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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조정, 특별조정, 그리고 필수공익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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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독립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독립을 얻지 못한 나라들이 많다는 것은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영국과 더불어 제국시대의 수탈국의 쌍두마차로 악명이 높았던 프랑스는 식민국가들에게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자는 연합국의 합의를 무시하고 1960년대 전후에 이르도록 수탈을 강행하다가 세계 각국의 지탄을 받고 비로소 식민지의 독립약속을 이행했습니다. 예술과 낭만을 포장된 프랑스의 악마적인 모습은 식민지에 대한 탄압의 실제에서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식민지 백성들에게 악마처럼 탄압을 했던 프랑스의 DNA는 시위를 하는 자국민에게도 발현이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시위군중에게 가혹한 탄압을 했던 마크롱의 경찰동원이었습니다. 식민지의 탄압으로 잘 훈련된 경찰의 노하우는 자국민에게 효율적(!)으로 활용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식민지에서나 자국에서나 격렬한 시위의 원인은 의외로 대동소이합니다. 식민지에서는 수탈에 따른 금전적 손해가 가장 큰 원인이고, 자국 시위의 원인은 연금개혁에 따른 금전적 손해입니다. 인간은 물욕을 지닌 존재로서 금전적 손해를 입을 때 가장 화를 낸다는 평범한 이치를 보여준 셈입니다.

 

과거 1980년대까지는 노동조합의 민주화 요구가 쟁의행위의 테마로 나름 먹어주던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를 거치면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의 테마에서 스르르 민주화가 사라졌습니다. 요즘은 내놓고 기본급 몇 % 인상과 같은 금전적 요구가 대세입니다. 물론 귀족노조라는 보수언론의 십자포화와 댓글부대의 일갈도 뒤따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부쩍 줄었습니다. 노동조합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바로 그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929366 판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 3.를 전후한 한국철도공사의 철도노동조합의 쟁의행위와 그 이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특별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에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자체가 뜸하기에 뉴스에서 대규모 파업에 대한 것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있기는 했지만, 화물연대는 고전적인 근로자는 아닌 특수형태근로자로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맹위를 떨쳤던 민주노총의 파업과는 양상이 다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제45조에 조정전치주의라는 것을 두고 있습니다. 조정전치주의는 이혼절차에서도 등장하는 제도인데, 파국을 막기 위하여 극한상황에서 제3자의 개입을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과거 조정전치주의는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로 가기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로 격하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한 따까리해야 비로소 존재감이 과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도와 같은 대규모 운송수단이 파업을 하면 국민경제가 마비되고 국민생활이 혼돈에 빠집니다. 뭔가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필요하면 법률은 대부분 근거 조문을 두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은 철도와 같은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법률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뭔가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본 조정전치주의의 조정에 대하여 한 단계 격상을 한 특별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하였습니다(노동조합법 제72). 그리고 제51조에 우선적 취급이라는 제목으로 국가ㆍ지방자치단체ㆍ국공영기업체ㆍ방위산업체 및 공익사업에 있어서의 노동쟁의의 조정은 우선적으로 취급하고 신속히 처리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습니다. 실제로도 필수공익사업의 조정에서는 특별조정위원회가 긴박하게 돌아갑니다. 뉴스에도 시시각각 등장합니다.

 

그러나 특별조정위원회의 조정도 결국은 조정입니다. 조정이라는 것은 법원의 판결처럼 모 아니면 도식의 일도양단의 결론이 아닙니다. 조건부 조정도 허용됩니다(조건부로 중재회부를 하거나 중재회부의 시기를 조정하는 내용의 권고를 하는 것도 포함되므로, 특별조정위원회의 위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결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929366 판결). 이것이 제3자성이라는 공통적 요건이 있는 조정과 판결의 본질적 차이입니다. 법원에서도 조정을 하는 경우에는 민사, 형사적 판단을 퉁쳐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절차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법원이 민사, 형사적 판단을 포함하는 조정을 하는 이유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이라는 사회갈등요소를 일거에 해결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정절차는 증거재판주의라는 엄격한 제한이 없기에 소송실무에서는 엿장수 마음대로느낌이 팍 들 정도로 판사의 주관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판사가 바보라서 조정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5(조정의 전치)노동관계 당사자는 노동쟁의가 발생한 때에는 어느 일방이 이를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쟁의행위는 제5장제2절 내지 제4절의 규정에 의한 조정절차(61조의2의 규정에 따른 조정종료 결정 후의 조정절차를 제외한다)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다만, 54조의 규정에 의한 기간내에 조정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제63조의 규정에 의한 기간내에 중재재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1(공익사업등의 우선적 취급)국가ㆍ지방자치단체ㆍ국공영기업체ㆍ방위산업체 및 공익사업에 있어서의 노동쟁의의 조정은 우선적으로 취급하고 신속히 처리하여야 한다.
71(공익사업의 범위등)이 법에서 "공익사업"이라 함은 공중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으로서 다음 각호의 사업을 말한다.
1. 정기노선 여객운수사업 및 항공운수사업
2. 수도사업, 전기사업, 가스사업, 석유정제사업 및 석유공급사업
3. 공중위생사업, 의료사업 및 혈액공급사업
4. 은행 및 조폐사업
5. 방송 및 통신사업
이 법에서 "필수공익사업"이라 함은 제1항의 공익사업으로서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다음 각호의 사업을 말한다.
1. 철도사업, 도시철도사업 및 항공운수사업
2. 수도사업, 전기사업, 가스사업, 석유정제사업 및 석유공급사업
3. 병원사업 및 혈액공급사업
4. 한국은행사업
5. 통신사업
72(특별조정위원회의 구성)공익사업의 노동쟁의의 조정을 위하여 노동위원회에 특별조정위원회를 둔다.
1항의 규정에 의한 특별조정위원회는 특별조정위원 3인으로 구성한다.
2항의 규정에 의한 특별조정위원은 그 노동위원회의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중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4인 내지 6인중에서 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이 지명한다. 다만, 관계 당사자가 합의로 당해 노동위원회의 위원이 아닌 자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그 추천된 자를 지명한다.


<대법원 판례>
[1]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하여 특별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결정을 한 사안에서, 특별조정위원회가 몇 차례에 걸친 사전 조정회의를 거쳐 조정을 시도하였으나 당사자 간 주장의 현격한 차이로 인하여 조정안 제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 간의 자율적 합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을 종료한 사실을 인정한 후, 이는 구 노동위원회규칙(2007. 5. 29. 노동위원회규칙 제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48조 제6항 단서에서 정한 특별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특별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한 것은 적법하고, 노사의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통한 노동관련 분쟁의 해결을 존중하고 있는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태도 등에 비추어 같은 법 제7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중재회부 권고결정의 권한에는 노사의 자율적인 분쟁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조건부로 중재회부를 하거나 중재회부의 시기를 조정하는 내용의 권고를 하는 것도 포함되므로, 특별조정위원회의 위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결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하여 특별조정위원회가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결정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세 차례에 걸친 중재회부 보류결정 후 중재회부 결정을 한 사안에서, 위 결정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에 비추어 보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각 중재회부 보류결정은 노사 간에 자율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존중하여 자율적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행해진 것으로서 단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자체를 절대적·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역시 그와 같은 경위를 고려하면 위 중재회부 결정이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결정 후 3개월이 지나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을 들어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결정과 공익위원의 의견제시를 사실상 형해화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은 아니라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92936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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