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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가짜노동, 농땡이, 그리고 실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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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는 드라마에서 사랑’, 그리고 결혼이 마치 인생의 전부인 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요즘같이 비혼이 넘치는 시대에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 시절에는 청춘스타들의 애정전선이 드라마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유행가에서도 사랑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랑공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방영된 ‘TV손자병법은 사랑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사무직 샐러리맨들이 직장생활 중에 겪는 애환과 스트레스, 그리고 처세술 등을 담은 이질적인 드라마였습니다. 당연히 당시 샐러리맨들의 폭발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고 오현경 배우가 만년 과장 이장수로 분하여 경영진과 부하직원과의 갈등과 소통, 그리고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극중 이장수 과장은 부하직원들이 근무 중에 잡담을 하면, ‘농땡이 피지 마세요!’라고 꼭 호통을 쳤습니다. 당시는 휴대전화도 없는 시대인지라 사무실 전화로 부인, 친구 등과도 통화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사적인 전화는 삼가는 것이 직장의 예의이자 근무태도라는 극중 대사가 수시로 등장했습니다. 당시 사무직 근로자들은 실제로 근무 중에 사적인 전화 등의 용무를 보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이장수 과장은 업무상 지휘·감독을 한 셈입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요즘에는 사무직 근로자의 사적 행동을 감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주식단타매매를 한다거나 게임, 연애행각, 각종 커뮤니티활동 등 사적인 행위를 하는 근로자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모두 농땡이를 하는 것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러한 농땡이를 모두 가짜노동이라 규정합니다. ‘가짜노동은 근로계약상의 본연의 근로가 아닌 경우를 모두 포함하기에, ‘농땡이와는 범위가 다르기는 하지만, 당초에 약정한 근로계약상의 근로가 아닌 경우인 점은 동일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가짜노동은 부수적인 근로계약상의 의무도 포함합니다. 아무튼 가짜노동은 근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주48시간제부터 현행 주40시간제까지 일관하여 근로시간이란 실근로시간(대법원 1992. 10. 9. 선고 9114406 판결)이라고 판시합니다. 실근로시간이기에 이를 엄격하게 새긴다면 농땡이는 물론 가짜노동도 배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돈벌이, 즉 경영을 위한 것이기에 가짜노동을 배제하고 본래의 근로에 매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의미한 가짜노동은 실은 사용자에게는 근로자를 월급루팡으로 생각하는 단초가 됩니다.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과중한 근로시간을 하소연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자신이 직장에서 근로시간이라 불리는 시간에 전적으로 근로에만 매진하고 있노라고 장담은 하지 않습니다. 실은 가짜노동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상례입니다.

 

미국은 인사관리에 있어서도 칼같은 사회입니다.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에는 인터넷 접속내역 등을 조회하여 가짜노동을 행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무평가의 자료로 삼습니다. 용변시간도 체크하는 기업도 다수입니다. 근로계약의 본래적 취지는 사적인 용무가 아닌 사용자가 부여한 근로제공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짜노동인지 아닌지는 사용자가 검증하여야 합니다.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TV손자병법에서 널널하게 사적인 용무도 보면서 연애도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업무수행은 분명 가짜노동의 범주에 속합니다. 무의미한 가짜노동을 위한 시간은 노사 모두에게 무의미한 시간입니다. <기사> 속의 가짜노동은 허례허식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밀도높은 근로시간의 활용이 도래하지 않을까 합니다.

<기사>
덴마크 학자들(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이 고안해 낸 가짜노동(바쁜 척하기 또는 노동과 유사한 무의미한 업무). 이 개념이 정작 덴마크보다 한국에서 더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 나라가 가짜노동을 쑥쑥 키울 최적의 온상(溫床)을 장기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무한경쟁사회가 가짜노동의 진화를 부추겼다는 가설을 유력하게 내세운다. 어릴 때부터 경쟁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해야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고, 그 직장에서도 각종 줄세우기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 그래서 일이 없다거나 잠시 널널하다는 것은 곧바로 무능력을 의미했다. 이 현상을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사회에서는 효율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든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87753?sid=110


<근로기준법>
50(근로시간)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에서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그 부칙 제3조 제1항에서 제4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주당 근로시간 44시간은 300인 미만의 사업 또는 사업장 중 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업종에 대하여는 1991.9.30.까지, 그 이외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1990.9.30.까지 46시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10. 9. 선고 911440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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