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은 잉글랜드의 비운의 왕비 앤 불린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물론 O.S.T.도 히트를 해서 아직까지 영화음악 중 명곡으로도 꼽힙니다. 앤 불린은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죄목으로 남편인 헨리8세에게 버림을 받고 참수까지 당했습니다. 부부의 연을 맺고 자식을 낳은 부인을 죽이기까지 했던 헨리8세가 잔인하기 그지없습니다. 조선시대 숙종도 자기와 부부의 연을 맺었던 장희빈을 악마화 시키고 끝내 사약으로 죽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비운의 왕비들을 보면, 현대의 이혼법제가 구축되기까지 동서고금을 통하여 부인에 대한 축출혼이 당연시 되었다는 점을 간접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제도는 이런 축출혼에 대한 역사적 반성에서 도입되었습니다. 물론 한국 민법에만 특유한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재산분할의 대상인 재산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 즉 공동재산이 원칙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동재산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인 특유재산(민법 제830조)과 구분됩니다. 법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특유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님이 원칙이지만, 대법원(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등)은 부부 중 일방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타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가정법원은 특유재산의 분할기준을 결혼생활 10년으로 삼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 근거는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재산분할의 기준 정립을 위한 방안 연구서'라는 논문인데, 판사들이 이 논문을 기초로 특유재산의 분할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특유재산 기준 1). 혼인 중에 부부 중 일방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상속·증여 제외)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에 포함하고, 2).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전 취득한 재산은 혼인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며, 3).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중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혼인기간 10년 이상+재산보유기간 10년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실질적인 혼인 기간(배우자의 가입기간 중의 혼인 기간으로서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하여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에는 분할연금의 대상이 된다고 봅니다(국민연금법 제64조, 공무원연금법 제45조). 또한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에는 약 40% 내외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보는 법원의 판단기준과 더하여 ‘가성비의 5년, 약속의 10년’이라는 비아냥이 남초커뮤니트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도한 재산분할문제로 부유한 남성을 중심으로 혼인을 기피하거나 부유한 여성만을 혼인대상자로 삼는 풍조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산분할문제를 둘러 싼 논쟁과는 별개로 위 공적연금의 분할청구제도는 특유재산인 공적연금도 분할대상이라는 점을 입법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공적연금은 보수 내지 임금의 일부분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특유재산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사업주 또는 국가)가 반분하는 것도 결국은 근로자의 몫이므로 이 또한 특유재산에 속합니다. 공적연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면 퇴직금은 임금의 후불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나아가 개인형퇴직연금 모두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5. “급여”란 퇴직급여제도나 제25조에 따른 개인형퇴직연금제도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연금 또는 일시금을 말한다. 6. “퇴직급여제도”란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및 제8조에 따른 퇴직금제도를 말한다. 7. “퇴직연금제도”란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및 개인형퇴직연금제도를 말한다. 제4조(퇴직급여제도의 설정) ①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라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는 경우에 하나의 사업에서 급여 및 부담금 산정방법의 적용 등에 관하여 차등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 중략 <국민연금법> 제64조(분할연금 수급권자 등) ① 혼인 기간(배우자의 가입기간 중의 혼인 기간으로서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하여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5년 이상인 자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이하 “분할연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 1.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 2.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3. 60세가 되었을 것 ② 제1항에 따른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액(부양가족연금액은 제외한다)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 한다. 중략 <공무원연금법> 제45조(분할연금 수급권자 등) ① 혼인기간(배우자가 공무원으로서 재직한 기간 중의 혼인기간으로서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하여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5년 이상인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 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사람의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이하 “분할연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 1.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 2. 배우자였던 사람이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 수급권자일 것 3. 65세가 되었을 것 ②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사람의 퇴직연금액 또는 조기퇴직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 한다. 중략 <대법원 판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청구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혼을 한 경우 당사자는 배우자, 자녀 등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산분할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법원은 청산적 요소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고려하여 재산을 분할하게 된다. 또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불행사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므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파산재단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2. 7. 28.자 2022스613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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