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은 이상한 규제를 많이 했습니다. 외국산 담배, 술을 금지하고,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규제하였고, 연예인의 방송출연복장을 규제하였고, 쌀밥의 소비를 규제했습니다. 그리고 외래어의 사용을 금지했고, 연예인의 가명이나 예명의 외래어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흔하게 쓰이고 캐쥬얼 웨어나 아웃도어 웨어를 간이복이나 주말복과 같이 요즘에는 전혀 쓰이지 않는 신조어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1970년대까지 일반인들은 평소에 간이복이나 주말복을 입기는 했어도 요즘과 같이 등산복이나 나이키 점퍼를 입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실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의 옷을 일반시민들이 입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 브랜드는 운동선수 같은 특정 분야의 사람들만 입는 옷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스포츠 브랜드의 옷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츄리닝’이란 불리는 운동복을 입기는 했지만, 전문 스포츠 브랜드의 옷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으로부터 나이키가 ‘생활스포츠’를 기치로 일상복에도 스포츠 브랜드를 도입하였습니다. 일본제 아식스의 미국내 판매총판 정도의 미미한 위치에서 출발한 나이키의 혁명적 도발은 일약 전 세계 시민을 깨웠습니다. 나이키 운동화, 나이키 모자, 그리고 나이키 점퍼를 입은 시민들이 조깅을 하고, 등산을 하면서 나이키는 급성장을 했습니다. 네임드 마케팅, 즉 유명 스포츠 스타들인 테니스의 매캔로, 마라톤의 살라자르 등 최고 선수에게 무료로 자사의 제품을 입히고 신기면서 나이키는 폭풍성장을 했습니다. 넘사벽이었던 아디다스를 순식간에 따라잡았습니다. 축구와 같이 아이다스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영역에도 나이키의 광풍은 거셌습니다.
물론 1980년대초의 한국에서도 나이키의 광풍은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초중고학생들부터 나이 먹은 아재까지 너도 나도 나이키를 외쳤습니다. 급기야 간이복과 주말복을 석권했던 삼성의 위크엔드(지금은 삼성이 전자나 중공업 등에서만 주목을 받지만 당시에는 주력 계열사가 제일모직과 제일합섬이었습니다)도 슬며시 위크엔드 스포츠를 만들 정도였습니다. 제일합섬은 반짝이기는 했지만, 행글라이더를 본뜬 엑셀이라는 브랜드로 생활스포츠 시장을 두드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뽕마케팅은 일정 부분은 먹고 들어갑니다. 미국의 스펙스라는 브랜드를 매수한 국제상사는 판을 키워서 프로스펙스를 내세웠고, 국뽕마케팅을 하였습니다. 실은 당시 스펙스나 프로스펙스를 모두 신어 본 입장에서 양자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심정적으로 프로스펙스를 신으면 그냥 우쭈쭈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이키에 필적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상표를 내세워서 프로스펙스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스폰서로도 채택이 되었고, 각종 광고에서도 밤하늘의 별처럼 등장했습니다.
실은 나이키도 OEM방식으로 부산에서 생산하였기에 프로스펙스나 나이키는 실제로는 품질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나이키의 간지 때문인지 당시에도 나이키가 한 수 위라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실제로도 나이키의 디자인이 당시에도 한 수 위였습니다. 디자인의 가치를 예나 지금이나 나이키는 실현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각종 국제스포츠에서도 당시 외국 선수들이 입거나 신던 것은 아디다스나 나이키가 대세였습니다. 개발도상국 선수들이 프로스펙스를 입거나 신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도 나이키의 가격이 더 비쌌습니다. 요즘에는 더 차이가 벌어졌지만, 당시에는 그나마 선전을 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제그룹을 공중분해 하는 바람에 프로스펙스는 버린 자식처럼 유랑을 하긴 했지만, 당시에도 프로스펙스는 나이키의 힘에 밀렸습니다. 나름 디자인을 잘 뽑는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디자인이 떨어져서 나이키의 인기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뽕의 힘이 프로스펙스를 응원하였고,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레트로열풍으로 프로스펙스가 부활하는 것은 당시에는 청소년이었던 현재의 아재들이 국뽕에 젖은 추억을 소환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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