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80년대까지 드라마에서는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대세였습니다. 오죽하면 ‘인생에서 결혼이 전부냐?’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유행가부터 드라마까지 청춘남녀들의 사랑놀음이 당시의 대세인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현실을 바꿀 마땅한 전환점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TV손자병법’이 직장생활의 애환을 그리면서 비로소 드라마 속의 ‘사랑놀음판’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우스운 감이 있지만, 사랑이나 결혼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 뒤로 ‘직장의 신’이나 ‘미생’ 등 ‘TV손자병법’ 이후 직장드라마의 맥을 잇는 드라마들이 지속적으로 제작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대세는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소수의 직장드라마에서 그나마 공통적으로 그려지는 직장속의 현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표’입니다. 주로 경영진 측에서는 질책의 차원에서 ‘당장 사표 써!’라는 대사가 등장했고, 힘이 없고 약한 근로자는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다니는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처자식, 부모 등 부양가족을 생각하면서 울분을 삼키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무한공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드라마속의 세상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많은 직장인들이 사표를 쓰려고 시도를 했고, 또한 사측으로부터 사표를 쓰라는 질책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사표는 대부분의 경우에 근로관계의 단절이라는 사직 또는 해고의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사에서는 질책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기사1>과 <기사2>의 상황이 딱 그랬습니다. ‘사표를 쓰라’는 사측의 발언이 질책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해고인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안은 노동위원회부터 대법원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가면서 벌어진 데드매치였습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사안은 마침내 대전고등법원에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법원조직법 제8조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는 규정 때문에, 대전고등법원은 대법원의 결론을 원칙적으로 뒤집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사>속의 쟁점은 해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즉 사표를 쓰라는 말이 과연 해고인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버스키를 반납하라는 발언 등 전후사정을 주목하였습니다. 통상적인 질책과 다른 차원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사측의 일련의 언동은 해고가 맞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일찍부터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사측의 일방적인 ‘사표’발언의 취지는 해고가 맞다는 것입니다.
○해고에서 승소한 근로자는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연이자 연20%를 더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 더군다가 대법원에서 기적적으로 파기환송판결을 받았기에 그 기쁨은 배가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잊지말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본래 근로관계는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설정한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해고의 자유가 있습니다. 민법 제660조가 규정한 해지통고는 양 당사자 모두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다1418 판결)도 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사>속의 버스기사는 상시 5인 이상의 사업장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해고를 자유롭게 하면 근로자는 그야말로 파리목숨이 됩니다. 그래서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의 해지하는 행위를 근로기준법은 ‘해고’라는 별도의 표기를 사용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인생사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해고 자체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해고를 둘러싼 문제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법률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도 해고는 인간의 굴레입니다.
<기사1> "사표 쓰고 집에 가라"는 회사 간부의 말에 직원이 출근하지 않을 경우, 사측이 해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행정부(이준명 수석부장판사)는 버스 기사 A씨가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은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20년 1월 한 전세버스회사에 입사해 통근버스 운행을 맡은 A씨는 두 차례 무단결근했다가 회사 관리팀장으로부터 "사표를 쓰고 집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팀장이 사표 쓰라는 말을 반복하자, A씨는 "해고하는 것이냐"고 반문했지만, 팀장은 "사표를 쓰고 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A씨는 이 말을 들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다가 석 달 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사측은 A씨가 출근하지 않아도 문제 삼지 않다가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자 "근무 태도를 질책한 것일 뿐 해고한 사실이 없다"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 근무 독촉 통보'를 했다. 지노위 역시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A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노위도 기각하는 재심 판정을 했다. 이에 A씨는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 판정을 취소할 것과 사측에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을 선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865161?sid=102 <기사2> 대법원은 “사표 쓰라” 발언 이전의 사정을 짚으며 “회사 측의 일방적 근로관계 종료 의사 표시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월 11일 오후에 언쟁이 벌어지기 전인 그날 오전, 관리팀장과 관리상무가 함께 A씨를 찾아가 “버스 키를 반납하라”고 한 뒤 직접 키를 회수해 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근로자의 노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표 쓰고 나가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도 우발적 표현이 아니라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라고 해석했다. 근로기준법은 ‘서면 해고 통지’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면 통지 여부는 해고의 ‘효력’을 판단하는 기준이지, ‘해고 의사표시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1740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1>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판례2>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837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상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같은 법 제30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이 경우 그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이라면 민법 제660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사용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660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므로,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가 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해고의 사유를 열거하고 그 사유에 의해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해고제한의 특약을 하였다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민법 제660조 제1항이 아닌 위 해고제한의 특약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제한을 위반한 해고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다1418 판결) |
'인사노무관리 > 노동법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저임금과 조정수당> (0) | 2023.07.12 |
---|---|
<임금피크제와 연령에 따른 차별여부 : ‘숫자의 중요성’> (0) | 2023.07.08 |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와 근로기준법, 그리고 해고무효확인소송> (0) | 2023.07.05 |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와 월례비> (0) | 2023.07.01 |
<도제, 그리고 최저임금> (0) | 2023.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