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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안전

<건설현장소장과 지입차주,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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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제가 방위병 훈련병으로 복무 중일 때 신병교육대 조교가 ‘총기수입’을 철저히 하라는 말을 듣고 ‘수입’이 뭔가 어리둥절했습니다. 문맥상 수입이란 손질이라는 것으로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일상에서 ‘수입’을 손질이라는 의미로는 전혀 쓰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일본어를 배운 후에야 비로소 수입(手入)이란 손질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를 직수입한 것을 알았습니다. 일본어로는 ‘手入れ(ていれ)’라고 쓰면서 테이레라고 읽는 것도 알았습니다. 실제로 테이레는 ‘문장을 손질하다(文章(ぶんしょう)の手入(ていれ))’와 같이 손질의 의미로 쓰입니다. 

○한중일 3국이 쓰는 한자어는 대략 90% 내외는 일치합니다. 그러나 각자의 나라에서 쓰는 한자어 중에서 다른 2 나라에서 쓰이지 않는 경우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지입차주와 같이 ‘지입(持込)’이라는 말도 위의 수입처럼 일상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순수 일본어입니다. 그러나 지입차량이나 지입차주처럼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해서 쓰다보니까 법원에서도 정식 국어로 인정하여 판결문을 작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현재 국토교통부는 ‘차량위·수탁’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점차 지입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입이라는 말은 일본어로 ‘持(ち)込み’라고 씁니다. 발음은 ‘모치코미’라고 읽는데, 持(もつ. 모츠)라는 동사의 명사형이 모치이고, 込(こむ, 코무)라는 동사의 명사형이 코미입니다. 한자어만으로 풀이해도 ‘지참하여 들어오다’라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 실제로도 ‘ノートの持込もちこみ禁止(노트 지참금지)’라는 일본어로 쓰입니다. 여기에서 법률용어로 쓰이는 지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입이란 차량의 소유자가 차량을 지참하여 자동차운수회사에 갖고 들어오는 것을 말하며, 차량운송영업은 오로지 자동차운수회사만 할 수 있는 자동차운송사업법령상의 규제 때문에 그러한 지입제도가 생성되었습니다.  

○지입차주는 하도급업자처럼 차량의 운행을 통한 인력 및 화물의 운송을 위탁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입차주에게 운송이라는 작업을 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즉 도급과 고용의 양 측면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이 지입의 속성입니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등에서는 특수형태근로자(일명 ‘특고’)로 규정하여 가급적 산재보상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근로자는 아니기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는 보호를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건설현장의 사업주, 즉 원도급업자에게는 지입차주란 하도급업자의 성격도 구비하고 특고의 성격도 구비하였기에, 원도급업자에게 지입차주의 보호의 법률적 책임이 있는가, 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의 책임이 있는가 의문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안법의 조문이 그 정답을 말해줍니다. 원래 도급이란 도급을 주는 사람, 즉 발주자가 도급인 됩니다. 그러나 산안법은 원도급인을 도급인으로 봅니다. 산안법 제2조 제7호는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여 발주자를 제외합니다. 실제로도 발주자에게 산업안전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도 이상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산안법은 하수급인, 재하수급인을 뭉뚱그려 관계수급인이라 부릅니다. 산안법 제2조 제8호는 ‘“관계수급인”이란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전부에게 산안법상의 책임을 부여합니다(산안법 제63조). 법률상의 책임은 결국 민·형사상, 그리고 행정상 책임으로 귀결됩니다. 산안법 제173조는 책임범위를 실무자인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까지 확대합니다. 다음 기사에서 현장소장을 형벌의 범위로 확대한 것은 위 법조의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산재 사망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뿐 아니라 관리소장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법인에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2019년 5월 A씨가 관리소장으로 있던 채석장에서는 덤프트럭이 5m 높이 토사 언덕에서 뒤집혀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는 방지턱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작업자를 유도할 신호수도 없었다. 지형·지반 상태를 반영한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이 이뤄져야 했지만 작업계획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A씨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의 의무는 사업주 책임이므로 자신에게 업무상 과실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항변했다. 또 피해자가 업체 소속이 아닌 지입 차주라는 주장 등도 펼쳤다. 지입 차주는 회사에서 위탁받은 화물 등을 운송하는 개인사업자를 뜻한다.
https://news.v.daum.net/v/20211115153604642

2019년 5월 강원 원주의 한 채석장에서 토사 하역작업을 하던 지입차주가 약 5미터 높이의 토사언덕 위에서 옆으로 넘어지는 덤프트럭에 압사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현장 관리소장인 A 씨가 토사언덕에 신호수를 배치하고 방지턱을 설치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봤다. 위험요인을 담은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근로자들에게 안내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검찰은 A 씨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작업 중 토사 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 위험을 방지할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라면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할 대상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 씨가 사업주가 아니기는 하지만 관리소장으로서 사업주를 대신해 안전관리 등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의무는 A 씨가 관리소장을 대행하는 지위에 있었다거나 대행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고 해서 면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accessSite=Daum&accessMethod=Search&accessMenu=News&in_cate=117&in_cate2=1047&gopage=1&bi_pidx=33417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6. “도급”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
7.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
8. “수급인”이란 도급인으로부터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를 말한다.
9. “관계수급인”이란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
10.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제173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67조제1항 또는 제168조부터 제172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게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그 개인에게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167조제1항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
2. 제168조부터 제172조까지의 경우: 해당 조문의 벌금형

<대법원 판결>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ㆍ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ㆍ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ㆍ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대규모 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크레인 간 충돌 사고로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여 사업주인 갑 주식회사와 협력업체 대표 을이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현장은 수많은 근로자가 동시에 투입되고, 대형 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이용되며, 사업장 내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포함하여 과거 여러 차례 다양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전력이 있는 대규모 조선소인 점, 구 산업안전보건법과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7. 10. 17. 고용노동부령 제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7. 12. 28. 고용노동부령 제2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개별 조항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기계, 기구,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설비 혹은 불량한 작업방법으로 인한 위험의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크레인 등 양중기에 의한 충돌 등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장소에서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특별히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갑 회사 등에게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등 규정에 따라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고 해석되는데, 갑 회사 등은 작업계획서에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포함시키지 않는 등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 이와 달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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