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돈을 벌려는 의도입니다. 물욕을 지닌 인간은 도파민의 지배를 받아 더 돈을 벌기 위하여 무리수를 시도합니다. 근로자를 쥐어짜는 것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이미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노동법의 역사는 이런 불행한 역사를 반성하면서 생성되었습니다. 그래서 법률가들은 근로자의 보호에 주목하면서 법리를 개발했습니다. 이름하여 ‘사용자의 보호의무’입니다. 혹자는 사용자는 임금이라는 돈만 주면 ‘만고 땡’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근로관계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증명하였습니다.
○대법원도 보호의무를 인정합니다. 이 보호의무를 대법원은 근로자파견관계(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였습니다(근로자파견에서의 근로 및 지휘·명령 관계의 성격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그 자신도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고, 파견사업주는 이를 전제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며, 파견근로자 역시 사용사업주가 위와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는 주로 신체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위해의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지만,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는 그 이상의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법률가들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은 ‘안전배려의무’에서 ‘안전’자를 뺀 ‘배려의무’라는 의무가 존재함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의 해석론을 통하여 육아기 여성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최초의 판례입니다. 법리로는 누구나 주장할 수 있지만, 대법원이 실정법을 해석하면서 명문으로 도출하는 의무는 그 무게가 다릅니다. 사안의 주인공은 인력업체에서 고용되어 무려 8년 9개월간 근무했다가 인력업체가 바뀌면서 고용승계된 고속도로 영업소 서무주임으로, 1세, 6세 자녀를 양육하는 워킹맘이었습니다. 바로 이점을 대법원이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워킹맘’이라는 일상적인 표현을 그대로 쓴 것이 신기합니다.
○인력업체(용역업체)가 변경되면 의례적으로 수습기간을 설정하는데, 이 부분은 무리가 있습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이 지배하는 영역이라도 이미 장기간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수습기간’을 설정하는 수습근로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습니다. 이 사안이 바로 그런 경우이며, 법리 이전에 국민상식에도 반합니다. 가령, PL에서 검증된 실력을 지닌 손흥민이 독일의 분데스리가에 이적하면서 입단테스트를 한다면(인력업체가 변경된다고 수습근로계약을 체결하자고 한다면), 정말로 이상한 일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다50580 판결)은 ‘수습사원 근로계약은 원고를 수습사원으로 채용한 후 일정기간 동안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여 본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종의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이라고 법리를 전개하였습니다. 이미 검증이 끝난 직원을 검증을 위한 수습근로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에게 모욕적이기까지 합니다.
○위 사안은 해당 근로자에게 ‘초번 근무(새벽 근무) 거부 및 공휴일 무단결근’을 이유로 시용기간 만료 후 본채용 거부를 통보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다투어지는 사안이었습니다. 해당 근로자, 즉 수습기간을 약정한 워킹맘인 원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사업주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하여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설시하면서, 배려의무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원심까지는 근로자의 수습기간 중의 근로의무 이행여부만을 주목하다가 비로소 사용자의 배려의무를 주목한 것입니다. 사용자가 원고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기간 동안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기에,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하고 근태 항목에서 상당한 감점을 당하여 본채용 거부통보를 받기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판결 자체가 드라마틱한 논리의 전개과정입니다. 그리고 배려의무라는 사용자의 법적 의무를 명확하게 한 점이 이 판결의 의의입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의5(육아지원을 위한 그 밖의 조치) ①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2. 연장근로의 제한 3.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 4.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할 경우 고용 효과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1>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다50580 판결) <대법원 판례2>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헌법 제36조 제1항, 제10조,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서(헌법재판소 2000. 4. 27. 선고 98헌가16 등 결정 참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은 양육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측면을 법률로써 구체화하여 근로자의 양육을 배려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주의 일․가정 양립 지원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특히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이하 ‘육아기 근로자’라 한다)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을 비롯하여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는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사업주가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시간 등에서 배려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의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바, 이때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의 규모 및 인력 운영의 여건, 사업 운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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