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
위 대화가 누구의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아재 및 아짐 인증입니다. 이 대화를 흑백TV로 실시간 본 사람은 당연히도 아재 및 아짐 인증입니다. 요즘 TV시청료 문제가 무척이나 뜨겁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인증한 아재 및 아짐은 지금부터 불과 40여년 전만 하더라도 흑백TV의 시대였고, 그나마 흑백TV가 없는 가정이 무수히 많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테레비’라는 일본식 말로 보통 사람들로부터 불리던 흑백TV는 전 국민의 친구이자 동반자였습니다. 예전에 ‘idiot box'라 서양 일부 인텔리가 했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당시에도 TV를 ’바보상자‘라 부르고, 연예인을 저질이라 부르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칸방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부터 고관대작까지 동등하게 봤던 TV야 말로 만인의 친구가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연예인을 폄하하면서 저질 운운 하는 사람치고 고질은 본 적이 없습니다.
김일의 박치기로 거구의 상대레슬러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던 장면을 그 시절의 사람들은 으쌰으쌰 소리를 내면서 응원하면서 봤습니다. 차범근이 전광석화처럼 골을 넣은 장면을 보면서 그 시절의 사람들은 감격에 젖었습니다. 건국이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양정모를 보면서 사람들은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이 모든 장면이 흑백TV에서 방영이 되었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거구의 덩지로 범죄자를 때려잡던 조형사의 활약도 흑백TV를 통해서였고, 이주일의 오리걸음을 보면서 배꼽을 뽑던 것도 흑백TV를 통해서였습니다. 오후 6시가 되면 전국의 모든 어린이를 흑백TV앞으로 모이게 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뚜두두두 하면서 시력자랑을 했던 600백만불의 사나이, 그리고 비키니 차림의 괴력의 미녀 원더우먼도 흑백TV로 봤습니다. 타잔이 흑백TV에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골목에서는 어어어~!하는 타잔 흉내를 내는 아이들로 넘쳤습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흑백TV의 마력에 빠져 있어서 채널을 두고 서로 으르렁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 끗발은 아버지가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입을 툭 내밀고 자기 방으로 가곤 했습니다. 요즘과 같이 유투브가 대세인 시대에는 휴대폰으로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만 보면 되었지만 그 시절은 채널끗발이 최고인 사람이 보는 프로그램을 묻어서 봐야 했습니다.
휴대폰이 일상이 된 요즘과 달리 흑백TV는 가족을 모으는 매개장치이기도 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가족 모두가 신이 나서 흑백TV를 바라봤습니다. 가족애를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왜 TV를 바보상자라고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련한 흑백TV의 추억은 단지 기억 속에서만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은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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