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것이 있습니다. 본인에게 불리하면 잡아떼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을 풍자한 속담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여야 오리발을 못 내밀게 만들거나 오리발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재판이란 인생의 일부를 법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만, ‘증거재판주의’라는 헌법이 천명한 대원칙 때문에 더욱 간절하게 증거를 필요로 합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너도 알고 나도 알아도 증거에 입각한 사실을 판사가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이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경찰(고용노동청 등 특별경찰 포함), 검찰의 판단도 궁극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이 우선하기에, 판사가 사실을 인정하는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를 따라야 합니다. 증거도 시대상을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활용한 증거도 실무에서 빈번하게 활용이 됩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 그리고 녹음입니다. 바로 이러한 증거의 총화가 단연 스마트폰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둘러싼 증거의 다툼이 전국의 모든 법원에서 진행중입니다.
○최근 노동법에 대한 기사 중에서 비중이 급등한 것은 단연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괴롭힘’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담은 동사의 명사형은 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담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유일합니다. ‘괴롭힘’이라는 단어 자체가 법전에 수록되기는 부적절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갑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국회에서 외면할 수가 없어서 마침내 법전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 행해지는 공간은 주로 사무실 등 사업장이기 마련입니다. 여기에서 증거가 채집되어야 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다음 <기사>는 이러한 사정을 전제로 작성되었습니다.
○<기사>에서는 ‘녹음’만을 다루고 있지만, 실은 ‘동영상’도 동일한 법리를 따라야 합니다. ‘동영상’은 ‘녹음’에 ‘영상’을 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도 당연히 이것을 전제로 통신의 하위개념인 ‘전기통신’에 대하여 ‘전화ㆍ전자우편ㆍ회원제정보서비스ㆍ모사전송ㆍ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ㆍ무선ㆍ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ㆍ문언ㆍ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제2조 제1호 및 제3호)’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통비법 제2조 제4호는 ‘당사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우편물의 발송인과 수취인, 전기통신의 송신인과 수신인’으로 정의합니다. 법률의 논리해석을 따르자면 ‘당사자’의 개념은 당연히 ‘제3자’의 개념을 수반합니다.
○제3자의 개념이 필수적인 이유는 통비법 제14조 제1항이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는 금지규범을 설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는 ‘공개성 여부’, 그리고 ‘당사자성 여부’가 금지규범, 나아가 형벌규범으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됩니다. 다음 <기사>는 당사자성 여부를 해설하면서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이라고 내 목소리가 꼭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대화’는 당사자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 중 한 명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상대방은 듣기만 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15년 1월22일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훈시, 업무 지시, 회의, 교육, 회식 등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녹음한 대화 내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어요.’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화 당사자라고 하여 꼭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한 서술은 상식적이기도 합니다. 다만, 당사자 일방의 동의가 있다고 하여 당연히 ‘당사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
○대법원(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판결)은 ‘공개성 여부’에 대하여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보아 <기사>의 내용에서 인용된 대구지법의 판례처럼 ‘상사와 부하가 공존하는 사무실’도 비공개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수업이 행해지는 교실도 공개된 공간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다만, 당사자성의 개념을 활용하여
<기사>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이라고 내 목소리가 꼭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대화’는 당사자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 중 한명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상대방은 듣기만 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15년 1월22일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훈시, 업무 지시, 회의, 교육, 회식 등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녹음한 대화 내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어요. 상사가 사무실에서 부하직원 두명과 대화를 나누며 욕설을 했을 때,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이를 녹음했다면 불법일까요? 아닙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는 지난 4월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한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재판에서 “실제 사무실의 구조와 크기, 피고인의 자리에 설치된 파티션의 높이 등에 비추어보면 발언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피고인은 해당 대화 참여자라고 충분히 예상된다”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93854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통신”이라 함은 우편물 및 전기통신을 말한다. 2. “우편물”이라 함은 우편법에 의한 통상우편물과 소포우편물을 말한다. 3. “전기통신”이라 함은 전화ㆍ전자우편ㆍ회원제정보서비스ㆍ모사전송ㆍ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ㆍ무선ㆍ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ㆍ문언ㆍ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 4. “당사자”라 함은 우편물의 발송인과 수취인, 전기통신의 송신인과 수신인을 말한다. 중략 7. “감청”이라 함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ㆍ기계장치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ㆍ문언ㆍ부호ㆍ영상을 청취ㆍ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ㆍ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②제4조 내지 제8조, 제9조제1항 전단 및 제3항, 제9조의2, 제11조제1항ㆍ제3항ㆍ제4항 및 제12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 <대법원 판례1> 제3자의 경우는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내용을 녹음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이는 동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이 점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 <대법원 판례2>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14조 제2항 및 제4조는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녹음에 의하여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판결) |
위 대구지법의 판례는 ‘실제 사무실의 구조와 크기, 피고인의 자리에 설치된 파티션의 높이 등에 비추어보면 발언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논거로 대화당사자로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기사>와 판례이론을 숙지하고 직장 내 괴롭힘의 증거채집의 기준을 설정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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