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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블랙리스트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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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스펙이 일상어처럼 쓰입니다. 이는 영어 Specification의 준말로, 흔히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하여 이르는 말로 널리 설명이 됩니다. 기업이 구직자를 채용할 때, 스펙을 확인하지 않고 묻지마 채용을 강요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 헌법상의 경제질서에도 반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채용시장에서 career를 널리 활용합니다. 당연히 본인의 동의를 거쳐 평판도 확인합니다. 그리고 심층면접도 하는 기업이 다수입니다. 고 이병철 창업주가 관상쟁이까지 대동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러나 스펙이 구직자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인서울 대학 출신이지만, 인성이 파탄자이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상례입니다. LG그룹이 전통적으로 인화라는 기업모토를 토대로 인성을 중시한다는 것은 유명합니다. 이 시대는 광범위한 구직자의 정보습득이 채용의 필수아이템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기업에서 채집한 홍길동의 개인정보를 을기업에 전달하거나 왜곡해서 전달하면, 이직을 희망하는 홍길동이라는 근로자는 영영 재취업을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제40조에 취업 방해의 금지라는 제목으로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ㆍ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일명 블랙리스트 금지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등장합니다. 기업은 경쟁기업으로부터라도 스펙 이상의 구직자의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는데, 막상 구직자는 외형적 스펙 외에는 알 길이 없습니다. 구직자는 자신의 인성 등 결함을 숨기고 태연하게 재취업을 노립니다. 자기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블랙리스트 금지라는 근로기준법상의 금지규정을 방패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러는 와중에 다음 <기사>올해 초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자사 취업 금지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과거 근무한 인물들의 신상정보와 함께 정상적인 업무 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 무단결근등이 적혀있는 엑셀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라는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즉 취업 방해금지는 글자 그대로 근로자의 취업 내지 재취업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문리해석상 전직이나 신규취업의 경우에 한합니다. 동일기업 재직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실은 인사평가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검찰은 2021년 마켓컬리의 사례에서 취업방해금지 규정은 근로자가 퇴직 후 타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마켓컬리 담당자를 무혐의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쿠팡이 주장하는 사업장 내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기업의 인사관리는 인사평가를 당연한 전제로 하며, 동료근로자들의 품평도 필수적인 요소의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유명한 필라테스 강사의 사례로서, 급여를 받고 잠수(은어로 출근 거부의 의미)를 탄 필라테스 강사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올려서 취업방해금지조항을 위반한 죄목으로 기소 된 어느 필라테스교습소의 원장은 필라테스 강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문제가 없다는 항변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1662 판결)은 해당 강사들의 계약 내용과 근무형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강사들을 근로자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취업방해 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금지는 본인의 동의에 따른 평판조회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알음알음으로 지득한 정도의 활용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리스트는 야누스와 같이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 근본적인 긴장과 갈등관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사>
올해 초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자사 취업 금지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과거 근무한 인물들의 신상정보와 함께 정상적인 업무 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 무단결근등이 적혀있는 엑셀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 등은 블랙리스트 작성이 누구든지 근로자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한 불법(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쿠팡은 사업장 내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맞섰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70925071


<근로기준법>
40(취업 방해의 금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ㆍ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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