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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당쟁과 부당인사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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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상 무수히 많은 당대의 석학들이 이상향을 설계하고 실천하려고 진지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부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이상향을 설계하는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불가능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가치는 다름 사람도 좋아하기 마련이라는 평범하지만 무척이나 잔인한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자원 자체의 희소성으로 풀이합니다. 공짜점심은 없으며 자원을 얻기위하여는 어떤 형태로든 그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고 경제학에서는 설명합니다.

 

조선의 당쟁도 근본적으로는 벼슬이라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입니다. 실학의 거두 이익은 붕당론에서 벼슬자리싸움이 곧 당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익은 물론 당대의 평범한 백성들도 모두 알던 냉정한 현실이었습니다. 선출직공직자가 중심이 되어 국정을 운영하는 현대 정당정치체제는 선거제도라는 절차로 변경됐지만, 소수의 특정집단이 정치권력을 독점하는 점에 있어서는 과거제도를 통하여 형성된 지배층이 된 양반사대부가 국가운영의 중추인 조선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구분된 역사는 동서고금을 가릴 것이 없습니다.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경제학적 접근은 동일한 기업 내부의 인사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전국단위 기업인 경우에는 그 내부구성원인 근로자들의 절대다수가 꿀보직을 선호하고, 서울근무를 선호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두환이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것은 보안사령관이라는 보직과 하나회라는 사조직이 결정적인 배경입니다. 동일한 직급이라도 보직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업조직의 경우에도 보직에 따라 승진과 성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울 거주자의 경우에는 서울근무라는 혜택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도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사직하는 근로자가 많은 기업에서 발생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을 부당인사명령의 대표로 예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문에서는 부당해고등이라고 표기를 합니다. 부당해고가 대표적인 경우라 이렇게 부당해고등이라 표기를 하지만, 부당해고등이라 표기된 것은 모두 사용자의 인사명령입니다. 언어의 용례상 부당인사명령이라 표기를 하는 것이 대표성이 있는 사용자의 인사명령 전체를 표기하는 올바른 표현이겠지만, 부당해고의 임팩트가 압도적이고 동시에 부당인사명령을 다투는 것이 부당해고이기에 부당해고등이라 표기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이 법문이 예시를 하지 않은 전보명령도 당연히 포함합니다.

 

대법원을 비롯한 법원에서 송사로 이어진 부당전보의 사례는 1). 보직, 2). 지방발령이 대표적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1(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253744판결)>전보무효 확인의 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례는 피고 은행의 부점장급으로 근무하다가 업무추진역, 즉 흔히 말하는 물을 먹은 전보명령으로 인사발령된 원고가 후선배치명령(사실상 좌천)에 해당하는 이 사건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후선배치사유가 없으며,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전보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키워드가 대법원이 부당전보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생활상 불이익입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판례2(대법원 1995. 2. 17. 선고 947959 판결)>에서 보는 것처럼, 생활상 불이익과 업무상 필요성이라는 두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결론을 내렸습니다(근로자들에 대한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데 비하여 근로자들이 출퇴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한 등 근로자들에게 큰 생활상 불이익을 주며). 여기에서 주목할 대목이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인사명령이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재량(<대법원 판례2>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라는 대목)이라는 점입니다.

 

판결은 판사라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판사는 판결을 하는 과정에서 좋든 싫든 자신을 투영하기 마련입니다. 판사 자신도 대법원장의 인사명령에 따라 전국을 순회하기 때문에, 기업조직 내부의 인사명령을 원칙적으로 수용하여야 합니다.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이 인사명령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는 아니며, 나아가 인사명령이 재량이 아니라는 판단은 자칫 대법원장의 인사명령에 대한 항명(?)으로 비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인사교류의 원칙(이른바 강학상 재량준칙’)을 제정하기에, 상대적으로 부당인사명령 시비가 적습니다. 그럼에도 보복성 인사명령이 문제되어 기사화 된 전례도 있었습니다.

 

기업의 인사명령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생활상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지방으로 발령이 나거나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데 서울근무, 그리고 꿀보직과 같은 누구나 선호하는 자리는 한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경향교류의 원칙 등과 같은 인사명령의 원칙이 기업조직 내부에서도 제정되는 이유입니다. 법원에서 문제되는 경우는 이러한 인사명령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 가령, 보복성 인사 내지 문책성 인사의 정황이 있는 경우입니다. 여기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실질적인 의미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생활상 불이익은 사실상 인사명령의 원칙에 반하는 추가적 정황이 있어야 비로소 등장하는 판단기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보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이라는 말로 용해가 됩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를 구성하는 요소가 됩니다.

<근로기준법>
23(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1>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 다만,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등을 할 수 없는데(근로기준법 제23조 제1),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해당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처분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업무상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처분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전직처분 등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고,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이유의 유무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20157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4416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253744판결)


<대법원 판례2>
. 근로자들이 전보명령 이후 해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해고의 효력을 둘러싸고 법률적인 다툼이 있어 그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아니하였고, 그 해고가 전보명령에 따른 무단결근 등을 그 해고사유로 삼고 있어서 전보명령의 적법성 여부가 해고의 사유와도 직접 관련을 갖고 있다면, 그 전보명령에 대한 구제의 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당전보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 근로자들에 대한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데 비하여 근로자들이 출퇴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한 등 근로자들에게 큰 생활상 불이익을 주며, 인사관리면에서 그 전보대상자의 선정도 적절하다고 할 수 없고, 또 사용자가 그 근로자들의 방송 인터뷰 및 평소의 노조활동등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가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한 바 없이 공휴일에 형식적인 제청절차만을 거쳐 전보명령을 행한 것이라면, 사용자가 한 근로자들에 대한 전보명령은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 부당전보이다.
(대법원 1995. 2. 17. 선고 94795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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