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정년까지 안락한 직장생활을 꿈꿉니다. 연차휴가를 칼같이 사용하고, 넉넉한 성과급을 보장받으면서 정년까지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과로가 없는 법정근로시간만을 근무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민간기업에서 그러한 직장은 없습니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승진과 호봉을 보장받는 이상적인 직장은 인류역사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승진을 하면 차츰 실무직보다는 관리직으로 이전이 되는데, 피라미드형 조직이 아닌 역삼각형 조직은 비능률과 고비용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장기근속중인 고령의 근로자는 본인은 물론 부양가족을 위하여 지속적인 근무를 희망합니다. 특히 고령화사회의 도래는 근무연한의 연장욕구를 근로자에게 지속적으로 심어줬습니다. 그러나 피라미드형 조직의 구축이라는 조직 차원의 생존논리와 마찰이 필연적입니다. 한국사회 같은 연공제가 뿌리깊은 기업에서는 역설적으로 피라미드형 조직이 더욱 간절하게 필요합니다. 뭐든 그렇지만 대립되는 양 당사자는 일정한 타협점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임금피크제입니다. 생존을 보장받되 임금의 삭감은 감내한다는 절충형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널리 시행이 됐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끊임이 없습니다. 막상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했지만, 임금피크제 이전과 사실상 대동소이한 일을 하면서 임금이 깍이는 수모(!)를 감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는 바로 이 경우에 대한 판결입니다. 정년을 단축하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서도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부과하되, 동종의 업무를 수행하는 연하의 동료보다 적게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피크제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은 강행법규인 고령자보호법에 위반됩니다. 이 판결을 두고 양대 노총은 임금피크제 자체가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보았다고 주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없애고 정년을 보장하라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예상대로 기업의 경영난, 신규채용의 급감 등 부작용에 대하여는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자체를 위법하다고 본 것이 아닙니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서 동종의 근로자가 수행하는 동종의 업무에 비하여 차별적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고령자보호법이라는 강행법규에 반한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려면 보다 난이도가 낮은 업무 등을 배정하여 형평성을 맞추라는 취지인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29. 2019두53396 판결)의 취지가 주목됩니다. 이 판례는 특정 연도 출생자들이 임금피크제를 더 오래 적용받은 것이 국가인권위원회법상 나이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입니다.
○원고들은 근로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업무수행의 능력이나 업적 등에 있어서 차별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에도 연령을 이유로 획일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것 그 자체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행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대법원은 나이를 이유로 한 고용 관련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말하는 차별행위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 비교대상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고,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실질적인 불평등이 발생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연령대가 다른 두 비교집단이기에(임금피크제의 적용집단과 비적용집단), 차별의 법리가 적용되는 동일한 비교집단 내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요약하자면,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상의 차별은 고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 차별,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차별은 동일한 비교집단 내부에서의 합리적 차별에 대한 근거를 각각 설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전자의 차별문제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특정연령대(이 판례에서는 1961년생과 1962년생을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으로 보았습니다)의 근로자에게만 임금피크제라는 굴레가 정당한 것인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론상으로는 능력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능력의 평가는 자의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인 연령으로 실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주요 은행의 명퇴기준도 연령이 가장 우선적인 기준입니다. 고령자고용법이나 노인복지법도 연령을 기준으로 제도를 시행합니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획일적인 기준의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감내를 해야 합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고령자”란 인구와 취업자의 구성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2. “준고령자”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으로서 고령자가 아닌 사람을 말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고령자 및 준고령자의 정의) 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에 따른 고령자는 55세 이상인 사람으로 한다. ② 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준고령자는 50세 이상 55세 미만인 사람으로 한다.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 ①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송시설 및 고궁ㆍ능원ㆍ박물관ㆍ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이용하게 할 수 있다. ②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그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주도록 권유할 수 있다. ③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노인에게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주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1>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려는 목적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고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이하 ‘차별행위’라 한다) 중 하나로 규정하고(제2조 제3호 가목),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을 조사하고 구제조치 등을 권고하도록 하였다(제1조, 제30조, 제44조).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말하는 차별행위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 비교대상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고,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실질적인 불평등이 발생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나이를 이유로 한 고용 관련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차별의 목적과 경위, 구체적인 차별의 내용과 정도, 다른 합리적인 대안의 존부, 차별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의 존부 및 그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6. 29. 2019두53396 판결) <대법원 판례2> 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된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려법’이라 한다)은 제4조의4를 신설하여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ㆍ훈련(제3호), 배치ㆍ전보ㆍ승진(제4호), 퇴직ㆍ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연령차별을 당한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제4조의6 제1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구제조치 등의 권고를 받은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 고용노동부장관은 해당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제4조의7 제1항),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제24조 제1항). 한편 모집ㆍ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3조의3 제2항).이와 같은 규정들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구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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