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소환하는 말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부제 수업’과 ‘만원버스’입니다. 모두 학생수가 넘치는 상황에서 발생한 말입니다. 검정색 교복을 입은 중고생이 ‘오라이’ 하는 안내양의 목소리를 따라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등하교를 하는 상황은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만원버스가 일상적이라면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버스회사는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시내버스는 특정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버스인데, 이 노선을 행정관청이 지정하는 것을 강학상 ‘특허’라고 합니다. 특허하면 특허청이나 특허법원을 연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강학상 특허는 광의의 영업허가의 일종입니다. 노선허가를 둘러싸고 이전투구는 상수였습니다.
○법, 하면 뭔가 복잡하고 짜증이 나는 감정을 누구나 느낍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닥치는 상황은 대부분 법률이 규율합니다. 전술한 시내버스를 규율하는 법률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그 법률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입니다. 여객법 제3조는 ‘노선(路線)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구역(區域)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규정하고 있는데, 전자는 흔히 보는 노선버스를 규율하는 사업이고, 후자는 택시사업을 규율하는 사업입니다. 1970년대의 만원버스는 전자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에는 만원버스덕분에 버스회사는 큰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봉고차나 자가용차를 이용한 등하교의 급증이라는 중대변수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1970년대와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하자 행정관청의 태도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시내버스회사가 적자를 감내하면서 버스운행을 기피하자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 버스의 준공영제입니다. 준공영제는 글자 그대로 국가, 지자체 등 공공부분이 시내버스의 운영을 담당하는 제도입니다. 시내버스의 운행 등 전반적인 경영은 기존의 버스회사가 그대로 하기에, 준공영제는 사실상 금전지원 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원버스에서 준공영제로 변신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법률은 현실을 규율하기에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준공영제는 강학상 수익행정으로 불리는 것으로서 추상적인 근거법조는 존재하여야 합니다. 여객법 제50조는 국가는 물론 지자체에게도 금전지원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음 <기사>는 경기도버스노조의 파업위기에 등장한 경기도 지사가 공공관리제를 통한 준공영제의 확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공관리제는 시내버스회사를 경기도가 경영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버스요금 등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적자노선에 경기도의 세금을 들어부어 메꾼다는 의미입니다. 시내버스는 아직도 시민의 발입니다. 대중교통은 일상생활의 동반자임은 물론 국민경제의 실핏줄이기도 합니다. 국가나 지자체나 대중교통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과거 1970년대와는 달리 준공영제라는 세금 먹는 하마를 도입해야 합니다. 준공영제는 일부 노선버스회사의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간판인 노선버스는 운행이 되어야 합니다. 버스를 바라보는 국가 및 지자체의 정책 담당자는 물론 대부분의 시민은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습니다.
○준공영제의 확대에 따라 버스기사의 근무환경은 반사적으로 좋아졌습니다. 노선버스 기사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59조가 규정한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에 인정되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제도가 배제됩니다. 또한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이 보장됩니다(제59조 제2항). 이는 노선버스 기사의 과로로 인한 교통사고의 발생을 원천차단하려는 것인데, 준영제의 확대에 따라 노선버스회사의 재정이 안정화되었기에 가능해졌습니다.
<기사> 경기지역 52개 버스 업체 노조가 속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가 전면 파업을 예고한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25일 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측과 최종 조정회의에서 극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 위기는 경기도가 지난달부터 도입하기로 한 일반 시내버스 대상 준공영제인 '공공관리제'를 내년으로 미루며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에 김동연 경기지사가 상중에도 협상장을 찾아 2027년까지 공공관리제 전면 시행을 확약하면서 노사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 경기도는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1천100여개 노선 6천200여 대의 일반 시내버스를 공공관리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1천200대씩, 2026년에는 1천700대, 2027년에는 2천100대를 공공관리제로 전환해 준공영제를 도입하게 된다. 경기도 전체 버스 1만500여 대 중 2천700여 대 광역버스는 이미 '공공버스'로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고, 벽지 노선 등 1천여 대는 시군이 국비 지원이나 자체 재원을 활용해 사실상 준공영제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일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전면 시행 시 경기도의 모든 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288905?sid=102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조(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종류) 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노선(路線)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운행하려는 구간(이하 “노선”이라 한다)을 정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2. 구역(區域)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사업구역을 정하여 그 사업 구역 안에서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제50조(재정 지원) ① 국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에게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 1. 자동차의 고급화나 터미널의 현대화 2. 수익성이 없는 노선의 운행 3. 공동시설이나 안전관리시설의 확충과 개선 4. 낡은 차량의 대체(代替) 5. 터미널의 이전이나 규모ㆍ구조ㆍ설비의 확충ㆍ개선 6.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시설ㆍ장비의 확충 또는 개선 7.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을 위하여 필요한 시설ㆍ설비의 설치 및 개선 8. 경제적ㆍ환경친화적 안전운전 및 관리를 지원하는 시설ㆍ장비의 확충과 개선 9. 그 밖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진흥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② 시ㆍ도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에게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조 또는 융자의 대상 및 방법과 보조금 또는 융자금의 상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해당 시ㆍ도의 조례로 정한다.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① 「통계법」 제22조제1항에 따라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산업에 관한 표준의 중분류 또는 소분류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에는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週)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다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제1항제1호에 따른 노선(路線)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제외한다. 중략 ② 제1항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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