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제일 짜증 나는 말이 학교 선생님들이 ‘일본은 어떤데 우리나라는 어떻다.’라는 비교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비교 자체가 부당하거나 양국인의 개별적 특성을 무시하는 비교방법론 자체가 부적절함에도 한국과 한국인을 무조건 깍아내리는 자학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가령, ‘일본은 예의가 바르다.’라는 말은 그 자체가 논리적으로 틀린 말입니다. 일본은 추상적인 국가이기에 자연인을 전제로 하는 ‘예의’가 성립할 수도 없고, 나아가 ‘예의’를 갖추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굳이 일본인이 예의가 바르다, 라고 사용하려면 일본인 전체가 예의가 바르다는 객관적인 통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 어떤 통계도 없습니다. 실은 예의의 평가지표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지표입니다.
○일본인 중에서도 흉악범이 있고, 파렴치범이 있으며, 인격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균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것은 계량화가 불가능한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인당 GDP가 높다거나 국가의 외환보유고가 많다는 등의 계량이 가능한 영역은 있습니다. 2000년 전후까지 적어도 이런 분야에서 일본이 한국을 ‘저만치’ 앞서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잘산다는 것은 일본의 대기업이나 국가가 돈이 많다는 것이고, 일본인 모두가 돈이 많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에서도 극빈층이 있습니다. 마치 인류역사상 최강의 부유국인 미국에서도 극빈자와 아사자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반면(해외여행의 허가제인 이유도 있지만!),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것은.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잦았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부자나라의 국민인 일본인들이 가난한 나라 한국에 와서는 풍족하게 쇼핑을 하지 않고 ‘근검절약’을 하는 것이 아리송했습니다. 근검절약이라는 것은 좋게 말하면 ‘검소함’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궁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당시 일본인들이 ‘궁상’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중에서야 당시 일본인의 평균적인 삶이 그렇게 풍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혹자는 일본이 지금도 해외에 300조라는 부동산 등 자산이 있다고 강변을 합니다. 그러나 국가나 대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예나 지금이나, 평범한 시민의 재산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국인 중에서 극빈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겪었고,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었습니다. 양국 모두 풍파를 겪은 것입니다. 양국의 경제지표는 상당히 근접했습니다. 해외여행객의 숫자라는 경제지표를 봅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2023년 현재 1인당 한일 양국의 여행객의 숫자를 보면 한일간의 격차는 그리 큰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한국과 일본은 1인당 GDP에 있어서 격차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2000년 전후까지도 일본 공중파 방송국이나 평범한 일본인 대다수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무시하거나 무지했던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이제 일본인 절대 다수는 한국을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혐한은 한국 자체를 모르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두 <기사>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양국의 1인당 GDP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국 모두 고령화에 신음하고, 출산율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쓴웃음이 저절로 나는 동병상련의 상태가 구슬픕니다.
<기사1>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 소위원회는 28일 최저임금을 전국 평균 시급 기준 1천2엔(약 9천189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최저임금 기준이 1천엔을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최저임금 기준은 종전 961엔보다 41엔(4.3%) 인상되는 것으로, 현재와 같은 조정 방식이 도입된 2002년도 이후 가장 큰 증액이다. 새 기준은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일본의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달라 도도부현 지방심의회에서 다시 지역 실정에 맞는 최저임금을 정하게 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임금 인상은 가장 중요한 과제중 하나"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경제재정 운영지침을 통해 올해 전국 평균 기준 최저임금을 1천엔대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5% 오른 시급 9천860원으로 결정돼 현재 환율 기준으로는 일본 최저임금 전국 평균을 근소하게 웃돌게 됐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099820?sid=102 <기사2>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보다 2.5% 오른 9천860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결정한 데 대해 26일 "재심의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관련 질의에 "최저임금위원회가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 국민 여론을 감안해 독립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문재인 정부 때는 1.5%(2021년) 오른 적이 있다"며 "인상률이 1.5%든 16.4%(2018년)든 재심의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093885?sid=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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