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080연예한담

<이선희의 이 노래 : ‘소녀의 기도’>

728x90
반응형

동양이든 서양이든 배우들에게 공통된 숙명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역배우가 청소년배우로, 그리고 청소년배우가 성인배우로 변신하는 것에는 커다란 난관이 있다는 점입니다. 인생살이에서도 성장통은 있기 마련이지만, 배우들이 이 관문을 극복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아역배우로 날리던 배우가 청소년배우, 나아가 성인배우로 화려한 변신을 하지 못하고 스러져간 경우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배우라는 구조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배우는 화면 속에서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배역 속에 녹아내린 연기를 통하여 관객에게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요구하는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배우를 찾는 것이 캐스팅인데, 감독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대본을 영상 속의 완전체로 구체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서 배역으로 녹아내리는 일련의 연출작업은 실은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배우는 나이를 먹으면 이미지가 변합니다. 어려서는 대본에 필요한 이미지를 충족하고 있어도 세월의 흐름은 그러한 이미지를 충족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배우들은 앵글 속에서 구현하는 이미지가 영화나 드라마의 배역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없다면 가차없이 버림을 받을 수 있는 비극적인 운명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배우의 이미지가 다하면 배우로서의 효용이 사라지고, 결국에는 캐스팅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가수와 연기자는 실은 대동소이합니다. 가수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모노드라마를 펼치는 배우입니다. 감정을 실어서 가사 속의 화자가 되어 서사를 읊는 것이 노래의 속성입니다. 훌륭한 가수는 가사 속에 담긴 서사를 얼마나 출중하게 감정을 담아서 청취자의 감정을 움직입니다. 아이돌이 연기도 잘하는 이유는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실은 가수들 중의 대다수가 연기도 잘합니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 연기자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선희는 데뷔초 소녀감성으로 대박을 쳤습니다. 이선희는 강변가요제라는 데뷔무대에서는 거의 패션테러리스트 수준으로 이미지메이킹에 실패한 가수였습니다. 아식스 운동화에 아줌마 파마, 그리고 아줌마 치마패션으로 정말로 이상한 나라의 패션이었습니다. 그러나 'J에게의 빅히트로 본격적인 가수로의 변신을 도모하면서 인생대역전의 전기를 마련합니다. 그것의 키워드는 소녀감성입니다.

 

단발머리에 바지차림, 그리고 소녀감성풍의 안경까지 구비하면서 여중고생과 비슷한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여가수의 팬은 남자, 남가수의 팬은 여자라는 통념을 완전히 박살내면서 여중고생의 인기를 단숨에 끌어모았습니다. 실은 이선희가 본격적인 활약을 하던 80년대에는 대형 여가수가 부르는 정통발라드곡이 없었다는 점도 한몫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선희 특유의 샤우팅창법으로 통한 폭발적인 열창도 기존 여가수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이선희가 소녀감성을 연출했던 대표곡이 바로 이 소녀의 기도입니다. 요즘 말하면 일종의 제목장사인데, 클래식 피아노 곡으로 널리 알려진 소녀의 기도를 연상하는 익숙함에서 이미 먹고 들어가는 상황인데, 소녀풍 이미지의 이선희가 소녀감성을 자극하는 창법으로 소녀감성을 자극하는 가사로, 소녀감성의 곡으로 완전히 용해가 되어 발표한 이 곡으로 이선희는 이제 소녀들의 아이돌으로 등극을 하였습니다. ‘소녀의 기도는 이선희의 역량을 집대성한 명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baAfzVXb3g

 

팝계에서는 원 히트 원더보다 후속곡이 뜨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대중의 입맛은 수시로 변하기에 기존 곡보다 더 훌륭한 곡이 아니라면 그냥 묻히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청소년배우에서 성인배우로 변신하기가 어려운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선희는 괴력을 지녔습니다. 80년대 중후반을 소녀감성으로 지배를 하더니 90년대에는 숙녀이미지로의 변신에도 성공을 했습니다. 개인사에는 불행한 점도 있었지만, 그 어려운 성장통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였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인연이라는 곡으로 중년으로 안착도 어느 정도 성공을 했습니다.

 

오랜 세월 가수로서 생존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가수는 역량을 검증받은 것입니다. 이선희는 소녀부터 중년까지 자기만의 색깔로 멋진 변신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미지를 많이 소비해서인지 더 이상은 유효한 이미지가 도출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이선희만큼만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가요계의 생리라는 점에서 괄목한 만한 성공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