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에서 쓰는 민법은 무려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현대 민법체계는 수 천년 전에 완성된 셈입니다. 성경을 보더라도 로마는 현대국가체제를 상당 부분 구비하고 있습니다. Pax Romana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에 반하여 노동법은 19세기를 거쳐서 20세기에 이르러 완성된 법률체계입니다. 그리고 최근 플랫폼노동의 경우처럼 아직도 생성이 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다만, 노동법은 민법의 원리를 수정·보완한 체계이며, 노동법의 공백영역은 여전히 민법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노동법 교과서에는 전혀 언급이 없는 부분 중의 하나가 변제충당의 문제입니다. 실무에서는 대단히 자주 문제가 되나, 노동법 교과서에는 이상하게 언급 자체가 없는 부분입니다. 변제충당의 문제는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발생합니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2281, 22298 판결). 임금은 정기불의 원칙이 적용되어 정기적으로 발생하고, 퇴직금은 퇴직 시에 발생하지만, 입사년도 이후 매년 산정할 수 있으며, 특히 최우선변제권의 기초가 되는 퇴직 시로부터 소급하여 3년분의 퇴직금은 실무상으로도 중요합니다.
○임금정기불의 원칙에 따라 사용자가 임금을 체불한 경우에 어떻게 체불임금을 충당하는가의 문제와 같이 복수의 임금채무가 있는 경우에 그 충당의 순서에 대한 문제가 변제충당의 문제입니다. 민법은 지정충당과 법정충당의 순서를 제시합니다. 변제권자인 사용자가 지정하는 것이 우선이고, 변제수령권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정변제충당입니다. 지정변제충당이 없는 경우에는 변제의 이익을 고려하여 민법 제477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가 법정변제충당입니다.
○이러한 변제충당의 원리는 퇴직연금의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사용자가 법정부담금을 전액변제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도 변제충당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이론을 그대로 수용하였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퇴직연금의 충당에 대한 것이지만, 체불임금의 충당의 경우에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됨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476조(지정변제충당) ①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는 변제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②변제자가 전항의 지정을 하지 아니할 때에는 변제받는 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변제자가 그 충당에 대하여 즉시 이의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전2항의 변제충당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한다. 제477조(법정변제충당)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한다. 1. 채무중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도래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면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2. 채무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3.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같으면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나 먼저 도래할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4. 전2호의 사항이 같은 때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변제충당의 문제는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발생하는바, 채무가 1개인지 수개인지는 보통 발생 원인에 따라 이를 정하여야 할 것인데,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피담보채무가 여러 차례에 걸쳐 대여받은 채무들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 그 피담보채무는 발생 원인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수개의 채무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2281, 22298 판결)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에 관해서는 민법 제479조에 충당 순서가 법정되어 있고 지정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6조는 준용되지 않으므로 당사자가 법정 순서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충당 순서를 지정할 수 없다. 민법 제479조에 따라 변제충당을 할 때 지연손해금은 이자와 같이 보아 원본보다 먼저 충당된다.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있다면 법정변제충당의 순서와 달리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합의가 있는지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다204787 판결)
문서번호 : 근로복지과-3392 회시일자 : 2011. 12. 22.
질의요지 ○ 질의1) 확정급여형(DB)퇴직연금에 있어 ‘지정변제충당’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이며 지정변제충당의 합의는 객관적으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질의2)지정변제에 관하여 사업주와 아무런 약정이나 합의가 없는 경우 은행 으로부터 받은 퇴직연금은 시기적으로 먼저 발생한 퇴직금을 변제받은 것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회시내용 ○ 퇴직연금에 있어 ‘지정변제충당’이란 퇴직연금 전체 가입기간 동안 사업주가 납부하여야할 퇴직연금 부담금 중 일부가 납부된 경우 사업주 또는 근로자가 특정해의 퇴직급여로 납부한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 근로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급여액은 지정된 특정해의 퇴직급여를 지급 받은 것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고, -질의2)와 같이 특정해의 퇴직급여로 납부한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지정변제 충당)가 없는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급여액은 퇴직연금 가입 기간을 기산일로 하여 시기적으로 먼저 발생한 기간의 퇴직급여를 변제받은 것으로 처리하고(법정변제충당) -이때의 지정변제 충당 합의 여부는 퇴직금연금규약 또는 특약사항이나 합의서 등 유?무형의 의사표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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