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제의 모범국가였던 한국과 일본에서 나란히 파견근로와 외주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기업경영의 핵심인 간접고용의 지속적인 증가는 간접고용자의 고용불안이 필연적이기에, 각종 보호장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은 파견근로자의 보호를 강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고용의 경직성을 피하는 장치로 파견근로자제도가 유용하기에 이것을 정면으로 막을 수도 없습니다.
○근로자파견계약은 사용사업주, 파견사업주, 파견근로자라는 삼각관계가 전제가 됩니다(흔히 외주용역으로 불리는 용역도 이러한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파견근로와 실제 구분이 어렵습니다). 근로자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개념을 정의합니다. 그런데 근로자파견법이 명시하지 않았으나, 실무상 대단히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간의 갑을관계,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의 갑병관계, 그리고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의 을병관계입니다.
○법률조문은 삼자 간의 관계를 평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열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외부 관리업체, 그리고 그 관리업체가 고용한 경비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대부분의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와 파견사업주 모두에게 갑이 되어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합니다. 수시로 교체를 요구하고, 파견근로자의 징계를 요구하며, 파견근로자의 근태에 대하여 파견사업주를 압박합니다.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에 아파트 경비원이 자살한 사실은 우열관계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판결입니다. 파견근로자가 사적으로 운행을 하여 교통사고를 냈는데, 파견사업주도 일단 사용자이므로 피해자에게 민법상 사용자책임제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존재한다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그의 지시·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사용사업주와의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과 파견사업주는 파견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로서 파견근로자에게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자에게 근로를 제공함에 있어서 사용사업자가 행사하는 구체적인 업무상의 지휘·명령권을 제외한 파견근로자에 대한 파견명령권과 징계권 등 근로계약에 기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를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들어서(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다24655 판결) 파견사업주의 사용자책임을 긍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 사용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근로자파견법이 법률적 규율을 하고 있는 점, 현실적으로 파견사업주는 관리비 명목으로 일정한 수수료만을 받고 사실상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과 마찬가지인 전형적인 간접고용의 형태인 점, 그리고 지휘감독도 사실상 사용사업주가 행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책임을 진다는 점은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아니합니다. 백번을 양보하여 파견사업주에게 그 책임을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합니다. 현실 속의 근로자파견제도와 판결 속의 근로자파견제도는 이질감이 있습니다.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①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③ 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2. "근로자파견사업"이란 근로자파견을 업(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3. "파견사업주"란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4. "사용사업주"란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를 말한다. 5. "파견근로자"란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로서 근로자파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6. "근로자파견계약"이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간에 근로자파견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한 근로자 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와 사이에 체결한 근로자 파견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근로자를 파견하여 근로를 제공하게 하는 것으로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그의 지시·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사용사업주와의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반면, 파견사업주는 파견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로서 파견근로자에게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자에게 근로를 제공함에 있어서 사용사업자가 행사하는 구체적인 업무상의 지휘·명령권을 제외한 파견근로자에 대한 파견명령권과 징계권 등 근로계약에 기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를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게 되고, 따라서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관계가 인정되어 파견사업주는 파견근로자의 파견업무에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파견근로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아 사용사업주의 업무를 행하던 중에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선발 및 일반적 지휘·감독권의 행사에 있어서 주의를 다하였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면책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다24655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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