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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맥가이버, 그 이름은 CCTV, 그리고 개인정보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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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현직 성우는 ‘타잔’과 ‘뽀빠이’의 목소리의 주인공입니다. 뽀빠이는 아무래도 만화영화니까 전 국민이 알 수는 없었지만, 1970년대 주말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외화 타잔의 목소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그 누구도 모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생전에 김현직은 외부에서 말을 하다 보면, ‘어디에서 타잔 목소리가 들린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리고 택시를 타더라도 ‘타잔이 택시를 탄 것 같다.’는 택시기사의 반응도 회고했습니다. 지금은 성우의 존재감이 많이 소멸하였지만, 과거 성우는 외화나 만화영화의 더빙을 통하여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표적인 캐릭터가 존재하면 성우는 해당 캐릭터가 곧 페르소나도 됩니다.

 

○베테랑 성우 배한성은 맥가이버를 자신의 인생 캐릭터로 말합니다. 수십 년 성우 인생 중에서 가장 대중의 머리에 남은 것이 맥가이버이기 때문입니다. 맥가이버는 주말황금시간대에 방영된 마지막 히트작인 외화(정확히는 ‘미국 드라마’)이며, 당시 전 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기념비적인 시청률을 과시한 맥가이버 이후에는 외화 자체가 인기가 수그러들었고, 나중에는 주말황금시간대에 외화가 방영되기 어려웠습니다. 맥가이버가 그토록 인기를 누렸던 것은 맨손으로 엄청난 장치를 간단한 물리학적, 화학적 지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어떤 절체절명의 위기라도 살상이나 무기도 없이 단순한 지식만으로 해결한다는 발상이 기발했습니다. 맥가이버는 지금도 거의 외래어가 되어서 ‘만능해결’ 또는 ‘척척박사’ 정도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바로 그 맥가이버가 CCTV입니다. CCTV가 왜 맥가이버인가는 긴말이 필요없습니다. 다음 유튜브를 보면, CCTV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CCTV는 만국공통입니다. 담배가게에 침입한 강도들의 범행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완벽한 증거가 있을 수 없습니다.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증인보다 더 정확합니다. 그러나 CCTV의 기능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화재나 범죄예방, 질서유지, 범죄수사 등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그에 한정하지 않고 공장 등 작업현장에서의 기계결함의 발견이나 원인규명 등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지구상에서 CCTV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나라는 아예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ujAYxzN8wA

 

 

○그러나 CCTV의 기능이 전부 순기능인 것은 아닙니다. CCTV에 찍힌 개개인의 얼굴은 그 자체가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소박한 국민의 시각으로도 CCTV에 찍히면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은 인지합니다. 당연히 사업장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도 그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사업주는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가 회사의 재물을 훔치거나 근무를 게을리하는 것을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는 자신의 얼굴을 포함한 사생활이 동영상으로 영원히 기록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양자의 이익충돌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양자의 이익충돌은 법원에서 소송(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의 형태로 발현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GM 군산공장(회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는 자재 도난과 일부 공장 외벽 등에 화재 발생의 화를 입었습니다. 당연히 회사는 대책을 강구하다가 가장 확실한 대책으로 시설물 안전, 화재 감시 등을 이유로 이 사건 CCTV 설치공사를 시작하였으며, 노동조합은 각 근로자의 정보보호를 이유로, 즉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에서 규정한 개인정보 수집의 원칙적 요건인 근로자의 동의, 즉 정보주체의 동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의 논리를 관철하자면,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수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그 많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거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상의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세칭 강성노조가 사업장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양자 그 어느 경우에도 동의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법관의 시각에서는 노동조합이 순순히 동의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동의 등을 사업주의 약점으로 생각하며 일종의 대 사용자 전략으로 활용(!)합니다. 맥가이버인 CCTV 자체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서 주목되는 것 중의 하나가 출근시간의 조정입니다. 본래 근무시간은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입사 당시에 포괄적으로 경영의 효율성, 필요성을 이유로 사전에 포괄적인 동의를 할 수 있습니다. 업무의 성격상 근무시간의 변경필요성은 존재합니다. 가령, 여름철 빙과류의 초과생산을 위한 연장근무와 같이 계절별, 상황별 근무시간의 변경은 상존합니다. 우·러 전쟁으로 방산기업의 연장근무도 그런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일이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요구한다면 1년이 되도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괄적인 사전동의는 가능하며 필요하기도 합니다. 근로기준법상의 탄력근무제는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제도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지휘·감독권을 보유합니다. 육안으로도, 이메일 등 전자장치로도 가능합니다. 당연히 CCTV로도 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거대기업은 사무실과 공장, 그리고 판매장소 등이 별개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이런 장소들을 왕래하기 마련입니다. 동일 사업장이라면 동일한 잣대로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생산직들이 모여서 업무를 수행하는 공장 등을 비공개장소로 보아 각 근로자의 동의나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봤습니다. 법리적으로는 동의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전술한 대로, 강성노조를 만나면사실상 CCTV를 통한 근로자의 근태감시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법원의 시각이 아쉬운 것은 CCTV가 맥가이버라는 점을 간과한 대목입니다. CCTV는 외부의 범인은 물론 내부의 범인도 감시하고 범죄를 예방하며, 범죄의 증거가 됩니다. 고장 등 오작동의 원인 및 화재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육안으로 사용자가 매일 보는 근로자를 CCTV를 통하여 본다고 특별히 더 인권의 침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유튜브에 산재한 각종 동영상 중에서 내부의 적에 의한 범죄행위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대법원의 법리는 재고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15(개인정보의 수집·이용)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중략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20(협의 사항) 협의회가 협의하여야 할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중략
14.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


<대법원 판결>
이 사건 CCTV 카메라 중 공장부지 내부를 촬영하는 19대의 설치는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은 바 없어 개인정보 보호법15조 제1항 제1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같은 항 제2호 내지 제5호의 요건에도 해당할 여지가 없으므로 제6호의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에 관한 규정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에 대한 근거가 되므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함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정보 보호법1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는 경우가 원칙적인 모습이 되어야 하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의 수집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하므로 그 요건 또한 가급적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제15조 제1항 제6호의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의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191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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