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채권의 동시배당과 이시배당>

○법률의 속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담보제도입니다. 사람을 불신하기에 담보를 설정하고, 각서를 쓰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합니다. 법률은 인간불신을 전제로 만드는 것입니다. 성악설을 주창했던 사람들이 춘추시대의 법가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담보의 대표주자인 저당권은 채권의 담보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입니다. 그런데 채권자는 기왕이면 ‘쎄고 화끈하게’ 담보력을 확보하기를 원합니다. 아쉬운 것은 채무자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담보물에 저당권을 설정해 줍니다. 이것이 공동저당제도입니다. 민법상 토지와 건물은 별개의 부동산입니다. 토지위의 건물은 대부분 공동저당을 합니다. 수개의 부동산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이자가 비교적 저렴합니다. 그러나 은행은 대부분 1순위의 저당, 정확히는 근저당만을 설정합니다. 또한 전술한 공동저당을 합니다. 그런데 은행이 저당권을 현금화하는 것은 경매나 공매절차에서 배당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배당의 실무에서 언제나 복병으로 등장하는 것은 최우선순위권을 지닌 임금채권입니다. 매매대금채권이나 대여금채권 등 각종 채권을 구분함이 없이 기본적으로 채권은 동등한 지위에 있습니다. 이것을 채권자평등의 원칙이라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원칙에는 예외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임금채권이 그렇습니다.

 

○공동저당권자는 공동저당물의 배당절차에서 현금화를 하여 자신의 채권을 실현합니다. 그러나 현금화라는 것은 누군가 저당물을 낙찰받아 돈을 납부하여야 가능합니다. 현금화가 되지 않으면 막연한 기대이익만 존재합니다. 또한 공동저당물은 설정시에는 동시에 하더라도 배당은 다르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이 현금화가 쉬운 부동산이 있고, 임야나 섬같이 현금화가 몇 년이 걸리는 부동산도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제368조 제1항을 규정하여 공동저당물을 동시에 배당하는 경우, 가령, 아파트와 그 대지를 공동배당하는 경우에는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배당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공동저당물의 현금화 가능성은 전술한 대로 부동산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어느 한 부동산에서 우선적으로 배당하는 경우가 실무상 무척이나 많습니다. 이 경우를 대비하여 민법은 같은 조 제2항에 우선적으로 배당하는 부동산에서 전부를 배당받을 수도 있음을 규정하였습니다.

 

○위 민법 조문의 위력이 실무상 발휘되는 것은 임금채권의 경우입니다. 공동저당권자는 공동저당물의 동시배당의 경우에 각 부동산에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기대이익이 있습니다. 그 기대이익은 임금채권자가 최우선변제를 받는 상황이라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위 조문을 임금채권자가 최우선변제를 받는 상황에도 유추를 하여 ‘같은 조 제2항 후문을 유추적용하여 위와 같이 불이익을 받은 저당권자로서는 임금채권자가 위 수 개의 부동산으로부터 동시에 배당받았다면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의 한도 안에서 선순위자인 임금채권자를 대위하여 다른 부동산의 경매절차에서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48399 판결).’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민법> 제368조(공동저당과 대가의 배당, 차순위자의 대위) ①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그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한다. ② 전항의 저당부동산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경우에는 그 대가에서 그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 그 경매한 부동산의 차순위저당권자는 선순위저당권자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에서 선순위자를 대위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38조(임금채권의 우선변제) ① 임금, 재해보상금, 그 밖에 근로 관계로 인한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질권)ㆍ저당권 또는 「동산ㆍ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 외에는 조세ㆍ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다만, 질권ㆍ저당권 또는 「동산ㆍ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에 우선하는 조세ㆍ공과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ㆍ저당권 또는 「동산ㆍ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 조세ㆍ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1. 최종 3개월분의 임금 2. 재해보상금   임금채권 우선특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 등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으로서, 사용자 소유의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가 먼저 경매되어 그 경매대가에서 임금채권자가 우선특권에 따라 우선변제 받은 결과 그 경매한 부동산의 저당권자가 민법 제368조 제1항에 의하여 위 수 개의 부동산으로부터 임금채권이 동시배당되는 경우보다 불이익을 받은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 후문을 유추적용하여 위와 같이 불이익을 받은 저당권자로서는 임금채권자가 위 수 개의 부동산으로부터 동시에 배당받았다면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의 한도 안에서 선순위자인 임금채권자를 대위하여 다른 부동산의 경매절차에서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48399 판결)

○저당권의 순위는 결국 채권의 배당순위인데, 임금채권이 최우선변제를 받는다는 최우선배당순위임을 주목하여 내린 판결입니다. 임금채권과 공동저당물의 동시배당 및 이시배당의 문제는 배당채권 중에서 임금채권이 있는 경우에 자주 등장하는 문제입니다. 경매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이 문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