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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장효조의 배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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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를 보고 장효조를 알아맞힌 분이라면 야구의 열성팬임을 증명합니다. 야구에서 3할이란 정상급 타자의 척도입니다. 공을 맞히기도 어려운데, 수비수를 뚫고 안타를 뽑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수비수는 타구가 많이 가는 곳에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3할의 타율을 지녔다는 것은 정교한 타격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효조는 통산타율이 무려 33푼입니다. 거꾸로 방망이를 쥐어도 3할은 친다는 양준혁의 통산타율이 316리라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장효조의 어마어마한 실력을 즉각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고교야구부터 대학야구, 실업야구, 국가대표 등 장효조가 거치면서 남긴 엄청난 업적 때문에,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장효조의 이름을 모르기가 어려웠습니다. 언론에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등장했던 것이 장효조의 이름 석자였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장효조의 다큐멘타리가 제작이 되었습니다. 물론 장효조가 완벽한 선수만은 아니었습니다. 고 하일성 해설위원이 지적했듯이, 장효조는 월등한 타격실력에 비하여 수비가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최동원의 명성을 낳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패배의 빌미가 된 만세수비도 장효조의 유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효조의 명성이 빛바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pp0p5WoHJc

 

그런데 장효조의 탁월한 타격능력에 가려서 세인들이 잊고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장효조의 유별난 배트사랑입니다. 지금은 방송에 거의 출연을 하지 않는 농구선수 출신 스포츠mc 겸 리포터로 김승규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맹활약한 분이었습니다. 이 분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중에서 장효조의 배트를 소개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아무리 찾아도 이 프로그램 자체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올드보이들중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분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당시 방송에서 장효조는 나무배트에 기름을 발라 배트를 일렬로 세워 고이 보관하는 장면이 방영되었습니다. 마치 신주단지를 모시듯 한다는 김승규의 말에 장효조는 배트는 제 생명줄입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배트는 묘한 운명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지극정성 보관한다고 하더라도 타자는 날아오는 공을 향해 휘둘러야 하고 또한 공에 맞으면 잽싸게 내동댕이쳐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특히 배트를 내동댕이치는 것은 타자는 곧 주자라는 야구의 규칙 때문입니다. 야구를 고이 보관하다가 배트에 모진 혹사(타격)를 하도 집어던지는 것, 즉 배트에 가혹해야 하는 것이 필연적인 운명입니다. 아무리 좋은 배트라도 부러지거나 외관에 파손을 입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그럼에도 타자는 사용한 배트를 다시 지극정성 보관을 합니다. 이것은 축구선수가 열심히 공을 차다가 그 공을 지극정성 보관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야구 규칙 때문에 배트에 무리가 가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지만, 연습이나 시합이 끝나면 야구선수는 태도를 싹 바꿔 고이 모셔야 하는 것이 야구선수의 숙명이자 배트의 숙명입니다. 장효조의 표현대로 타자에게 배트는 생명줄입니다. 그래서 야구선수라면 배트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런데 장효조는 유달리 배트를 사랑했습니다. 당시 방송을 보다가 장효조는 아마도 배트를 자식처럼 생각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배트는 야구선수에게만 필요한 것이기에 생산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대량생산이 어려운 물건입니다. 배트뿐만이 아니라 야구용품 자체가 대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배트는 그 단순한 외형에 비해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가는 물건입니다. 선수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QHG8bqF0t4

 

유능한 야구선수는 배트에 가해진 미묘한 변화도 금방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배트는 목재를 원재료로 가공하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말리고 찌고 가다듬고 하는 일련의 작업 하나하나가 난이도가 극상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도 손에 맞지 않는 배트는 외면을 받습니다. 장효조는 타격능력만 출중한 것이 아니라 배트를 고르고 보관하는 능력도 최고였습니다. 오랜 기간 야구선수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정상급선수는 안목도 뛰어나고 머리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용품을 소중히 여기고 그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도 탁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장효조를 통하여 정확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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