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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처세술’과 ‘E-hrm’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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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반을 전후하여까지 우리에게는 쑥스러운 관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에서 유행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는 서적도 유행을 이어갔습니다. 처세술이라는 것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처세술(處世術しょせいじゅつ(쇼세이쥬츠), 일본식 한자약어 사용법으로 ‘処世術’이라고 일본에서 쓰입니다)에 관한 광풍에 가까운 서적이 1980년대에 일본에서 유행을 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처세술이 일본에서 얼마나 유행했는지, 아직까지 일본어에서는 ‘処世術にたけた人(처세술에 능한 사람)’라는 관용어가 존재합니다.

 

○고 정비석 작가의 ‘손자병법’ 등과 같은 중국 고전소설을 광고하면서 ‘처세술의 교과서’라는 광고카피가 방송을 타기도 했습니다. 조선개국을 둘러싸고는 처세술의 달인인 ‘인생은 하륜처럼’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드라마에서도 처세술이 등장했습니다. ‘TV손자병법’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그리면서도 인사고과와 승진을 둘러싸고 사내정치와 처세술 등의 내용을 적나라하게 담았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말미에는 직장생활의 처세술을 별도로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처세술이라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개개 근로자의 정당한 업무평가가 아닌 특정인과의 관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이라는 점에 그 문제점이 있습니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처럼, 나에게 달콤한 말을 하는 사람이 나에게 보탬이 되거나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조직생활에서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실력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면서 승진과 출세의 길로 나간다면 기업의 미래와 비전에도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처세술은 근로자의 정당한 평가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는 처세술의 강연과 저서가 난무하였고, 처세술과 화술을 증진시킨다는 학원까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귀신같이 처세술이라는 말 자체가 사어가 되다시피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공정한 인사평가가 자리를 잡았고, 그 방법의 하나로써 ‘E-hrm’이라는 것이 각광을 받았습니다. E-hrm이란 영어 ‘Electronic-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약자입니다. 번역을 하자면, ‘인력자원의 전산관리’라고 번역을 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E-HRM is the planning, implementation and application of information technology for both networking and supporting at least two individual or collective actors in their shared performing of HR activities.

 

○이 개념을 추출해보면, 처세술에서는 비공개적으로 결정되던 사안들이 쌍방향의 의사소통으로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조직의 의사가 결정된다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사관리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구성원들의 의사표출은 동시에 그 구성원들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능력, 그리고 충성심 정도를 충분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처세술에 능한 상급자가 하급자의 성취물을 ‘가로채기’하는 불합리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E-hrm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각 구성원들의 능력치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뜻밖의 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동료들의 업적에 묻어가는 무임승차자(free rider)의 문제가 인사문제에서 중요한 테마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공동작업(co-work)을 빌미로 팀원들의 업적을 자신의 업적인 양 포장하는 상급자를 색출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되었습니다. 기업의 전산화와 디지털화의 확대는 인사관리에서만 혁신을 이룬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E-hrm의 확대는 아날로그시대에 조직의 보스에게 아부를 하면서 부당한 출세의 고속도로를 타던 조직구성원들을 배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처세술이라는 단어가 거의 사어 수준으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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