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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해임된 교원과 행정소송법상 법률상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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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히스 레저의 메소드 연기로도 유명한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는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악당들의 이전투구하는 클리셰를 특별하게 반복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것은 악당 우두머리인 조커가 은행을 털던 동료 악당들을 범행이 끝나자마자 차례로 죽이는 설정입니다. 과거 서부영화부터 갱영화까지 악당들은 의리, 우정 등을 내세우지만, 돈에 미쳐서 동료들을 서슴없이 죽이는 장면이 전형적인 클리셰로 자리잡았습니다. 유오성과 장동건의 역작 친구에서도 돈 앞에서 무너지는 우정과 의리가 적나라하게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만 돈을 두고 다투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을 섞은 사이인 부부 간의 소송은 물론 가족 간의 소송도 아주 흔합니다. 심지어 부자 간의 볼썽 사나운 소송도 존재합니다. 그 대부분은 당연히 돈 문제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는 하지만, 돈보다는 묽은 것이 아닌가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두고 싸우는 것은 거의 대부분 법률상 쟁송이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법률상 쟁송이란 법률상 이익이 있다는 전제입니다. 법률상 이익이 존재하여야 비로소 법원의 공권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인간사의 애정, 우애, 의리 등에 대하여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행정법을 배우면서 누구나 고민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원고적격이라는 표제를 둔 행정소송법 제12조입니다. 12조 본문은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에서 법률상 이익에 대하여 학설이 대립합니다. 수험법학을 위하여 대부분의 학도들은 이 학설들을 외웁니다.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뭔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면서 학설의 의미를 상상합니다. 그런데 법률은 현실을 규율하는 것이며 모든 행정소송은 원고적격이 있는 자가 제기하는 것이기에, 전술한 금전적 이해관계에 있는 자는 일단 원고적격이 있다고 역으로 해석하면 역설적으로 학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송이 금전분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전적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면 최소한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역발상이 가능합니다. 실은 이것은 소박한 국민의 직관적인 시각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바로 소박한 법률인식을 반영한 판결을 하였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24. 2. 8. 선고 202250571 판결)사립학교 교원이 해임처분 시부터 당연퇴직사유 발생 시까지의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 내지 이익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문의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 즉 돈을 받을 권리에 대한 금전분쟁은 역으로 법률상 이익으로 보는 것이 국민상식에도 부합합니다.

대법원의 사안은 사립학교 교원인 원고가 교원의 해고 등에 대한 특별행정심판제도를 규정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교원지위법)’ 소정의 소청심사청구를 한 후에 원고에 대한 집행유예의 유죄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하여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입니다. 비록 당연퇴직을 하더라도 해임처분 시부터 당연퇴직사유 발생 시까지의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 내지 이익을 다툴 수는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보수지급청구권의 존부는 본안의 문제로서 소송요건의 문제인 원고적격과는 별개의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판례는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52386 전원합의체 판결 )과 국화빵같은 법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도 근로자이므로, 실은 법리가 달라지는 것 자체가 이상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금전분쟁인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대법원은 다툴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이것은 소박한 국민법감정에도 부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행정소송법>
12(원고적격)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


<근로기준법>
30(구제명령 등) 노동위원회는 제29조에 따른 심문을 끝내고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여야 하며, 부당해고등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정하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1항에 따른 판정, 구제명령 및 기각결정은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각각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해고에 대한 구제명령만을 말한다)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原職復職)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가 원직복직(해고 이외의 경우는 원상회복을 말한다)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금품(해고 이외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에 준하는 금품을 말한다)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교원소청심사제도에 관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이라고 한다)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립학교 교원이 소청심사청구를 하여 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던 중 형사판결 확정 등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하여 교원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해임처분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면 해임처분일부터 당연퇴직사유 발생일까지의 기간에 대한 보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소청심사청구를 기각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교원지위법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국공립학교 교원과 마찬가지로 소청심사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교원소청심사제도에 관한 구 교원지위법(2021. 3. 23. 법률 제179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의 관련 규정(1, 9조 제1, 10, 10조의3 )에 비추어 보면, 교원소청심사제도는 사립학교 교원과 국공립학교 교원의 징계 등 불리한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통일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학교법인에 대한 국가의 실효적인 감독권 행사를 보장하고,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여 적어도 국공립학교 교원에 대한 구제절차에 상응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사립학교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지위향상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나 취지가 있다. 이러한 신분보장 등을 위해서는 교원소청심사제도를 통해 학교법인의 징계 등 불리한 처분으로 박탈되거나 침해되는 사립학교 교원의 지위나 이익이 회복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 교원이 당연퇴직사유의 발생으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징계 등의 처분에 따른 법률상 불이익이 남아 있다면 소청심사청구를 기각한 피고의 결정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 등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그 불이익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원소청심사제도의 목적이나 취지에 부합한다.
2) 사립학교 교원은 해임처분의 효력이 없을 경우 해임처분일부터 당연퇴직사유의 발생으로 임용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되므로, 해임처분이 무효인지 여부는 보수지급청구권의 존부와 직결된다. 사립학교 교원이 행정소송에서 소청심사청구 기각결정에 대한 취소판결을 받을 경우 그 취소판결의 기속력 등에 의하여 해임처분의 효력은 소멸될 수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 교원이 해임처분으로 교원이라는 지위 외에도 그 지위를 전제로 한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 또는 이익에도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소청심사청구 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유지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해임기간 중의 보수 상당액을 지급받기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정이 소의 이익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교원지위법은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방법에 따른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신속간이하며 경제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기 위하여 교원소청심사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립학교 교원이 해임기간 중 받지 못한 보수를 지급받기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그와 별개로 교원소청심사제도 및 행정소송을 통해 해임이 위법함을 확인받는 방법으로 보수 상당액의 손실을 사실상 회복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4) 절차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립학교 교원이 신속한 구제를 받기 위하여 행정적 구제절차인 교원소청심사제도를 이용하였는데 중간에 임용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그 청구인을 구제절차 및 쟁송절차에서 배제하여 그동안 당사자들이 한 주장과 증거제출,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진행한 사실조사 및 심사, 법원의 심리 등을 모두 무위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비록 원직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사립학교 교원이 해임기간 중의 보수를 지급받을 여지가 있다면, 분쟁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해결을 위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5) 대법원은 국공립학교 교원(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13487 판결,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5001 판결 등)이나 근로자(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52386 전원합의체 판결)가 행정소송 계속 중에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해임기간 또는 해고기간 중의 보수 내지 임금을 지급받을 이익을 법률상 이익으로 보아 소의 이익을 인정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은 신분이 보장되는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형평이나 균형상 소의 이익을 판단할 때 국공립학교 교원 및 근로자의 경우와 유사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4. 2. 8. 선고 20225057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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