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에서 임금체불을 항의하는 근로자에게 사용자가 폭행을 가한 뒤에 폭력 하나마다 값을 매겨서 체불임금과 일방적으로 상계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법을 떠나서 임금채권을 폭행에 의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민법 제496조는 이러한 폐단을 막으려고 폭행과 같은 고의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 즉 상계당하는 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상계는 흔히들 금전채권과 같이 동종의 채권들을 ‘퉁치는 행위’로 소멸시키는 행위로서 고대부터 널리 행해지는 간이 채권소멸행위입니다. 상계를 규율하는 것은 민법 제492조입니다. 제1항은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가 이행기가 도래한 경우에 각 채무자가 대등액에 대하여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제493조 제1항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즉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강학상 형성권이라 합니다.
○그런데 상계는 모든 채권에 대하여 허용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법 제492조 제1항 단서는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않으면 상계를 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무의 성질을 보통 일신전속적 행위인 채권이나 법률에 의하여 금지하는 채권을 들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전액불의 원칙을 규정한 임금채권이 상계가 불허된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합니다. 그 의미는 사용자가 아무리 채권이 많아도 우선 임금은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강제를 말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금전채권이 있는 경우는 돈을 빌려줬다거나 근로자가 사용자의 재산에 손해를 가한 경우 등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채권을 변제받지도 못하는데, 상계도 불허된다면 흔히들 말하는 ‘뚜겅이 열리는 상황’이 됩니다. 실무상 이런 문제는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미친 척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합니다.
○이제 법률적 해결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막연히 상계가 금지된다는 점만 서술하고 실제로 사용자가 상계를 한 경우에 대하여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거나 위법하고 무효라는 주장만을 구렁이가 담장을 넘어가듯이 간략하게 서술합니다. 그러한 태도는 옳지 못합니다. 화끈하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 민법상으로는 무효가 맞습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만족하면 그냥 그걸로 종국적으로 퉁칠 수도 있습니다. 즉 상대적 무효입니다.
○실무상 근로자가 전액불의 원칙을 존중한 사용자의 선의를 악용하여 임금과 퇴직금을 받고 그대로 실종이 되는, 속칭 ‘잠수를 타는’ 경우가 제법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채권을 하늘에 날려버리는 쓰라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용자는 반격을 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상계권의 행사와 비스므레하게 됩니다. 상계의 금지는 실제로는 그리 강력한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의 반격방법을 음미해 봅니다.
○첫째 방법은
<민법> 제492조(상계의 요건) ①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은 당사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493조(상계의 방법, 효과) ①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 의사표시에는 조건 또는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 ②상계의 의사표시는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 관하여 소멸한 것으로 본다. 제496조(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금지)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상계가 불허되지만 상계가 되었다고 우기면서 근로자의 고용노동청의 진정이나 고소를 기다리고, 민사소송에 응대하는 경우입니다. 상계가 불허되는 것을 알지만 상계의 효과를 우기면 고용노동청이나 검찰에서는 합의를 종용하거나 합의가 안되면 그냥 기소유예로 종결합니다. 법원에 가서도 판사는 합의를 권고합니다. 민사소송에서는 당연히 상계가 허용되므로, 청구기각의 판결을 내립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상계권의 행사는 절반 정도는 인정이 됩니다.
○둘째 방법은 근로자의 통장을 가압류한 후에 그 통장에 임금과 퇴직금을 입금하는 방법입니다. 좋든 싫든 이 경우에 근로자는 소송을 하여야 합니다. 가압류이의신청과 본안제소명령에 의한 본안소송이 이어지는데, 근로자는 애가 닳고 때로는 피눈물이 납니다. 그냥 사용자의 상계주장을 수용할 것을 하고 후회를 합니다. 이 경우에도 상계권의 행사는 사실상 관철이 됩니다.
<민법> 제492조(상계의 요건) ①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은 당사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493조(상계의 방법, 효과) ①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 의사표시에는 조건 또는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 ②상계의 의사표시는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 관하여 소멸한 것으로 본다. 제496조(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금지)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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