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카멜레온 그 자체, 문자메시지>

728x90
반응형

문자는 차갑습니다.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담고 있어도 문자화되는 순간 그 사랑의 감정은 차갑게 식어버린 화석이 됩니다. 미움 그 이상을 담고 싶어도 문자로 남는 순간 평범한 미움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관공서의 기록물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지난 시절의 애상을 회상하면 느끼는 그 오롯한 감정들의 편린도 그냥 싸늘하게 식은 밥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싸늘하게 굳은 화석과 같은 문자는 천년을 갑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아니 먼 후손에게도, 비록 그 뜨거운 생생한 감정은 전할 수는 없어도, 전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달리 해석하는 비극을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어도 문자는 의미 자체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은 서면에 문자로 남기는 것이 기본입니다. 동영상이나 사진이 더 정확한 의사의 전달수단이지만, 문서보다 더 강력한 보관기능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면에 의한 보관 및 전달을 법률에 강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엄청나게 오랜 기간 동안 문자는 서면에만 고정되어 있었지만, 이제 문자는 스마트폰, 그리고 온라인공간에서도 생성되고 전달됩니다. 그리고 법률적 문제를 남깁니다.

 

문자는 인간군상의 다양한 행동을 반영합니다. 의사의 전달에만 충실한 경우도 있지만, 과격한 감정의 표출, 나아가 범죄의 수단이거나 범죄 그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물을 마신 뱀이 독을 품을 수도 있지만, 불타는 사막에서는 생명일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문자라도 일상에서는 굳이 서면을 고수하지는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주고받아도 가능하고, 온라인상으로도 가능합니다. 서태지의 난 알아요에서는 연애편지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단정합니다. 그러나 요즘 연애편지를 주고받은 연인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필기구의 기능이 위축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법률 중에서는 오로지 서면만을 고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서면해고통지제도입니다.

 

아날로그시대를 고수하는 일본과 달리 IT강국 한국에서는 이미 기업내부의 전산망(인트라넷)이 확립된 상태에서는 이메일과 같은 전자문서를 통한 의사의 전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해고사유를 서면에 담은 해고만이 유효하다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제도에 이메일과 같은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41401판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는 문서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기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해고는 아닙니다(서울행정법원 2013. 9. 12. 선고 2012구합36941 판결).

 

연인 사이에서, 그리고 부모자식 사이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훈훈한 문자메시지가 보편적이지만, LG트윈스의 레전드 박용택이 최강야구김성근 감독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이례적인(!) 사랑의 표출도 문자메시지는 자신이 가진 기능의 일부임을 공인합니다. 또한 선발출전을 희망하는 다른 선수들의 로비에도 활용이 됩니다. 불륜의 정황을 증명하는 증거로도 문자메시지는 작동을 합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는 카멜레온입니다. 범죄의 수단으로 또는 범죄 그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5814판결)은 보편적인 문자메시지의 하나인 카카오톡 메시지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항 제3, 44조의7 1항 제3호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안은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해고의 의사표시를 하자(문자메시지 해고는 위법하고 무효), 피해자인 근로자가 반발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카카오 톡 메시지 7회 발송 및 전화통화 2회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은 사안입니다. 해당 사안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의 사안으로 현재는 양 죄 모두 해당이 되어 형법상 상상적 경합이나 경합범으로 처벌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해당 사안에서 대법원은 전체적인 내용은 해고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고지한 것에 불과하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현안이 된 해고 방식의 고용관계 종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 혹은 이에 관한 협의 과정의 급박하고 격앙된 형태 내지 전개라고 볼 수 있을 뿐 피해자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송사는 패가망신이라는 말처럼 대법원까지 피고인인 대표이사가 겪을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문자메시지는 문서를 상당부분 대체한 분명 편리한 문명의 이기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법률은 문자를 서면에만 담으라고 강제하는 경우도 있고, 문자 그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조심 또 조심하고 감정에 휩싸여서 문자를 하지 않도록 채찍질이 필요합니다.

 

<근로기준법>
27(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중략
. 상대방등에게 우편ㆍ전화ㆍ팩스 또는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이하 물건등이라 한다)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이 상대방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
중략
.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방등의 이름, 명칭, 사진, 영상 또는 신분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이 상대방등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
2.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대법원 판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74조 제1항 제3, 44조의7 1항 제3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여기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상대방에게 보낸 문언의 내용과 그 표현 방법 및 함축된 의미, 피고인과 상대방 사이의 관계, 문언을 보낸 경위, 횟수 및 그 전후의 사정, 상대방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776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이 범죄는 구성요건상 위 조항에서 정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는 일정 행위의 반복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일련의 불안감 조성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각 행위 상호간에 일시ㆍ장소의 근접, 방법의 유사성, 기회의 동일, 범의의 계속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전체적으로 상대방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여야만 하고, 그와 같이 평가될 수 없는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여러 번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각 행위의 구체적 내용 및 정도에 따라 협박죄나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행위 등 별개의 범죄로 처벌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 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4351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11595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5914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5814판결)


<서울행정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의 서면이란 종이로 된 문서를 의미하고, 전자문서는 사용자가 전자결재체계를 완비하여 전자문서로 모든 업무의 기안, 결재, 시행 과정을 관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위 조항의 서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는데, 이 사건 카페의 규모 및 영업의 종류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카페에서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위와 같은 전자문서에 준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참가인들이 수습 근로자라 하더라도 서면통지 제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 규정은 수습 근로자에 대해서도 적용되므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서울행정법원 2013. 9. 12. 선고 2012구합36941 판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