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의 장점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훌륭한 치안입니다.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놓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그 자리에 놓인 스마트폰을 두고 신기해하기까지 합니다. 한국인의 DNA속에 외국인의 그것보다 우월한 인자가 있어서 그 인자가 훌륭한 치안의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절도죄를 범하면 처벌받는 CCTV라는 시스템이 훌륭한 치안시스템의 견인차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CCTV는 민·형사상 송사에서 증거로 자주 활용이 됩니다. 당연히 그 증거능력의 존부나 증명력에 대한 다툼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CCTV의 설치가 소유권자가 자유롭게 설치를 할 수 있느냐, 그리고 CCTV의 피사체로 찍힌 사물이나 사람의 동의가 필요한가, 등의 의문은 당연히 예상되는 문제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23. 선고 2018도1917 판결)은 공장 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자신의 동의없이 영상촬영을 강행한 사용자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CCTV의 동영상의 촬영을 방해한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근로자 개인의 얼굴이 촬영된 경우이기에 당연히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개인정보라는 점은 의문이 없습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 가목).
○위 대법원에서 등장하는 동영상 촬영의 방해행위는 1). 회사가 CCTV를 작동시키지 않았거나 시험가동만 한 상태에서 촬영을 방해한 행위와 2). 정식으로 CCTV 작동을 시작한 후의 촬영 방해행위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 또는 초상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동영상의 촬영행위라도 일단 CCTV를 이용한 동영상의 촬영행위 그 자체는 보호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CCTV를 공장 내에서 촬영하는 것은 ‘근로자의 감시’, ‘근로자의 개인정보 침해’라는 나쁜 목적도 존재하지만, 외부인 또는 내부인으로부의 범죄예방이라는 중요한 선한 목적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CCTV의 촬영은 마치 야누스와 같이 선과 악이 공존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위법한 업무라도 업무방해죄라는 형벌을 통한 ‘보호가치’가 존재하는가를 중시합니다. 그리하여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는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일정 기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을 말하며,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6도3687 판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담은 CCTV 동영상 촬영은 보호가치가 일단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근로자들의 동의 절차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설치된 공장 내 CCTV를 통하여 시설물 관리 업무를 하는 경우에 이를 업무방해죄의 보호객체로 본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전술한 대로, 촬영을 불가능하게 한 피고인인 근로자들의 행위를 구분하였습니다. 대법원은 1). 회사가 CCTV를 작동시키지 않았거나 시험가동만 한 상태에서 촬영을 방해한 행위와 2). 정식으로 CCTV 작동을 시작한 후의 촬영 방해행위를 구분하고는 1).의 행위, 즉 정식으로 CCTV 작동을 시작하기 전의 CCTV는 전형적인 회사의 기물과 같다는 점에서 그대로 업무방해죄를 긍정하였습니다.
○문제는 후자입니다. 대법원은 2).의 경우, 즉 정식으로 CCTV를 작동한 경우에는 회사의 정당한 이익 달성(회사의 범죄예방 등 회사 측의 이익)이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그 촬영을 방해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다시 정당행위가 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당행위는 형법 제20조에 등장하는 위법성‘조각’사유입니다. ‘조각’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전혀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 네이버의 한자사전은 ‘방해(妨害)하거나 물리침.’이라고 해석을 합니다. 문맥상 일단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위법한 행위를 배제하는 요소’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대법원이 위법성조각사유라는 법리를 전개하면서 내세운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법원은 위 요건 중에서 보호이익(회사)과 침해이익(근로자)의 균형을 주로 고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법원이 정당행위를 엄격하게 인정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범죄행위를 비범죄행위로 변신하게 하는 행위는 허술하게 인정할 수는 없다는 상식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말한다. 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나.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가목 또는 나목을 제1호의2에 따라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ㆍ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이하 “가명정보”라 한다) 1의2. “가명처리”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가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2. “처리”란 개인정보의 수집, 생성, 연계, 연동, 기록, 저장, 보유, 가공, 편집, 검색, 출력, 정정(訂正), 복구, 이용, 제공, 공개, 파기(破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를 말한다. 3. “정보주체”란 처리되는 정보에 의하여 알아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 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5.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제16조(개인정보의 수집 제한)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제15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야 한다. 이 경우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입증책임은 개인정보처리자가 부담한다. ②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는 동의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야 한다. ③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가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5조(과태료)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 제15조제1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한 자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참조). 이때 어떠한 행위가 위 요건들을 충족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긴급성이나 보충성의 정도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6527 판결,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 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참조). (대법원 2023. 6. 23. 선고 2018도191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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