한다.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2.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본소), 2018다25502(반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질의] 
현직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①퇴직금 포기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여 퇴직금 포기 각서를 받는 경우 어떠한 법률을 위반한 것인지, ②사용자가 이를 통해 근로자의 인건비를 착취한 부분은 어떤 법률을 위반한 것인지, ③이와 같은 행위를 몇 년 동안 지속하였을 경우 어떤 법률에 해당되는지 등 
[회시] 
ㅇ 퇴직금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인 바, 퇴직금채권이 발생하기에 앞서 사전에 그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하는 것은 강행규정인 퇴직금규정에 위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며 - 퇴직금채권의 사전 포기 합의를 이유로 퇴직 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를 위반하여 같은 법 제44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ㅇ 또한 귀 질의내용 중 인건비가 매월 1회 이상 지급되는 임금을 비롯한 법정금품 및 약정금품 등을 미지급한 것이라면,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청산), 제43조(임금지급) 등을 위반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ㅇ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에 따라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이전에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고소 제기 등을 통해 권리구제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 9. 28. 퇴직연금복지과-3539) 
○위에서 예로 제시한 임금의 반납이 행해지는 대부분의 사례는 후일 회사의 사정이 좋아지면 이자를 얹어서 준다거나 성과급조로 더 준다는 합의가 병행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기존의 임금채권의 일부에 대한 준소비대차계약이 성립하는 상황입니다. 포기라는 것은 민법상 재산권의 일방적, 그리고 궁극적인 포기를 말하며, 자유로운 의사에 행하여질 것을 전제로 합니다. 사용자의 강제에 의한 포기를 금지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취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임금이나 퇴직금의 포기란 결국 근로자와 사용자의 의사표시의 해석이라는 민법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도 동일한 결론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