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가 대박을 치면서 주인공의 옷이나 패션아이템도 덩달아 대박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망했음에도 옷이나 패션아이템은 대박을 치기도 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던 민희진이 입었던 옷이 대박을 쳤다는 뉴스도 눈길을 끕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유행을 타지는 못해도 뭔가 인상적인 옷이나 패션아이템은 두고두고 기억에 박힙니다.
장동건, 유오성 주연의 ‘친구’에서 그들이 학창시절에 입었던 옛날 교복도 그런 차원입니다. 교복자율화가 실시된 1980년대 초반 이전의 1970년대를 상징하는 소품이기도 했던 옛날 교복은 실은 얄개 이승현의 ‘얄개 시리즈’의 고교생을 상징하는 소품입니다. 이렇게 교복은 스포츠 유니폼에 버금가는 강렬한 상징성이 있습니다. 서양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고 로빈 윌리암스의 연기가 인상적인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미국 동부의 명문 기숙학교에서도 조끼와 교복을 입는 고교생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플롯을 상징하는 소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복이란 획일적이기 때문에 뭔가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통제를 위한 수단이라는 인상도 있습니다. 1970년대 교복이 아닌 새로 부활한 교복(요즘까지 이어진!)의 의도가 학생들의 교육목적이라고 내세워도 기저에는 학생들에 대한 통제의 의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프랑스대혁명 이래로 자유의 기치가 강한 프랑스에서 교복을 도입하려는 외신이 눈길을 끕니다. 히잡 등 이슬람복색으로 등교를 하는 것에 대한 통제의 의도가 담겼다는 배경기사를 보면, 교복의 통제적 기능을 확신하게 됩니다. 통제는 동일한 집단인 경우에만 가장 효율적입니다. 교복이든 유니폼이든 군복이든 동일한 복장은 동일한 집단인 경우에만 가능하며, 통일성의 기치 아래 일사분란한 통제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동일한 복장은 장점도 있습니다. 그것은 계급과 권위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삼국시대 이래 이 땅의 관리들은 색으로 상징되는 관복을 지급받았습니다. 옷의 색에 따라 계급과 지위가 결정된다고 하여 복색(服色)이라 불렸습니다. 자비청황(紫·緋·靑·黃)으로 불리는 사색공복(四色公服)은 각각 계급과 지위를 구분하는 색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사극에서도 당상관과 당하관의 복색은 달랐습니다. 물론 복색의 유래는 중국입니다. ‘마지막 황제’에서는 금색은 오직 황제만 입을 수 있다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간혹 백의민족을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견강부회하는 분들이 있지만, 옛문헌에서 백의(白衣)란 벼슬이 없는 평민을 의미합니다. 백의는 포의(布衣)리고도 합니다. 제갈공명의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에서도 자신을 포의라 낮추는 문구가 있습니다. 복색은 동양에만 국한한 것은 아닙니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각각 성직자와 귀족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복장은 이렇게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자유분방한 서양에서라도 유니폼 자체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소속감이라는 강렬한 순기능이 있습니다. 특수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는 군복이 막중한 사명감을 부여합니다. 전우애를 무한정 발산시키는 기능도 발현합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김성근을 호랑이 감독으로 변신시키는 유니폼의 요술같은 기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억압과 통제의 상징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교복이 자율화의 바람에 사라졌다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은 유니폼이 갖는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미래에도 교복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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