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가 왜 망했는가에 대하여는 구구한 의견이 있습니다. 뭐든 그렇지만 그 원인이 하나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경제학상 ‘본인 - 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는 뺄 수 없는 원인입니다. 국민경제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자원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소유권이 부정되므로, 효율적 자원분배의 전제가 되는 자원에 대하여 애착이 없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물욕을 지닌 인간본성을 부정하는 사적 소유권의 부정은 재화에 대하여 ‘내 꺼 아닌데!’하는 생각이 지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국민 전체가 공무원이 되는 것이 공산주의이므로, 사유재산제가 전제되는 자본주의와는 달리 감시체계가 효율적일 수가 없습니다.
○교사가 없는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무서운 것이 없기에 난장판이 됩니다. 이것이 가장 기초적인 본인(principal)과 대리인(agents) 사이의 문제입니다. 공산주의는 사적 소유권이 부정되므로 ‘본인’이 애착을 갖고 ‘대리인’을 감시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대리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구체적 사안을 ‘본인’이 잘 모르기에(정보의 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 감시 자체가 효율적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본인 – 대리인’의 문제를 ‘대리인의 딜레마(agency dilemma)’라 합니다.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moral hazard)를 방지할 수단이 대두됩니다.
○뭐든 그렇지만 필요는 발명을 낳습니다. 그것이 근로기준법상 재량근로시간제도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에 대하여 가산수당이라는 금전적 보상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연장근로의 요건은 1). 상시 5인 이상의 사업장일 것, 2), 노사 간에 연장근로의 합의가 있을 것, 3), 연장되는 근로가 본래의 근로와 동등한 가치를 지닐 것, 4). 법정근로시간 이내일 것이라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법률적으로는 요건이 아니지만, 위 대리인 딜레마와 관련한 현실적인 요건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본인의 감시가능성입니다. 본인이 감시를 할 수 없다면 연장근로를 하는지 낮잠을 자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본인인 사용자가 효율적인 감시가 어려운 경우에 아예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퉁치는(간주하는)’ 제도를 마련했는데, 그것이 재량근로시간제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아예 소정근로시간, 즉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마련하였으니, 이를 가리켜 재량근로시간제도라 합니다. 출장 등의 사유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예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다음 <기사>에는 재량근로시간제와 관련한 법원의 판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연인즉 외근이 주된 근무내용은 담배판매사원의 연장근로수당의 소송에서 이들이 주장하는 연장근로를 인정할 수 있는가 여부입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위에서 적은 연장근로의 요건 중 1). 연장근로의 합의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고, 2). 소정근로시간 내에서는 연장근로 자체와 양립불가능한 재량근로의 약정이 존재하므로, 재량근로시간으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담배판매사원의 직무는 담배를 편의점 등 소매점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왕창’ 사는 바람에 지참한 담배를 전부 판매했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당일 근무는 종료입니다. 근로시간이 짧아질 수도 있음에도 당일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것이 재량근로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연장근로를 주장하는 근거인 담배판매사원의 ‘PDA 입력’의 의미를 평가절하합니다. ‘PDA 입력’이란 사용자가 감시하는 공간이 아닌 곳에서도 입력이 가능하기에, 즉 전술한 본인의 감시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도 입력이 가능하기에, ‘본인 – 대리인’의 문제로 회귀하는 것이며, 이는 증거력(증명력)의 불인정이라는 민사소송법의 증명책임의 문제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담배판매사원이 승소를 하려면, 1). 재량근로시간제에서 약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사실, 2). 연장근로수당의 미지급의 사실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재량근로시간제가 존재한다면, 재량근로시간제에서 약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약정은 이례적인 사실이므로, 그 연장근로의 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을 요구하였고(민사소송법상 증명책임에 대한 법규기준설), 근로자들은 이러한 이례적인 사실이라는 간접사실을 증명하지 못하여 패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재량근로시간제 자체가 연장근로수당제도에 대한 예외적 법현상인 것인데, 그것에 대한 연장근로시간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사> 판매사원은 담배와 PDA를 지참해 거래처를 방문하면서 담배를 판매하고 수금한 후 재고나 발주 수량, 판매 대금 등은 PDA에 입력한다. 점포관리사원은 담배 진열 등 판촉물의 설치ㆍ관리 등을 수행한다. 이들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지점으로 출근해 전달사항을 확인한 후 각 거래처에 방문하고 업무수행 내역을 PDA에 입력한다. 회사는 외근이 잦은 이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외근으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정해진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 A 씨 등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이들의 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점심시간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이다. 다만 영업사원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간주근로시간제에 따르고 구체적인 업무 개시와 종료 시간 등은 영업지점에서 정한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영업사원들은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PDA에 기록된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사원의 경우 지점에 출근하는 오전 8시 30분부터 PDA를 회사 전산망과 동기화한 시각까지를 근무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7&gopage=&bi_pidx=34297&sPrm=in_cate$$117@@in_cate2$$0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①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②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 ③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그 서면 합의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1. 대상 업무 2.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3. 근로시간의 산정은 그 서면 합의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 ④ 제1항과 제3항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대법원 판례> 구 근로기준법(1996. 12. 31. 법률 제5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1항은 8시간 근로제에 대한 예외의 하나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는바, 여기서 당사자 간의 합의라 함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개별적 합의를 의미한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개별 근로자와의 연장근로에 관한 합의는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할 필요는 없고 근로계약 등으로 미리 이를 약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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