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마당발’로 유명한 박지원 전 의원은 촌철살인이 담긴 해학으로 국민들을 웃게끔 만든 대변인으로도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박지원 전 의원의 대변인 시절 멘트로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김건모의 히트곡 ‘핑계’의 가사, ‘니가 지금 나라면은 웃을 수 있니?’라는 대목을 들어서 당시 정부·여당을 비판한 부분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한자성어보다 귀에 팍 꽂히는 멘트입니다.
○노동법의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영역은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시각을 기준으로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주가 사업을 시작해야 비로소 근로자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사업주의 시각도 중요합니다. 전 국민이 자영업자라면 노동법은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전 국민이 자영업자인 원시시대에는 노동법의 필요성 자체가 없습니다. 유명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경우와 같은 사례에서는 노동법적 쟁점 자체가 없습니다. 박노해 시인은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다.’라는 멘트를 남겼지만,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라면 아무도 사업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김건모의 ‘핑계’ 가사를 음미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토트넘 구단의 콘테 감독은 손흥민이 예뻐서 손흥민의 교체도중에 손흥민의 볼에 뽀뽀를 했습니다. 영국 현지에서도 엄청난 화제였습니다. 콘테 감독의 전력 구상에서 손흥민이 핵심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업주의 시각에서도 예쁜 근로자가 있고, 미운 근로자가 있습니다. 일을 시키면 척척 하는 근로자가 예쁜 것이고, 불평만 하고 일은 대충하는 근로자는 밉기 마련입니다. 또한 근로는 양과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공무원이라도 동사무소 공무원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간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근로 자체도 재량적 성격이 있을 수 있고, 도급적 성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차이를 근로기준법은 구분을 하지 않고 오로지 근로시간 원툴, 즉 양적으로만 통제하고 있습니다.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입니다. 연장근로를 합한 주 52시간제를 마치 원칙인 양 설명하는 이가 있지만,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제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법정근로시간제도는 모두 양적인 규제입니다. 엄연히 현실에서 질적인 차이가 존재함에도 질적인 차이를 법률로 규제하기 어렵기에 양적인 규제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는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근로시간계산의 특례제도를 통하여 질적인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58조 제1항의 특례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꼭 사업장 밖이어야 하는가 의문이 있지만, 사업장 안에서는 재량근로시간제(같은 제3항)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근로기준법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사업장 안에서까지 계산특례제도가 적용되는 것은 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부가 아니라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는 경우에도 적용되기에, 양자의 차이는 크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취지는 사용자가 근로시간의 효율적 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취지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당해 근로의 특성 때문입니다. 가령, 영업사원이나 배달사원의 경우에 근로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부과된 업무를 수행하면, 즉 질적으로 유능한 근로자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에 부과된 업무를 종료하기만 하면 꼭 근로시간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그리고 경제적 이유가 사업주에게는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시각에서는 아마도 사업장 내에서라도 부과된 업무를 완수하면 그냥 퇴근시켜주고픈 욕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결과가 중요하지 근로시간은 덜 중요한 것이며, 이것은 근로시간의 양보다는 질, 더 정확하게는 결과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근로시간의 계산특례제도는 현실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근로란 양적인 측면만이 아닌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려하여야 하는 요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제도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은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를 임금이라는 돈을 주고 매수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다분히 상식적인 이치를 음미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①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②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 중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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