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교통사고를 낳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보험처리’란 말이 일상어로 변신한 것을 느끼면서 삽니다. 사회보험뿐만이 아니라 퇴직연금도 모두 보험상품입니다. 일부 보험설계사 때문에 보험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잔존하지만, 보험 자체는 국가를 운영하는 효율적인 수단입니다. 과거 ‘체당금’으로 불린 ‘대지급금’도 보험상품입니다. 그리고 외국인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만기출국보험이나 퇴직보험, 그리고 임금체불보증보험도 모두 보험상품입니다.
○그런데 임금채권보장법(임채법)이 규정하는 대지급금은 국영보험이고, 만기출국보험 등 외국인근로자 전용 보험은 모두 민영보험입니다. 국영이든 민영이든 가릴 것이 없이 보험이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그 손해를 전보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됩니다. 해당 보험사고를 보험으로 보상해줘도 보험수익자에게는 모두 동일한 경제적 급부를 이행한 것입니다. 대지급금은 기본적으로 내국, 외국 근로자를 가리지 아니합니다. 그 이전에 임금이나 퇴직금 또는 퇴직금에 갈음한 퇴직연금으로 근로자의 임금(퇴직금은 그 실질이 후불임금에 해당합니다)을 지급하면 대지급금이나 임금체불보증보험이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모두 임금에 대한 등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음 <기사>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가분적 급부로서 분할채권의 대명사인 금전채권인 임금채권의 대체물인 임금체불보증보험에서 ‘정해진 근로계약 기간보다 단 하루 더 일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정한 임금체불 보증보험으로부터 보상을 거부당한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보험자, 즉 보험회사는 근로기간까지는 퇴직금의 지급을 보증하였기에 분할채권인 임금채권을 당연히 지급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상법 제638조의 보험의 정의에도 부합합니다. 임금체불보증보험의 보험사고는 ‘근로기간 동안의 임금체불’이기에, 그 기간을 경과하여 근로를 제공하였어도 당연히 그 기간 동안의 임금체불은 보상하여야 합니다.
○다행히 후속 보도를 종합하면,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것은 보험회사가 보험의 법리, 그리고 금전채권으로서 분할채권인 임금채권의 본질을 오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임금체불보증보험에 대하여 이해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보험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2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가 규정한 보증보험입니다. 이 보험의 보험사고는 ‘외국인근로자의 근로기간 중의 임금체불’입니다. 맨 처음에 언급한 ‘보험처리’의 법리와 같이 사업주가 임의로 체불임금을 지급하거나 임채법상의 대지급금을 받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사연은 ‘퇴직금 852만원 중 329만원’의 체불입니다. 이 <기사>의 사연 자체를 보아도 가분채권인 금전채권의 속성을 지닌 임금채권의 의미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해당 외국인근로자는 그 체불액만큼 임금체불보증보험으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임금체불보증보험은 1). 임채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그리고 2).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그 적용이 없습니다(외국인고용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각호).
<기사> 퇴직금을 못 받은 이주노동자가 정해진 근로계약 기간보다 단 하루 더 일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정한 임금체불 보증보험으로부터 보상을 거부당한 사례가 확인됐다. 5일 SBS 보도에 따르면, 경남 산청의 한 딸기농장에서 3년 동안 일한 캄보디아인 A씨는 퇴직금 852만원 중 329만원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출국만기보험과 임금체불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농장주는 미지급금을 임금체불 보증보험에서 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보증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했다. A씨가 근로계약 기간보다 하루 더 일했다는 게 이유였는데, 임금체불 발생 시점이 보증보험이 책임지는 기간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보증보험과 관련해 유사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국내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근로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도 정작 보증보험 기간은 연장해주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12297?sid=102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보증보험 등의 가입) ① 사업의 규모 및 산업별 특성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임금체불에 대비하여 그가 고용하는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보증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② 산업별 특성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취업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질병ㆍ사망 등에 대비한 상해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보증보험, 상해보험의 가입방법ㆍ내용ㆍ관리 및 지급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7조(보증보험의 가입) ① 법 제23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 다만, 법 제1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사업 또는 사업장은 제외한다. 1. 「임금채권보장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2.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② 제1항에 따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효력발생일부터 15일 이내에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보증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1. 체불된 임금의 지급을 위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 이상을 보증하는 것일 것 2. 보증보험회사가 외국인근로자에게 해당 보증보험 가입 사실을 통지하는 것일 것 3. 사용자가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 외국인근로자가 보증보험회사에 보증보험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일 것 <상법> 제638조(보험계약의 의의) 보험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상대방이 일정한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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