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세대라 그런지 밴차량을 타고 내리는 걸그룹 멤버들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관심 있게 보려고는 하는데, 눈썰미가 구려서인지 영 구분을 못합니다.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뉴진스 멤버들 “2주일 내 민희진 대표 복귀 안되면 전속계약 해지”’라는 라는 제목의 다음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선일보의 연예란 기사에 헤드라인에 오른 것을 보면 아마도 정상권 걸그룹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뉴진스 멤버와 일면식도 없으며, 멤버가 몇 명인지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적어도 법률적 측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기에 검토해 봅니다.
○거의 모든 소송이 돈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까지 송사를 벌이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박병호(야구 선수 박병호와 동명이인입니다)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송사는 패가망신’이라는 말까지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58237 판결)은 ‘전속계약’ 또는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이라 불리는 계약에 대하여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이란 소속사나 매니저가 연예인의 연예업무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하고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는 연예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 그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례에서 ‘전속계약의 법적 성질은 민법상 전형적인 위임계약으로 볼 수 없고 위임과 비슷한 무명계약에 해당하는데, 위 전속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그 존속과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되어 있으므로 연예인인 갑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위 전속계약이 기본적으로 위임계약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닌바’라고 판시하여 민법상 위임과 같이 볼 수 없다, 즉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고, 민법의 일반원칙, 즉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지가 가능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대법원의 사례 외에 일반적으로도 연예인이 ‘뜨면’, 즉 인기를 얻으면 민법상 위임의 법리(민법 제689조)를 악용하여 제한없이 소속사에 계약의 해지를 할 수 있다면, 전속계약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 분명하며 엔터업계를 카오스로 몰아갈 것입니다. 대법원의 법리는 위 사안을 넘어 일반적인 법리로 수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뉴진스의 내용증명의 요지는, 1). 민희진 전 대표이사를 복직시켜라, 2). 뉴진스와 체결한 전속계약의 중대한 불이행을 시인하면서 이를 사과하라, 3).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 라는 것으로 요약이 됩니다. 민희진의 대표이사 복귀는 상법상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소속 걸그룹이 요구할 내용은 아닙니다. 주주나 이사의 권리를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2).와 3).의 내용은 동전의 양면인데, 과연 이들의 소속사인 어도어나 하이브(이들 모두 상법상 주식회사입니다)의 중대한 계약위반, 즉 채무불이행이 존재하는지가 관건입니다. 민법은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해지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나(제543조 제1항), 법률의 규정에 의한 해지는 바로 채무불이행에 해지를 말하며(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당사자가 약정하는 경우도 대부분 그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에서 유의할 것이 있습니다. 채무불이행이란 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불이행하는 것입니다. 강학상 계속적 채권관계라 불리는 전속계약의 해지는 신의성실에 비추어 그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인 경우에 한합니다(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은 서울고등법원 2017. 8. 17. 선고 2016나2027557 판결도 같은 취지). 따라서 뉴진스의 내용증명 중에서 적시한 특정 멤버에게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거나 모회사인 하이브의 문건 작성만으로는 채무불이행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걸그룹에 대한 평가는 근로자나 프로스포츠선수들에 대한 근무평가와 동질적인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향후 재판에서는 전속계약의 본질적 부분을 위반한 점과 신뢰관계의 훼손을 뉴진스 측에서 증명하여야 합니다.
○걸그룹은 기본적으로 외모에 노래, 안무 등 재능이 출중한 소녀들이 연습생부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탄생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대박이 나면 거액을 받는 것이 사회적으로 수용이 됩니다. 뉴진스가 탄생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모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송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뉴진스의 요구를 어도어나 하이브에서 수용하기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원만한 타협으로 건강한 연예활동으로 팬의 사랑을 되찾기를 빕니다.
<기사> 그룹 뉴진스가 13일 소속사 어도어에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진스는 이날 김민지, 하니 팜, 마쉬 다니엘, 강해린, 이혜인 등 멤버 다섯명의 본명으로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보내 이 같이 요구했다. 이 문서에는 “예전처럼 어도어의 경영과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민 전 대표가 담당하도록 해 달라”며 “뉴진스가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2024년 3월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활동했던 그때의 어도어로 돌려놓으라. 민 전 대표와 함께 앞으로 보여줄 음악과 무대, 새롭고 창의적인 활동들로 꿈에 부풀어 있던 뉴진스가 그립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70150?sid=103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제661조(부득이한 사유와 해지권)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제689조(위임의 상호해지의 자유) ①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②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이란 소속사나 매니저가 연예인의 연예업무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하고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는 연예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 그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5823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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