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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어느 한국인 구글 임원의 해고를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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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용등급, 노동시장의 유연성, 글로벌 스탠다드

 

IMF구제금융을 둘러싸고 당시 언론에서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등장한 말들입니다. 당시 국민들은 국가도 신용등급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불어 억양이 진한 미셀 캉드쉬 IMF총재가 한국 정부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법제화 해야 한다고 점령군처럼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거북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식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식이 곧 국제표준, 즉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강변하는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선후보들은 IMF구제금융을 위해서는 각서를 써야만 했습니다. 전형적인 항복문서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에 너무나 가혹한 조건이기에, 향후 재협상을 해보자는 김대중 후보에 대하여 이회창 후보가 사죄하라는 요구까지 가해졌습니다.

 

IMF는 무늬만 국제기구이고, 실제로는 미국의 유태계 금융자본의 놀이터입니다. 당초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창립부터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IMF구제금융을 빌미로 유태계 자본은 한국 대기업의 주식을 헐값으로 쓸어담았고, 아직도 외국계 대주주로 군림하면서 천문학적인 거액의 배당금을 매년 챙겨갑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국의 자본이 대거 한국에 유입되면서 한국은 미국식 경영기법이 확산되었고,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정착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식 정리해고제도는 마지노선으로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을 필두로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에는 비영어권 출신으로 미국의 글로벌기업 구글에서 무려 16년을 근무한 한국인 정김경숙 씨의 이메일 정리해고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해고 자체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근로기준법 제23조 제1), 그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1). 대법원(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41401 판결)도 이메일 해고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합니다. 바로 이것이 해고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물론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산업분야에서 이메일로 해고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철강, 자동차 등의 산업분야와 같이 잭 런던의 강철군화가 묘사한 산업에서는 아직도 해고가 경직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김경숙 씨의 이메일 해고 사연이 각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면서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미국식의 해고자유화가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적폐 586’이 대거 퇴장을 하면서 이대남들의 취업숨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러나 이대남들의 이런 맹목이 무척이나 유감입니다. 1). 해고의 경직성은 586이 대학생인 시절부터 이미 존재했던 근로기준법상의 규정이며, 2). 586 중에서 운동권은 소수였다는 것이 사실이기에, 586을 단일개체화하여 펼치는 논리 자체가 일반화의 오류이며, 3). 586세대가 무려 천만 명 정도 되는데, 그 시절의 4년제 대학 정원은 고졸자의 20%에 불과했으며, 4). 이대남들이 희망하는 대기업, 공무원, 공공기관 등은 대부분 노동조합이 존재하여 고용의 안정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오류는 해고의 자유, 즉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어 자유로운 정리해고가 가능한 것은 지구상에서 오로지 미국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다시 IMF구제금융 당시로 돌아갑니다. 당시 미국의 저명한 대학의 경제학 박사를 받은 분들 중에서 TV에 자주 출연하여 해고의 유연성을 강조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남의 일이라고 해고의 유연성을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 엄청나게 짜증이 났습니다. 본인들부터 해고의 유연성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면전에서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정규직 교수라고 하여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이미 인간의 예의를 상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제학 박사 출신이 취업할 수 있는 공간은 대학이나 관료, 대기업의 연구소 등 특정한 분야에 국한됩니다. 게다가 박사 출신이라고 하여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될 이유는 없습니다. 당시에도 박사 출신 비정규직 대학 강사의 열악한 처우가 사회문제화 되었습니다. 지금도 중국의 명문대 출신 석, 박사의 배달알바도 중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대남들이 진짜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정리해고 이후에도 아무나채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였습니다. ‘586의 대거 정리해고 = 이대남의 대거 신규채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레퍼럴(referral, 추천)이라는 것이 바로 이대남들이 간과한 것입니다. 정리해고 이후에도 회사를 운영하려면 신입사원이 아닌 경력직이 다시 필요합니다. 이때 활용이 되는 것이 추천제도입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586이라는 경력직을 대거 정리해고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실무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신입교육이 필요한 이대남을 채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SK와이번스를 창단하면서 기존 구단의 선수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동시에 신입선수를 채용한 전례를 생각하면 됩니다. 김병현이 뛰었던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무엇보다도 586의 대거 정리해고는 소비시장의 붕괴, 교육시장의 파탄이 초래됩니다. 일부이지만, 이대남들의 맹목이 무척이나 유감입니다.

<기사>
"구글은 제 인생의 거의 99%였습니다. 제 별명이 '뼛속까지 구글러'였어요. 그만큼 나의 회사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심장을 떼면 죽는 것처럼 구글이라는 정체성을 잃으니 상실감이 컸어요" 비영어권 출신 최초로 구글 본사 커뮤니케이션팀 디렉터가 됐다가 작년 초 정리해고 당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지낸 정김경숙(56·로이스 김) 씨는 한국법인을 포함해 16년간 몸담았던 구글이 자신을 내쳤을 때의 기분을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해고 통지 후 정김씨는 충격을 딛고 슈퍼마켓 체인점인 트레이더 조의 크루 멤버(시급제 매장 직원)와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또 승차공유 서비스업체 리프트의 운전사로도 활동하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펫시팅도 하는 등 이른바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로 살았다.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40526/1515740


<근로기준법>
23(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7(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


<대법원 판례>
여기서 서면이란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의미하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는 구별되지만,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3조는 이 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전자문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문서로서의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출력이 즉시 가능한 상태의 전자문서는 사실상 종이 형태의 서면과 다를 바 없고 저장과 보관에 있어서 지속성이나 정확성이 더 보장될 수도 있는 점, 이메일(e-mail)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단지 이메일 등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라는 이유만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가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앞서 본 해고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4140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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