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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평양감사, 그리고 무기계약전환 근로자의 해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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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제1의 공준은 ‘인간은 이성에 입각한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이기적 존재이다.’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은 무한정한 것으로 이성에 입각한 합리적 선택을 추구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공준, 즉 모든 경제학의 근간이 되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원칙입니다. 실은 이러한 제1의 공준이 없으면 경제학 자체가 무너지며, 사회과학의 과학성 자체가 무너집니다. 법학도 사회과학이므로, 당연히 이러한 전제로 성립됩니다. 그리고 법률도 이기적인 인간상을 전제로 규정되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의 기간제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의 구분은 전자가 열등재이고, 후자가 우등재라는 전제로 모든 근로자는 정규직을 희망한다는 전제로 규율된 것입니다. 비정규직은 이 법조문을 보고 분개할 수도 있으나, 이기적 인간의 합리적 선택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2년이라는 기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규정을 두었습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전환규정은 근로자의 선호를 조문화한 것으로서 ①정규직, ②무기계약직, ③기간제라는 것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최근 공무직의 정규직화 요구는 ‘②무기계약직 → ①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우등재를 선호하는 이기적인 인간상을 반영한 것으로 경제학의 원리에 충실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을 허용하는 것은 당연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분노조절장애처럼 비합리적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달과 6펜스’에서 모든 것을 갖춘 찰스 스트릭랜드가 타이티로 그림을 그리러 떠나는 것을 연상하면 됩니다. 부와 명예를 이룬 사람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원생활을 추구하는 것도 그 예입니다. 우리 속담에서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것도 일맥상통합니다. 

○다음 고용노동부 질의회시집에 담긴 행정해석(고용차별개선과‒24, 2011. 3. 3.)은 ‘기간제근로자 의사로 무기계약근로자로의 전환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질의와 회시를 담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면 보통은 상위의 직급인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희망하지만, 이 질의에서 등장하는 것은 아예 전환을 거부할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드라이한’ 고용노동부의 회시가 담겨 있지만, 여기에서는 음미할 문제가 있습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본다’라고 규정하여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간주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이 강제를 하는 것이며, 근로자는 거부권 자체가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규직이 사직을 하는 경우, 즉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폴 고갱)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된 것이라 하더라도 근로 자체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평양감사도 때려치울 수 있듯이, 무기계약직도 때려치울 수 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ㆍ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②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행정해석>
(질의)
2년을 초과하여 근로한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을 원하지 않는 경우, 기간제근로자로 계속 근로할 수 있는지 여부

(회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 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2항에서는“동조 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음

귀 질의만으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곤란하나, 「기간제법」에서는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기간제근로자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귀하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근로하여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상태라고 하므로, 귀하가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 및 동법 시행령 제3조의 사용기간제한의 예외에 해당된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제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근로 한 상태에서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하기 원한다고 하더라도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된다고 할 것임
‒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된 이후 근로자는 근로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고 사직할 수 있으나,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할 수 없게 됨
(고용차별개선과‒24, 2011. 3. 3.)
○흔히들 노동법의 문제는 노동법전에서만 찾으려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노동법은 민법의 특별법입니다. 민법 제660조에는 근로자의 사직의 권리, 즉 해지권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직으로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따라 사용자에게 해지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무기계약직으로의 거부권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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