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은 ‘협의’라는 법문이 있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규정한 같은 법 제51조 제2항은 ‘합의’라는 법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협의’와 ‘합의’가 혼용이 되고 있지만, 법문에서 사용된 두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조합원에 대한 인사권의 신중한 행사를 위하여 단순히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라는 뜻의 사전 ‘협의’와는 달리, 노동조합간부 인사에 대하여는 노동조합과 의견을 성실하게 교환하여 노사 간에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뜻에서 사전 ‘합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38007 판결)‘이라고 판시를 하여 협의는 의견수렴절차로, 합의는 의견의 합치로 풀이를 하였습니다. 위 법문에서 쓰인 ’협의‘와 ’합의‘의 의미도 동일합니다.
○단체협상 도중에 노사 양측이 ‘합의’와 ‘협의’라는 문구로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협의를 하느냐, 아니면 합의를 하느냐의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러나 양자의 실제적인 차이는 단체협약상의 문구의 차이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노조와의 단체협상경험이 없는 사측이 종종 양자를 혼동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동조합 측이 ‘합의’를 요구하는 부분은 대부분 노동조합 간부 등의 인사권에 대한 것과 징계에 대한 것입니다. 징계를 하는 경우에 노사동수의 합의로 한다거나, 노동조합의 간부에 대한 인사는 노조와의 합의로 한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은 실제로도 일부 기업의 단체협약의 내용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구가 있는 경우에사용자는 노동조합의 갑질을 원없이 맛볼 수 있습니다.
○징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근로자, 특히 노조원의 징계는 범죄가 아닌 한 불가능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노동조합의 간부에 대한 좌천성 인사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사권을 사실상 노동조합이 행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사에는 순풍이 있으면 역풍도 존재하는 법입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합의권 남용의 법리’를 전개하였습니다. 권리남용이론이 합의권에 수용된 결과로서 노조의 악질 갑질인 합의권 남용은 무효이며, 사용자는 노조의 합의권을 무시하고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위 판례에서 사용자의 인사권에 대한 노동조합의 합의권 남용의 요건은 ‘노동조합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인사처분에 반대’하는 경우를 들었습니다. 실무상 노동조합의 합의권은 남용으로 평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나 권력이나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노조의 권리는 특히나 남용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노조의 선명성을 강조하여 노조의 힘을 극대화하려는 과거의 답습인데, 21세기에도 변화가 없음은 무척이나 유감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근로자대표"라 한다)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제51조(탄력적 근로시간제) ②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면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특정한 날에 제50조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 단체협약의 인사협의(합의)조항에 노동조합간부 인사에 대하여는 사전 ‘합의’를, 조합원 인사에 대하여는 사전 ‘협의’를 하도록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면, 교섭 당시 사용자의 인사권에 관하여 노동조합간부와 조합원을 구분하여 제한 정도를 달리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정도는 노동조합간부에 대하여는 조합원에 대한 사전 협의보다 더 신중하게 노동조합 측 의견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조합원에 대한 인사권의 신중한 행사를 위하여 단순히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라는 뜻의 사전 ‘협의’와는 달리, 노동조합간부 인사에 대하여는 노동조합과 의견을 성실하게 교환하여 노사 간에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뜻에서 사전 ‘합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정리해고는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단행되는 것으로서, 정리해고 대상과 범위, 해고 회피 방안 등에 관하여 노동조합의 합리적인 의사를 적절히 반영할 필요가 있고, 노사 쌍방 간 협상에 의한 최종 합의 결과 단체협약에 정리해고에 관하여 사전 ‘협의’와 의도적으로 구분되는 용어를 사용하여 노사 간 사전 ‘합의’를 요하도록 규정하였다면, 이는 노사 간에 사전 ‘합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 없이 단지 정리해고 실시 여부가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사정을 들어 이를 사전 ‘협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2]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할 때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승낙을 얻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한 논의를 하여 의견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을 하도록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경우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하지만, 이처럼 사전합의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인사권이 어떠한 경우라도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어야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하거나 스스로 사전합의권 행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 없이 한 인사처분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노동조합 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 측의 절차 흠결이 초래되었다거나, 인사처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며 사용자가 노동조합 측과 사전 합의를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노동조합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인사처분에 반대함으로써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등 사정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38007 판결) |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체협약의 위반과 자동차 생산라인의 점거> (0) | 2020.10.13 |
---|---|
<복수노조와 공정대표의무> (0) | 2020.10.12 |
<어느 중견기업의 폐업결정과 무기평등의 원칙> (2) | 2020.10.04 |
<유노조 사업장의 경우 노사협의회 설치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 (0) | 2020.09.16 |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포함한노동관계법상의 “근로자”와 “근로자 과반수”의 의미> (0) | 2020.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