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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체불사업주 명단공개제도의 실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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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MZ세대언어로 유교걸’, 그리고 유교보이가 있습니다. 유교, 즉 공자의 사상과 철학을 받드는 유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을 말하며, 예의와 체면에 그 방점이 있습니다. ‘꼰대는 주로 연장자 내지 상급자가 연하자 내지 하급자에게 예의를 강제하는 것을 말하기에, 유교의 부정적인 면인 꼰대와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자성어 중에서 허례허식(虛禮虛飾)은 유교의 체면중시 문화의 부정적 단면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김동리 작가의 화랑의 후예는 허세를 부리는 전통 유생을 자처하는 황 진사를 고발하는 소설입니다. 결국 유교걸이나 유교보이는 자칫 부정적인 인상을 타인에게 심어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인 셈입니다.

 

체면중시의 부정적 측면인 허세를 경제학에서는 베블렌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심리를 말하며, 흔히 분수에 맞지 않게 명품 등을 소비하는 심리를 경제학적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베블렌효과라는 학술용어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허세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의 발현이 아닐까 합니다. 체면이 중요하기에 명예훼손죄가 존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체면을 언제나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유튜브를 보더라도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감내하고 막가는 인생이 꽤나 많습니다.

 

법률상의 제도로 체면을 구기는 방법으로 법률적 강제를 하거나 실효성의 확보를 도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세기본법 제85조의5가 규정한 국세체납자의 명단공개제도와 이것을 따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의2가 규정한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제도입니다. 국세를 체납하고 근로자의 임금 등을 체불한 사업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무척이나 체면을 구기는 일입니다. 신뢰성 갑인 국가가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해당 사업주에게 주홍글씨를 새겨서 국민에게 알리는 것으로서 외형상 가혹한 형벌일 수 있습니다. 또한 두 제도 모두 관급공사나 관허사업 등의 제한조치가 뒤따릅니다. 다음 <기사>는 체불사업장의 공개를 담고 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조세채권이나 임금채권은 금전채권이며 사업주에게 납부의무를 부과까지 하기에,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처벌하는 것이 현실입니다(민법 제397조 참조).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명단공개제도는 의외로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흥망성쇠는 자연적인 현상이며, 기업이 망하면서 부수적으로 세금 등 공과금의 체납과 임금 등의 체불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기업이 망하면서 체불과 체납이 수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실에서는 체납 또는 체불사업주가 눈물겨운 생존경쟁을 벌였지만, 장렬히 산화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아가 이미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사살을 하는 가혹한 것으로 인식까지도 합니다.

 

누구나 주위에서 사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체납()사업주는 실은 우리의 이웃, 선후배, 그리고 동향인들입니다. 이들이 모두 체면을 무시하는 파렴치한들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사업을 망하고, 체납()사업주가 된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전과자가 된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여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국민의 인식에서 명단공개라는 형벌이 실효성이 약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악덕사업주를 옹호하는 취지는 아닙니다.

<기사>
명단 공개 대상에는 경기 고양시를 포함해 전국에서 중국 음식점을 직영·위탁 운영하는 허모 씨(50)도 포함됐다. 허 씨는 3년간 직원 53명에게 임금 총 14000만 원을 주지 않았다. 징역 16개월을 포함해 11차례 유죄 판결을 받고, 피해자가 재판부에 엄벌을 탄원하기도 했지만 허 씨의 임금 체불은 계속 이어졌다. 명단이 공개되는 사업주는 16일부터 2027615일까지 3년 동안 이름, 나이, 상호, 주소(법인인 경우 대표이사)3년 동안의 체불액이 고용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다. 또 각종 정부 지원금과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에 제한을 받게 된다. 신용 제재의 경우 사업주의 성명 등 인적 사항과 체불액 등 체불 자료가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돼 7년 동안 대출 제한 등을 받게 된다.
임금 체불 사업주의 명단 공개와 신용 제재는 20128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20139월 처음 명단이 공개된 후 이번까지 총 3354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신용 제재를 받은 사람은 총 5713명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570810?sid=102


<근로기준법>
43조의2(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고용노동부장관은 제36, 43, 51조의3, 52조제2항제2, 56조에 따른 임금, 보상금, 수당, 그 밖의 모든 금품(이하 임금등이라 한다)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업주(법인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이하 체불사업주라 한다)가 명단 공개 기준일 이전 3년 이내 임금등을 체불하여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된 자로서 명단 공개 기준일 이전 1년 이내 임금등의 체불총액이 3천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인적사항 등을 공개할 수 있다. 다만, 체불사업주의 사망ㆍ폐업으로 명단 공개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명단 공개를 할 경우에 체불사업주에게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소명 기회를 주어야 한다.
1항에 따른 체불사업주의 인적사항 등에 대한 공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이하 이 조에서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이 경우 위원회의 구성ㆍ운영 등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1항에 따른 명단 공개의 구체적인 내용, 기간 및 방법 등 명단 공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민법>
397(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한다. 그러나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지 아니한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의한다.
전항의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는 과실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


<서울행정법원 판례>
고액의 세금체납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세금의 납부를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세금체납액이 7억원 이상으로 고액이고 체납기간이 2년 이상 장기화되었으며(국세기본법 제85조의 5 1항 제1호 참조), 체납액의 30% 이상의 납부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경우(같은 시행령 제66조 제l항 제1호 참조), 그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이에 대한 제재의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일반 국민을 상대로 고액의 체납이 발생할 경우 명단이 공개될 수 있음을 알림으로써 세금체납에 대한 일반예방적 효과도 도모하기 위한 제도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2011. 10. 21. 선고 2011구합1693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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