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누구나 학창시절에 배웠던 조선의 시조 및 가사문학의 최고봉인 고산(孤山)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중에서 대나무에 대한 대목입니다. 윤선도는 대나무가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데 꼿꼿하면서도 사시에 푸르다는 점을 주목하여 이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도저도 아닌 것은 생존에 있어서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법률의 영역에서 보호의 대상인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는 화물연대의 파업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다루고 있습니다. 화물연대의 주축인 화물연대의 차주, 즉 화물차주가 윤선도의 ‘오우가’에 등장한 대나무의 운명과 비슷합니다. 근로자도 아니고 사용자도 아닌 어정쩡한 지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제40조는 ‘경영의 위탁’이라는 제목으로 화물차주를 ‘위ㆍ수탁차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영의 위탁이란 화물차주의 소유자인 위ㆍ수탁차주(과거에는 ‘지입차주’라 지칭을 했는데, ‘지입’이 일본어 持入(もちこみ, 모치코미)의 직역형태라 국회입법과정에서 ‘위ㆍ수탁차주’로 변경했습니다. 참고로 군대에서 쓰이는 총기손질을 의미하는 수입(手入)은 일본어 테이레(手入れ)를 그대로 음차한 것입니다)가 차량을 현물출자한 주주, 거기에 더하여 차량의 운행이라는 경영활동의 일부를 수행하는 것으로 본 결과입니다.
○화물자동차법은 위ㆍ수탁차주를 경영참여자로 보기에 세제는 물론 각종 지원책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ㆍ수탁차주는 물류활동을 통하여 국민경제를 이끌어가는 존재감이 확실하기도 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원책은 안전운임제도입니다. 화물자동차법은 제5조의5에 ‘화물운송계약 중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운임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해당 부분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과 동일한 운임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최저임금제도와 유사하게 위ㆍ수탁차주의 경제적 지위를 보장합니다. 그러나 화물자동차법은 위ㆍ수탁차주에게 이러한 ‘당근’만을 규정한 것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사>에서 쟁점으로 서술한 ‘운행개시명령’입니다.
○화물자동차법 자체는 위ㆍ수탁차주를 경영참여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영참여자는 실은 자영업자라는 의미입니다. 자영업자는 영업을 하든 말든 본인의 자유입니다. 망하든 흥하든 자영업자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며,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습니다. 실은 자본주의의 본질이 사유재산제와 더불어 이러한 영업의 자유를 보장한 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운행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다름 아닌 일련의 ‘당근책’입니다. 정부가 지원책이라는 당근책을 줬기에, 그리고 물류운송이 공공성을 띠고 있기에 ‘운행개시명령’을 내리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대목이 있습니다. 근로자도 근로를 하기 싫으면 백수로 버틸 수 있습니다. 사용자도 영업을 포기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간에 있는 위ㆍ수탁차주만이 영업을 강제당하는 것은 정말 이상합니다. 영업의 포기를 넘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도 자유인데, 왜 운행개시명령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참고로, 위ㆍ수탁차주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은 ‘특수형태고용종사자(특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정 산재법은 ‘노무제공자’로 그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근로자에 준하는 종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제한적으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위ㆍ수탁차주는 화물자동차법에서는 자영업자로, 산재법에서는 근로자에 준하는 자로 규정된 셈입니다.
<기사>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 닷새째인 28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처음으로 교섭석상에 마주 앉았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품목확대를 요구하고, 정부는 품목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는 태도여서 교섭은 성과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파업 돌입 이후 첫 교섭을 열었다. 화물연대에서는 김태영 수석부위원장, 국토부는 구헌상 물류정책관이 교섭 대표로 참석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16790?sid=101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조의5(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의 효력) ① 화주는 운수사업자 또는 화물차주에게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운임 이상의 운임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운수사업자는 화물차주에게 화물자동차 안전위탁운임 이상의 운임을 지급하여야 한다. ③ 화물운송계약 중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운임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해당 부분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과 동일한 운임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 ④ 화주와 운수사업자ㆍ화물차주는 제1항에 따른 운임 지급과 관련하여 서로 부정한 금품을 주고받아서는 아니 된다. 제14조(업무개시 명령)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②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업무개시를 명한 때에는 구체적 이유 및 향후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④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제40조(경영의 위탁) ① 운송사업자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면 다른 사람(운송사업자를 제외한 개인을 말한다)에게 차량과 그 경영의 일부를 위탁하거나 차량을 현물출자한 사람에게 그 경영의 일부를 위탁할 수 있다. ② 국토교통부장관은 화물운송시장의 질서유지 및 운송사업자의 운송서비스 향상을 유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3조제14항에 따라 경영의 위탁을 제한할 수 있다. ③ 운송사업자와 위ㆍ수탁차주는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에 따라 공정하게 위ㆍ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 ④ 제3항에 따른 계약의 당사자는 그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차량소유자ㆍ계약기간,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여야 하며, 서명날인한 계약서를 서로 교부하여 보관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은 건전한 거래질서의 확립과 공정한 계약의 정착을 위하여 표준 위ㆍ수탁계약서를 고시하여야 하고, 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⑤ 제3항에 따른 위ㆍ수탁계약의 기간은 2년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15(노무제공자 등의 정의) 이 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노무제공자”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에 따라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서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 필요성, 노무제공 형태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가. 노무제공자가 사업주로부터 직접 노무제공을 요청받은 경우 나. 노무제공자가 사업주로부터 일하는 사람의 노무제공을 중개ㆍ알선하기 위한 전자적 정보처리시스템(이하 “온라인 플랫폼”이라 한다)을 통해 노무제공을 요청받는 경우 제91조의16(다른 조문과의 관계) ① 제5조제2호에도 불구하고 노무제공자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본다. ② 제6조에도 불구하고 노무제공자의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은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으로 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 등) 법 제125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5. 화물차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로 하나의 운수사업자나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의 사업주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40조에 따른 위ㆍ수탁계약을 체결하여 「자동차관리법」 제3조제1항제3호의 일반형 화물자동차 또는 특수용도형 화물자동차로 상품 등을 운송 또는 배송하는 업무를 하는 다음 각 목의 사람 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점포나 준대규모점포를 운영하는 사업 또는 체인사업에서 상품을 물류센터로 운송하거나 점포 또는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나.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무점포판매업을 운영하는 사업에서 상품을 물류센터로 운송하거나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다. 한국표준산업분류표의 중분류에 따른 음식점 및 주점업을 운영하는 사업(여러 점포를 직영하는 사업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맹사업으로 한정한다)에서 식자재나 식품 등을 물류센터로 운송하거나 점포로 배송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라. 한국표준산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기관 구내식당업을 운영하는 사업에서 식자재나 식품 등을 물류센터로 운송하거나 기관 구내식당으로 배송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당연하다고 강변할 것이 아니라 업무개시명령 그 자체가 애매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서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위ㆍ수탁차주의 지위는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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