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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부당해고와 원직복직, 그리고 대기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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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시성(詩聖) 두보가 지은 춘망(春望)이라는 한시에는 그 유명한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망했어도 산천은 변함이 없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라라는 추상적인 단체와 자연은 본시부터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마치 우·러 전쟁과 무관하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밭에 심어진 밀은 무럭무럭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두보의 이 시는 엉터리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망한 나라에서도 의연한 산천을 보고 기특하고 감개무량한 심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을 보고 감탄한 이상화 시인의 심경도 그랬습니다.

 

정당해고이든 부당해고이든 그 결과에 관계없이 근로자는 물론 사용자도 식사와 취침 등 일상생활을 누려야 합니다. 특히 사업장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업장이 어떤 사정에 의하여, 특히 영세사업장의 경우에, 인원의 구조조정이나 조직의 변화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해고는 근로자에게는 커다란 아픔이겠지만, 원직복직을 원하는 경우라면 역설적으로 원직복직을 하려는 사업장이 종전과 동일한 경영환경을 희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업장이 인력재배치나 조직의 변화가 있는 경우에 원직복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부당해고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하려해도 원직 자체가 없는 경우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상식적이지만 묘책을 제시합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원칙적으로 원직에 복귀시켜야 할 것이나, 해고 이후 복직 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그 일이 비록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4. 7. 29. 944295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52041 판결).’라고 판시하여 종전과 비슷한 일에 복직시켜야 한다고 원칙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종전의 직위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원직을 방해하려고 해당 직위 자체를 없애는 경우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경우에는 사용자는 원직복직하는 근로자를 대기발령할 수 있습니다. 대기발령은 상당수 해당 근로자를 징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공무원법상의 직위해제도 그 취지가 유사합니다.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지속되거나 원직복직 근로자에게 대한 보복으로도 행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기발령은 사용자에게는 금전적 손실이 됩니다. 근로자는 놀고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기발령의 적법성은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사용자가 부당해고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그 대기발령이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인사명령으로서 원직복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253744 판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그 대기발령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에게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종합적으로 사정을 고려하되, ‘신의칙에 의한 검토를 주문했습니다.

 

인간사가 천태만상이라는 내용을 담은 유행가가 존재하듯이 대기발령도 인간사의 일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 대법원 판결에 담긴 취지는 충분히 수용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판단하기까지는 머나먼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30(구제명령 등) 노동위원회는 제29조에 따른 심문을 끝내고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여야 하며, 부당해고등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정하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1항에 따른 판정, 구제명령 및 기각결정은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각각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해고에 대한 구제명령만을 말한다)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原職復職)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가 원직복직(해고 이외의 경우는 원상회복을 말한다)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금품(해고 이외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에 준하는 금품을 말한다)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1>
사용자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원칙적으로 원직에 복귀시켜야 할 것이나, 해고 이후 복직 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그 일이 비록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1994. 7. 29. 944295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52041 판결)


<대법원 판례2>
사용자가 부당해고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그 대기발령이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인사명령으로서 원직복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그 대기발령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에게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25374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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